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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윤석열 직무정지…검찰개혁이라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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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1-30 16: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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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서초동의 역사가 연일 갱신되고 있다. 기록을 다시 써 내려가는 사람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다. 15년 전 단 한 차례 있었던 수사지휘권 행사는 이제 그 횟수가 헷갈릴 정도다.

검찰총장의 인사권은 '견해를 들을 수 있음'의 수준으로 사실상 사문화됐다. 의혹이 제기됐다면 검찰총장이라도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조사에 응해야 하며, 따르지 않으면 직무정지 사유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검찰에 새로운 전례를 만들고 있는 추 장관은 한 마디로 그 당위를 설명한다. "검찰개혁을 위한 것이다."

물론 검찰이 개혁 대상이라는 점은 당사자들도 공감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정지로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도, 전국 검찰청에 근무하는 검사들은 "검찰의 과오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입을 모았다.

다만 추 장관의 조치들이 '검찰개혁과 얼마나 가까운 것인가'라는 의문을 지우기 힘든 분위기다.

추 장관이 처음 검찰개혁 조치로 내세운 것은 '수사·기소 분리'였다. 지난 2월 취임한 지 한 달여 만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추 장관은 해외 사례까지 인용하며 검찰 내 수사와 기소의 주체를 분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집중된 권한을 나눈다는 점에서 일견 타당해 보인다는 견해도 있었다.

하지만 10개월여가 지난 현재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한 조치는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겠다는 말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직제개편을 통해 대검찰청 내 직접수사 관련 부서인 반부패·강력부, 공공수사부 등의 차장검사급 직책을 폐지하고 부서도 통폐합했다.

반면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에는 여전히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 등 직접수사 부서가 남아 있다. 형사부로 이름을 바꾼 부서에서도 형사 사건뿐 아니라 금융·조세 등의 직접수사가 여전히 가능하다.

개혁을 위한 조치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특정 인물들이 전면에 나서는 듯한 모습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채널A 사건 때부터 윤 총장과 수사 주도권을 두고 대립했으며, 최근에는 윤 총장의 처가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또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윤 총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기 위한 징계 사유를 구성하는 데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일부 고위 간부들이 차기 총장 자리를 두고 알력 다툼을 벌인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때문에 개혁보다는 윤 총장을 밀어내고 입맛에 맞는 인사를 새로 앉히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제기된다.

2020년 11월24일. 추 장관은 결국 윤 총장의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내렸다. 그날 멈춘 것은 검찰총장의 직무수행만이 아니다. 검찰개혁을 위한 동력이 상실된 날로 기록될 가능성도 있다. 개혁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들은 뒤로 제쳐둔 채, 윤 총장 개인을 향한 지시와 권한 행사에 집중했던 추 장관이다.

이대로라면 향후 선하지 않은 의지를 가진 인물이 장관직에 올라 윤 총장의 사례를 근거로 들며 검찰조직을 사유화할 수도 있다. '검찰총장 해임'이라는 기록만을 역사에 남길 것인지, 지속가능한 검찰개혁을 이룩하고 떠날 것인지 추 장관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erlead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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