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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전 실종·차량 장사진' 코로나가 바꾼 수능시험장 풍경

등록 2020.12.03 09: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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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장마다 수험생 실은 차량 몰려…도보 이동 거의 없어

응원전은 옛말…가족·수험생간 대화 자제하며 적막감마저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3일 오전 광주 서구 26지구 제11시험장(광덕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입실에 앞서 포옹을 하며 격려하고 있다. 2020.12.03.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3일 오전 광주 서구 26지구 제11시험장(광덕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입실에 앞서 포옹을 하며 격려하고 있다. 20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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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변재훈 김혜인 기자 =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장 분위기도 크게 바꿨다. 예년과 달리 시험장 주변에서 학교 대항으로 펼쳐지던 열띤 응원은 없었다.

수험생들은 말을 아낀 채 긴장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고,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듯 수험생을 실은 차량이 줄지어 몰리면서 시험장 주변에는 장사진을 이뤘다.

예년보다 2주 늦게 치러진 2021학년도 수능 당일인 3일 광주 남구 양림동 수피아여자고등학교(26지구 26시험장).

수능 당일 각 시험장마다 펼쳐졌던 응원전이 사라졌다. 수험생을 격려하는 손팻말도, 간식이나 따뜻한 음료를 건네던 교사·후배도 없었다.

시험장 주변에는 교통 관리에 나선 경찰관과 시험장 감독관리관 교사, 자치구 공무원들만 눈에 띄었다.

수험생들은 말 없이 차량에서 내려 시험장으로 향했다. 차량 운전석에 타고 있던 한 어머니는 수험생 딸이 하차한 뒤에야 "화이팅!"하고 짧게 외쳤다.

시험장 주변은 교통경찰관이 부는 호루라기 소리와 수험생 학부모 차량 엔진음만이 들렸다.

현장 관리를 맡은 경찰관은 "감독관인가요? 그럼 들어가세요", "운전자는 내리지 마세요. 복잡합니다"를 연신 외쳤다.

일부 학부모들은 수험생 자녀들에게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차량에서 황급히 내려 교문으로 향하던 한 수험생은 얼마 못 가 "아 맞다. 마스크"라고 말하며 발길을 돌렸다. 함께 온 어머니도 급히 차량 창문을 열고 "잘 챙겨라"며 마스크를 건넸다.

자녀에게 "이거 가져가라"며 50㎖ 용량 휴대용 손소독제를 전달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두꺼운 외투를 입은 한 수험생은 "올해 수능은 수험표 다음으로 손소독제가 '머스트 헤브 아이템'이죠"라며 밝게 웃었다.

수험생 박모(18·여)양은 "코로나19가 지역에 확산하면서 시험실에 감염자가 있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며 "방역 칸막이 책상 등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시험지를 어떻게 넘겨야할지 등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왔다"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애타는 마음도 묻어났다. 재수생 딸이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며 발을 떼지 못하는 아버지도 있었다.

학부모 전영주(47)씨는 "올 한해 입시 상담도 제대로 못했다. 코로나19로 등교 재개·원격 수업 전환이 반복되며 입시 내내 마음을 졸였다"고 토로했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3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첨단고등학교(26지구 15시험장) 교문 주변에 수험생을 실은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 2020.12.03.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3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첨단고등학교(26지구 15시험장) 교문 주변에 수험생을 실은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 2020.12.03. [email protected]


광산구 월계동 첨단고등학교(26지구 제15시험장) 정문에는 150m가량 수험생을 실은 차량 행렬이 늘어섰다.

차량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시험장 정문으로 향했다. 시험실 배치표가 게시된 학교 건물 입구 앞에 선 차량들에서 차례로 수험생들이 내렸다.

정문 주변 중앙 화단을 중심으로 차량이 줄줄이 회차하면서 마치 회전교차로를 방불케했다. 반면 걸어서 시험장으로 향하는 수험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시험장 주변 응원전도 없었고, 수험생들도 별다른 대화 없이 시험장으로 향해 적막감마저 흘렀다. 

한 수험생은 "최근 2주간은 친구들끼리도 웬만한 대화는 휴대전화 메신저로 할 정도로 방역에 유의했다"며 "선배들이 수능을 치를 때와는 달리 힘찬 응원전이 없어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서구 광덕고등학교(26지구 11시험장) 정문도 줄 지어 선 차량에서 내린 수험생들이 부리나케 시험장에 들어가기 바빴다.

마스크를 쓴 일부 수험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짧게 격려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수능 당일 흔히 볼 수 있었던 교사의 포옹이나 후배의 큰절 퍼포먼스는 없었다.

 다급한 상황도 벌어졌다.  오전 7시45분께 북구 용봉동에 사는 한 수험생 부모가 '자녀가 집에 수험표를 놓고 갔다'며 112상황실에 신고했다. 경찰은 곧바로 해당 수험생이 있는 광덕고 시험장까지 수험표를 전달했다.

오전 7시55분께 광산구 신가동에 사는 한 수험생은 차량 정체로 서구 치평동 전남고등학교 시험장까지 도착하기 어렵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이 학생은 경찰차를 타고 제 시각에 입실했다.

이날 광주·전남 97개 시험장에서 3만586명(광주 1만6378명·전남 1만4208명)이 수능 시험을 치른다.

코로나19 확진자 수험생을 위한 병원 시험장도 빛고을전남대병원, 순천·강진·목포 의료원 등 4곳에 마련됐다. 자가격리 대상자 등도 31개 시험실에서 따로 수능을 치른다.

수능 당일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각 시험장에 마련된 유증상 시험실에서 응시한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3일 오전 광주 서구 26지구 제11시험장(광덕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입실하고 있다. 2020.12.03.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3일 오전 광주 서구 26지구 제11시험장(광덕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입실하고 있다. 20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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