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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역시나' 부동산 대책…전면 재정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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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1-23 11:38:21  |  수정 2020-11-23 11: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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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국토교통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전세 공급대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정부가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에 4만9000가구를 집중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주거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는 대책에서 빠져있기 때문이다.
 
맹탕 대책은 이미 예고 돼 있었다. 대책 발표가 하루 이틀 미뤄지더니 급기야 경제 사령탑인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책 발표 한 주 전 "특출한 전세대책이 있으면 벌써 다 했겠죠"라고 말해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었다.

결국 정부가 장고 끝에 내놓은 대책은 기존에 비어있는 공공임대, 신축 다세대 등의 물량을 사서 전세로 전환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시장에서는 '등 가려운 데 발바닥 긁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뀐 건 이번 뿐 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5월 출범 이후 한 달에 한 번 꼴로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약발이 제대로 먹힌 것을 찾기 힘들다.
 
부동산 규제지역 범위를 대폭 확대한 6·17 대책 이후에는 비규제지역 아파트 값이 줄줄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전국적으로 나타났고, 8·4 공급 대책은 '숫자 늘리는 데만 급급하고 정작 살고 싶어 하는 서울 핵심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집값은 정부 의도와 늘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2019년 11월19일 국민과의 대화)고 발언 한 후 1년 동안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2020년 10월28일 예산안 시정연설)고 한 후에도 전셋값은 73주 연속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의 호언장담이 매번 '역시나'로 끝나버리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정부 정책의 신뢰성이 무너지고 시장에 의도하지 않은 시그널을 보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은 정부가 대책이 나온 직후 잠시 주춤하는 듯하다가 다시 오르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어 정부 대책이 오히려 집값을 자극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부는 아직까지는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지만 '투기수요 근절과 실수요자 보호'라는 큰 방향은 제대로 가고 있다고 항변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2일 전세대책 현장점검에 나서 "서민 주거안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전세대책을 통해 추가 공급이 이뤄지면 주택시장과 전월세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년 전과 달리 이제 정부의 말 대로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부동산을 둘러싼 여론은 극도로 악화 돼 '전세난민', '벼락거지' 등 우울한 신조어들이 넘쳐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흡사 부동산 성토장으로 바뀌어 '삶이 무너졌다'는 아우성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수단과 시기, 강도에 대한 선택이 적절했는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뒷북 대책'과 '임기응변 대응', '땜질 처방' 등은 매번 따라붙는 비판이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다. 정부 대책의 '디테일'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큰 틀의 대책을 마련했다면, 그에 필요한 세밀한 조치들이 뒤따라야 시장에 안착 가능한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리든지 수요를 줄여야 한다. 공급은 빨라야 4~5년 뒤에나 가능하고 투기수요를 꺾기 위한 전쟁은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 게임이라고 하는데 정부는 "늑대가 왔다"고 소리쳐도 아무도 믿지 않는 양치기 소년의 처지가 돼 버렸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전면적인 재정비가 필요한 시기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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