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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향해 떨리는 한 걸음"…대구지역도 '코로나 수능'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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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2-03 08:40:36
수험생도 학부모도 시민들도 온통 마스크
간식 성원 없어지고 가족들 격려 속에 입실
학부모 "교실 향하는 자녀보며 울컥"
친구 향해 "올해 쉽지 않았겠지만 응원"
출근길 시민들 사이렌 소리에 "별일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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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이지연 기자 = 2021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제히 치러진 3일 오전 대구 동구 신천동의 청구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들이 교실로 향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2020.12.03. ljy@newsis.com


[대구=뉴시스]이지연 이은혜 김정화 기자 = "마음 다 잡고 왔는데도 참 떨리네요", "지금껏 잘 해 왔잖아요. 스스로를 믿어보세요"

3일 오전 6시30분.

대구 동구 신천동의 청구고등학교 교문을 200여m를 남겨두고 수험생이 마스크 너머 떨리는 심정을 전했다. 취재하는 기자도 조심스러워 거리를 둔 채 조용히 응원 한 마디를 건넸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전염병 확산 속에 치러지는 수능이기에 거리 전체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매년 교문 앞 떠들썩했던 수능 응원전도 올해는 볼 수 없었다. 수능 한파를 꺾을 정도로 열성이던 후배들의 응원전이 없어서인지 올해는 더욱 춥게 느껴졌다.

오전 7시가 조금 지나자 수험생들이 하나 둘 교문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교문 앞에는 차에서 내리는 수험생들로 마치 '드라이브 스루'를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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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이지연 기자 = 2021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일제히 치러지는 3일 오전 대구 동구 신천동의 청구고등학교 앞에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2020.12.03. ljy@newsis.com

수험생들은 긴장된 표정들이 역력했다. 아이를 교문 앞까지 데려다주고 바로 옆 상가 앞에서 걸음을 못 떼는 학부모들도 여럿 있었다.

산격동의 한 학부모는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수험생들과 또 증상이 있는 학생들 모두 구분해서 치러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3수험생 학부모로서 올해는 정말 수능을 못 치르는 게 아닐까 걱정이 컸다"며 "(마치면) 따뜻하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준비하려 한다"고 애써 웃어보였다. 

그는 입실해 있는 아들에게 "실수하지 말고 차분하게 잘 치르기를 바란다"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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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이은혜 기자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전 대구교육청 24지구 제6시험장인 대구 수성구 황금동 경북고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이 시험장에 들어서는 수험생 자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2020.12.03. ehl@newsis.com

대구 수성구의 경북고등학교 앞.

늦어진 날짜만큼 쌀쌀한 날씨에 수험생들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묵묵히 교문을 통과했다. 한 손에는 도시락 가방이 들려 있었다.

매년 시험장을 뜨겁게 달구던 교사와 후배들의 응원, 자원봉사자들의 간식 나눔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배웅 나온 가족들로 비교적 활기찬 분위기가 연출됐다.

수험생들은 부모와 포옹하거나 짧은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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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이은혜 기자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전 수험생들이 대구교육청 24지구 제6시험장인 대구 수성구 황금동 경북고등학교 교문을 통과하고 있다. 2020.12.03. ehl@newsis.com

자녀를 데려다준 50대 주부 노경희씨는 "마스크 착용이나 책상 칸막이 등 익숙하지 않은 조건 때문에 더 긴장할까 걱정된다. 그저 준비한 만큼만 열심히 하고 오면 좋겠다"면서도 시험장 안으로 걸어가는 자녀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이날 시험에 응시한 백준혁(19)군은 잔잔한 미소를 띄며 "긴장된다. 얼른 시험이 끝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라며 "시험 환경이 평소와 달라 걱정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단체 응원은 금지됐지만, 친구를 격려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학교를 방문한 이들도 드문드문 있었다.

특히 'n수생' 친구를 응원하는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함께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의 얼굴을 보러 온 김용빈(21)씨는 "마스크 쓰고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다. 떨지 말고 파이팅하길 바란다"며 "친구의 삼수를 응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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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24지구 제14시험장인 수성구 범어동 대구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0.12.03. jungk@newsis.com

오전 7시를 전후로 수성구 범어동의 대구여자고등학교 앞에도 수험생들이 하나 둘 시험장을 향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예년과 달리 코로나19로 차, 커피 등을 전달하거나 모교에서 나온 시끌벅적한 응원은 없지만 함께 온 부모님과 배웅이 이어졌다.

수험생을 교문 앞까지 배웅해 준 아버지 이상현(50)씨는 "코로나19로 수업일수도 제대로 채우지 못했고 수업도 제대로 못 한 상태에서 시험을 치르게 돼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 같다"며 "면접도 동영상으로 진행하며 모든 것이 낯설어 힘들었을 것 같다. 앞으로 교육정책이 좀 더 실효성 있게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8시가 조금 넘어 간혹 들리는 사이렌 소리에 시민들은 걱정과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지나가던 경찰차를 바라보던 한 시민은 "자녀가 있거나 없거나 시민들 대부분 고생했던 학생들을 응원하는 마음은 같을 것 같다. 지금 시간에 경찰차 도움을 받는 걸 보니 수험생이 아마 시험장을 잘못 찾았거나 두고 온 물건들이 있어서 일 것 같은데 아무일없이 잘 치렀으면 좋겠다"며 횡단보도를 건넜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3일 오전 8시40분부터 일제히 시작된다. 통상 수능일이 11월이었던 반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학사 일정이 미뤄져 2주 연기돼 이달 치러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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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24지구 제14시험장인 수성구 범어동 대구여자고등학교에서 학부모가 수험생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2020.12.03. jungk@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ljy@newsis.com, ehl@newsis.com, jung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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