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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가장 슬픈 날 웃어야 했던 아이러니…'잔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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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1-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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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잔칫날' 스틸. (사진=스토리텔러픽처스·트리플픽쳐스 제공) 2020.11.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상갓집은 잔칫집 같아야 해."

하지만 남매는 그럴 수 없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돌아오는 건 슬픔과 현실의 무게뿐이었다.

영화 '잔칫날'은 무명 MC '경만'이 아버지의 장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 슬픈 날 아이러니하게도 잔칫집을 찾아 웃어야 하는 3일 동안의 이야기를 그렸다.

경만은 각종 행사 일을 하며 동생 '경미'와 함께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버지를 간호해왔다. 하지만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고, 경만은 슬퍼할 새도 없이 장례비용에 병원비까지 어깨를 짓누르는 현실을 마주한다.

결국 경만은 동생 몰래 장례식 비용을 마련하고자 지방으로 팔순 잔치 행사를 하러 간다. 그곳에서 웃음을 잃은 팔순의 어머니를 웃게 해달라는 '일식'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재롱을 피우며 행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팔순의 어머니를 웃게 한 것도 잠시, 예기치 못한 소동에 휘말리고 일이 꼬이면서 발이 묶이게 된다. 장례식장을 홀로 지키는 경미는 오빠의 부재로 답답한 상황 속에서 주변의 잔소리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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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잔칫날' 스틸. (사진=스토리텔러픽처스·트리플픽쳐스 제공) 2020.11.27. photo@newsis.com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생계를 책임져온 경만의 상황은 팍팍하기만 하다. 아버지를 잃은 날 장례식장을 지키지도 못하고 돈을 벌기 위해 잔칫집에서 웃어야 했던 경만의 서글픈 모습은 어딘가 현실에 있을법한 이야기로 여겨진다.

텅 빈 장례식장에 온 조문객들의 모습은 상갓집의 현주소도 돌아보게 한다. 고인이나 상주에 대한 진심 어린 위로나 예의를 갖춘 모습은 아니다.

사이가 틀어진 큰아버지는 자식만 보내 경만에게 빌려 간 돈 이야기를 하고, 고모들은 남매를 도와주기는커녕 이래라저래라 간섭만 하며 경만을 욕한다. 친구들은 경만은 안중에 없이 자신들의 이야기에만 빠져 시끄럽게 떠든다.

영화는 남겨진 남매의 서글프고 쓸쓸한 현실을 보여주지만, 무겁게만 그리려고는 하지 않는다. 경만이 처한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늘 떠나보낸 뒤 후회하게 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되돌아보게 한다.

병간호는 했지만 별다른 추억을 만들지 못했다는 후회, 장례비 마련을 위해 정작 장례식장을 지키지 못했다는 후회를 내뱉는 경만에게 일식은 "후회해도 조금 덜 후회했으면 한다"고 위로한다. 우여곡절 끝에 장례식장에 돌아간 경만은 경미와 함께 추억이 있는 바다에서 아버지를 보내며 미소로, 그래도 살아가는 희망을 따뜻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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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잔칫날' 스틸. (사진=스토리텔러픽처스·트리플픽쳐스 제공) 2020.11.27. photo@newsis.com
영화는 우리 주변의 일처럼, 담담하고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팔순 잔치에서 벌어지는 소동이 다소 길어지고 이를 둘러싼 마을 사람들 모습이 과장돼 보이는 면도 있지만, 전체적인 극 전개는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배우 하준이 삶에 지치고 고단한 경만 역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고, 소주연이 경미 역을 맡아 다양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배우 정인기가 일식 역으로 분했다.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작품상, 배우상(하준), 관객상, 배급지원상을 받았다. 배우로 영화에 입문한 김록경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오는 12월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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