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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환자 못 채워”…국산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지지부진’

등록 2020.11.26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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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넥신·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임상 1상'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2상 지원자 겨우 모아

"임상시험 부정적 인식·건강염려로 지원 꺼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왼쪽)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 동향 및 임상결과 토론회’에서 사전임상시험 참여 의향서에 서명을 한 후 배병준 국가감염병임상시험지원센터 이사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왼쪽)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 동향 및 임상결과 토론회’에서 사전임상시험 참여 의향서에 서명을 한 후 배병준 국가감염병임상시험지원센터 이사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화이자,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지만 임상시험 데이터 확보에 필요한 임상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국산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관련 전체 임상시험 승인은 총 30건으로 이 중 22건(치료제 19건, 백신 3건)이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백신을 개발 중인 곳은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SK바이오사이언스 등 3곳인데 속도가 더디다. 실제 접종이 이뤄지기 전 1상, 2상, 3상의 3단계로 이뤄진 임상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제넥신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소수의 임상시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1상을 진행 중이고 진원생명과학은 아직 임상에 착수하지도 못한 상태다.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제넥신은 지난 6월 식약처로부터 DNA방식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X-19'의 임상 1상과 2a상(전기 임상 2상)을 승인받았지만, 임상환자 수가 부족해 아직 임상 1상 중간 결과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넥신은 내년 상반기 임상 3상에 들어가 9월 중 식약처에 조건부 승인을 신청한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임상3상은 비교적 한정된 인원의 건강한 지원자(보통 20~80명)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1상과 달리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후보물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NBP2001'은 이제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식약처는 지난 23일 NBP2001에 대한 임상1상 시험계획을 승인했다. 진원생명과학은 이달 초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임상1상 시험계획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현재 독성·효능평가를 위한 동물실험(비임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빨라야 내년 하반기 국산 백신이 출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는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임상환자를 모집해 임상3상까지 시험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힘들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 사무국(범정부지원위원회 사무국)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국내용으로만 약을 개발하진 않기 때문에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임상환자를 모집한다"며 "하지만 국내환자와 해외환자 비율을 맞춰야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다. 국내 업체 중 가장 앞서 있는 셀트리온은 지난 9월17일 식약처로부터 항체 치료제(코로나 완치자 혈장에서 정제·농축한 항체를 인공적으로 만든 것) 'CT-P59(성분명 레그단비맙)'의 임상 2상을 승인받았지만, 10월 초가 되서야 첫 지원자를 구했고 지난 24일 필요한 코로나 환자 300명을 겨우 모았다.

혈장 치료제(코로나 완치자 혈장에서 항체를 정제·농축한 것)에 대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GC녹십자는 국내에서 임상환자 60명을 모집 중이지만 모집목표 인원의 3분의1이 채 안되는 16명(23일 기준) 밖에 모으지 못했다. 이에 따라 GC녹십자는 최근 환자등록을 받는 의료기관을 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6개에서 12개로 늘렸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의료기관을 늘려 임상에 속도가 붙고 있다"면서 "올해 임상 데이터까지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코로나19 치료제(CKD-314) 임상2상 승인을 받은 종근당은 아직 첫 환자를 모집했다고 식약처에 알리지 못했다.

이렇듯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국내 임상환자 모집이 어려운 것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누적 3만1735명)는 전 세계에서 94번째(25일 월드오미터 기준)로 해외에 비해 적은 것도 한 요인이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임상시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건강에 대한 지나친 걱정 탓도 적지 않다.

범정부지원위원회 사무국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국민정서상 그런 것(임상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들이)임상시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두려움으로 지원을 많이 하지 않는다"며 "해외 부작용 사례도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돼 임상 참여에 소극적인 것 같다"고 했다.

더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속타는 정부는 임상시험 참여자를 확대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지난 10일부터 온라인 '코로나19 임상시험포털'에서 임상시험 참여 희망자를 모집하기 위한 '사전임상시험참여의향서'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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