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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후유증 겪던 멕시코 교민…폐이식 받고 새삶

등록 2020.12.08 10: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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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교민, 코로나 후유증으로 폐기능 상실

아들이 보낸 메일 한통이 희망을 불씨 돼

귀국 후 서울아산병원에서 극적으로 폐이식

10시간 넘는 대수술 받고 회복…퇴원 준비중

[서울=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유증으로 폐기능을 상실한 멕시코 교민 김충영(여·55)씨가 의료진들과 입국 100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씨는 지난 9월11일 서울아산병원에서 폐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뒷줄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최세훈 , 홍상범, 오동규, 박승일 교수. 앞줄 왼쪽부터 남편 정갑환씨와 김충영씨.(사진 : 서울아산병원 제공) 2020.12.8.

[서울=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유증으로 폐기능을 상실한 멕시코 교민 김충영(여·55)씨가 의료진들과 입국 100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씨는 지난 9월11일 서울아산병원에서 폐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뒷줄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최세훈 , 홍상범, 오동규, 박승일 교수. 앞줄 왼쪽부터 남편 정갑환씨와 김충영씨.(사진 : 서울아산병원 제공) 2020.12.8.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저희 어머니를 살려주세요. 폐이식이 꼭 필요합니다:

8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지난 8월 해외에 있는 한 환자가 코로나19 완치 후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증이라는 후유증이 생겨 고통을 받고 있다는 메일이 이 병원에 도착했다. 멕시코에서 자영업을 하던 50대 교민 김충영(여·55)씨의 아들 정재준(34)씨가 국내 의료진에게 보낸 메일이다.

김씨는 폐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인공호흡기와 에크모에 의존하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폐이식뿐이지만 멕시코 현지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현지 의료진의 말에 김씨와 가족들은 절망에 빠져 있었지만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현지 의료진과 연락해 김씨의 상태를 파악하고 폐이식 가능 여부를 판단했다.

한국대사관의 도움으로 김씨는 지난 8월 8일 에어엠뷸런스에 올랐고, 멕시코를 출발해 캐나다 캐나다, 미국, 러시아 등 4개국을 거쳐 24시간 넘게 비행한 끝에 고국에 도착했다.

폐이식은 뇌사자가 기증한 폐가 나오더라도 항원·항체 반응 검사를 통해 수혜자에게 맞는지 거부반응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기부자가 나오더라도 장기간 항생제 치료와 수혈을 받았던 김씨에게서 항체 문제로 계속 거부 반응이 나오는 결과가 이어졌다.

계속되는 거부반응 결과에 폐이식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료진의 걱정도 있었지만 마침내 지난 9월 11일 김씨에게 이식이 가능한 뇌사자의 폐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은 즉시 폐이식팀과 간호사 등 20여명의 의료진을 동원했고, 10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김씨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김씨는 폐를 이식받은 후에도 오랫동안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했고 폐기능이 예상만큼 빨리 회복되지 않았지만 적절한 중환자 치료로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었고 지금은 재활치료를 받으며 퇴원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멕시코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완치 이후 폐렴과 패혈증, 폐섬유증까지 생겨 삶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막막한 상황에서 가족과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폐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감격과 가족과 모든 의료진에게 감사한 생각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들 정씨는 "폐이식 진행이 불가능한 멕시코에서 다시는 어머니를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매일이 지옥 같았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보낸 한 통의 메일에 폐이식팀 모두가 하나되어 움직였고, 다시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어머니를 보니 꿈만 같다. 폐이식팀 의료진들의 따뜻한 마음이 깜깜했던 우리 가족의 앞날을 다시 밝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국내 폐이식 생존율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폐이식을 받은 환자 130명 이상을 분석한 결과 5년 생존율은 62%를 기록했다. 1년, 3년 생존율은 각각 78%, 67%를 기록했다. 이는 그동안 간이나 심장 등 타 장기에 비해 생존율이 낮아 이식 수술을 망설였던 말기 폐부전 환자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

수술을 집도한 박승일 흉부외과 교수는 "멕시코에서 코로나19 후유증에 의한 폐섬유화로 에크모에 의존하며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던 재외국민을 고국에서 폐이식으로 살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메일 한 통이지만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의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과 가족들의 강한 의지가 만나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칠 수 있었고, 김씨는 현재 건강을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홍상범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김씨는 이송 당시 워낙 위중한 상태였지만 폐이식 수술 후 환자와 모든 의료진들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특히 폐이식 후 중환자실과 병동에서 모든 간호사들의 환자를 중심으로 한 팀워크가 있었기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앞으로도 폐이식팀은 팀워크와 유기적인 다학제 시스템 구축으로 폐이식 환자들의 질 높은 통합관리를 이어가며 생존율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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