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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K 뉴딜'과 '미주대륙의 한국'이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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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2-05 06:00:00
윤찬식 주코스타리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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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윤찬식 주코스타리카 대사. (사진/외교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 11월 말 한·중남미 미래협력포럼에 아드리아나 볼라뇨스 코스타리카 외교차관이 참석했다. 당초 지난 9월에 방한해 우리 외교차관과 고위정책협의회를 갖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첫 대면 외교의 상징성을 선점하겠다고 의욕을 불살랐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방한이 늦춰졌다. 방한 직전 차관은 필자와 만나 주한대사 출신인 로돌포 솔라노 코스타리카 외교장관의 특별 당부로 포럼 참석 외에도 광폭 일정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면서 웃었다. 

코스타리카는 1948년 군대를 폐지하고 이를 헌법에 명시하는 등 평화, 민주주의, 인권존중 전통을 보유한 나라이고 글로벌 외교 무대에서도 기후변화, 비확산, 인권 등 선진 의제를 주도하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코스타리카는 탄소 중립을 표방하는 모범적인 환경보호 국가이기도 하다. 수력 풍력 지열 등으로 99%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는 생태 유토피아로 지구 생물종 다양성의 약 6%, 해양생물다양성의 3.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연안에 매장돼 있는 석유, 가스 탐사·개발을 대통령령을 통해 2050년까지 금지시키고 있는데, 아예 입법으로 대못을 박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환경 감수성이 강해서인지 개발, 탐사라는 단어를 싫어하고, 야생동물과 셀카 금지 캠페인(#stopanimalselfies)까지 전개하고 있어 해외 여행객들의 원성을 살 정도이다.

코스타리카는 오스카 아리아스 대통령(87년 노벨평화상) 시절이었던 2007년부터 독립 200주년인 2021년에 맞춰 탄소중립 목표를 추진하다가 2019년 2월에는 이를 더욱 발전시켜 '탈탄소 국가계획 2018-2050'을 선언했다. 필자도 참석한 이 선언식의 사회를 봤던 크리스티애나 피게레스 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이젠 탄소경제 체제를 역사박물관으로 모실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일갈했다. 군대를 폐지한 평화의 아이콘 국가이지만 탈탄소 선언은 또다른 군대폐지로도 비유되고 있다. 이에 코스타리카는 2019년 유엔환경계획이 수여한 지구 챔피언(Champion of the Earth) 상을 국가로서는 최초로 받았다.

코스타리카는 2050년까지 넷 제로(Net-Zero)를 목표로 단계별로 이행해야 할 분야와 전략을 제시했다. 이중에서 주목할 부분이 '탈탄소 교통인프라 전략'으로 15억5000만불 규모의 친환경 수도권 전기여객열차(TRP) 사업이다. 코스타리카판 그린 뉴딜인 셈이다. GDP 9%에 육박하는 재정적자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 극복이 변수이지만 우리 유관기관들은 사업 참여 기회를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35년까지 공공버스와 택시의 70%를 전기화시키려는 미래 모빌리티 계획도 눈여겨 볼 부분으로 최근 관용차량 구매 사업에서 현대자동차 전기차(Ioniq) 100대가 선정돼 코스타리카 도로를 누비고 있다. 2018년 방한했던 코스타리카 영부인이 아이오닉을 타고 다니더라고 일본대사가 필자에게 능청을 떤 적도 있었다.

코스타리카는 디지털 경제 전략도 추진 중으로 우리의 정부조달시스템 '나라장터'가 현지에서 성공리에 안착했다. 과학기술과 연구개발(R&D) 사업 관련 지식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지식플랫폼으로서 우리가 세계 최초로 코스타리카에 수출하고, 현지 대통령도 론칭 행사에 참석했던 국가과학기술 지식정보서비스(NTIS) 시범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작년 '과거로부터 시간여행하여 미래에서 귀환했다'고 코스타리카 언론에 방한 소감을 밝혔던 와그너 히메네스 국회과학기술위원장의 발의로 탈세 방지, 세관행정 현대화 등을 위한 디지털 조세·관세 구축체제(Hacienda Digital) 법안도 최근 통과돼 입찰을 앞두고 있다. 

이렇듯 코스타리카의 탈탄소-디지털 전략에는 우리와의 접점이 있고 서로 협력할 여지가 풍성할 것 같다. 우리 정부는 최근 경제구조와 체질을 대전환하기 위해 K 뉴딜(그린 뉴딜, 디지털 뉴딜)을 천명하고 2050년 탄소중립 목표까지 선언했다. 우리의 탄소중립 추진 발표가 나자마자 유엔은 즉각 환영하며 향후 구체적인 이행을 기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 만큼 절박하고, 대안이 없으며, 국제사회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반증 아니겠는가. 이러한 대전환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녹색혁명 협력을 일구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한·코스타리카 양국뿐만 아니라 우리가 글로벌 그린(green) 외교 지평을 넓히고 주도할 수 있는 아방가르드 테마이기도 할 것이다. 여러모로 100년의 기획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우리 대사관과 함께 관람했던 카를로스 알바라도 대통령 내외는 외아들에게 붉은악마 셔츠를 입히고 트위터에 가족사진을 공개한 적도 있어 주변 외교단의 부러움을 산 적이 있다. 최근 알바라도 대통령의 대국민 국정연설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코스타리카는 중미의 스위스를 넘어 미주대륙의 한국(Corea de America)이 되도록 꿈꾸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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