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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보수적 그래미 뚫을까…美 대중음악계 '최후의 보루'

등록 2020.11.25 05: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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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AP/뉴시스] '2020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라이프 고스 온' 첫 무대 공개하는 방탄소년단

[서울=AP/뉴시스] '2020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라이프 고스 온' 첫 무대 공개하는 방탄소년단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세계적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 시상식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오르면서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음악적 권위는 인정받으나 백인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이 시상식의 철옹성까지 깰 지 관심이다. 

아티스트, 작사가, 제작자 등이 속한 음악 전문가 단체인 미국 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NARAS)가 1959년부터 주최해온 그래미 어워즈는 미국에서 최고 귄위를 인정 받는다. 미국이 팝의 본고장인 만큼 세계 대중음악계 시상식의 성지로도 통한다. 축음기의 모양을 딴 트로피가 상징이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어워즈'와 함께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통하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는 수상했다. '그랜드 슬램' 달성을 위해서는 '그래미 어워즈' 수상만 남았다.

그래미 어워즈가 음악적으로 권위를 인정 받는 건, 음악성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는 빌보드 차트가 기반이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는 대중 투표를 바탕으로 한다.

반면 그래미 어워즈는 음반 판매량과 음원차트 순위를 따지기 보다 음반과 곡의 완성도에 집중한다. 특히 음악가가 동료 음악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에 따라 많은 음악가들이 수상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내년 1월31일 열리는 이번 시상식에서는 총 84개 부문의 수상자를 가린다.

최고의 레코딩에 주어지는 '레코드 오브 더 이어', 최고의 노래에게 주어지는 '송 오브 더 이어', 최고의 앨범상에게 수여되는 '앨범 오브 더 이어' 그리고 신인상인 '베스트 뉴 아티스트'가 그래미 주요 4대상으로 통한다.

방탄소년단이 노미네이트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는 주요상은 아니지만, 주목할 만한 본상이다. 팝 장르의 노래를 2명 이상이 부른 그룹에게 주어진다. 아시아 가수가 이 부문 후보로 지명된 건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는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 제이 발빈·두아 리파·배드 버니&테이니의 '언 디아', 저스틴 비버와 퀘이보의 '인텐션스', 테일러 스위프트와 본 이베어의 '엑사일'과 경합하게 된다.

그래미 어워즈, 보수적인 색채 덜어낼까

지난해 11월 발표된 '제62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 명단에서 방탄소년단이 포함되지 않아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The Recording Academy)가 주최하는 이 시상식의 보수적인 색채에 대한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었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다이너마이트' 온라인 간담회. 2020.08.21.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다이너마이트' 온라인 간담회. 2020.08.21.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경제 전문 포브스 등 미국의 다수 매체들이 방탄소년단을 후보로 배제한 것 등을 짚으며 그래미 어워즈 측의 최근 기록 중 가장 심각한 실수라고 짚었다.

그래미의 인종차별은 이미 비밀이 아니다. 무엇보다 '문화적 사각지대'를 드러나며 여전히 한방향으로 매몰돼 있다는 분석이 계속 나왔다.

보수적인 미국 대중음악계 '최후의 보루'처럼 여겨지는 그래미 어워즈는 전통적으로 백인이 주류가 아닌 음악에 인색했다. 힙합 등 흑인 음악을 홀대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백인이 아닌 음악가는 R&B 또는 랩 등 다른 장르 카테고리로 치부돼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작년에 철저하게 배제당한 힙합 가수 제이지, 과거 제이지의 아내인 비욘세가 '레모네이드'라는 수작 앨범을 만들었음에도 지난해 '제59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아델에 밀려 주요상을 휩쓸 지 못했던 상황 등이 예다.

작년 초 '제6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미국의 래퍼 겸 프로듀서 차일디시 감비노에게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등 주요상 2개를 몰아주며 이런 인식에 균열이 생기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색채가 강하다. 이번에 방탄소년단에게 후보 지명의 문을 연데 이어 상까지 수여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방탄소년단의 앨범 '맵 오드 더 솔 : 페르소나'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피처링한 미국 팝스타 할시는 작년 방탄소년단의 후보 불발 당시 트위터에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어워즈의) 많은 부분에서 충분히 노미네이트 될 만했다. 그렇지만 방탄소년단이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 놀랍지 않다. 미국은 전체 움직임에 멀찌감치 뒤쳐져 있다. 때는 온다"고 썼다.

할시가 말한 것처럼 때는 왔다. 해외 팝 공연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의 활약을 현지에서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워낙 반응이 폭발적"이라면서 "다이너마이트로 '핫100' 1위를 차지한 만큼, 이번에도 마냥 외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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