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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로]탈북·월북 통로가 된 한강 하구…활용 방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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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2-20 08:00:00
지난 7월 월북한 탈북민 김씨, 중립수역 활용
남북한 대치 속에 교통로와 운송로 기능 상실
1990년대 선박 인양, 황소 구출 등 협력 사례
경기도, '인천공항~개성공단 고속도로' 구상
정전협정상 관할권 가진 유엔사 설득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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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군이 탈북민 김모씨가 강화도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 월북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확보해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탈북민 김모(24)씨가 북한 개성으로 넘어간 지 5개월이 지났다. 김씨는 지난 7월18일 강화도 북부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 우리 군의 감시망에서 벗어났고 이후 조류를 타고 1시간여 만에 북한 쪽으로 넘어갔다.

이 때 김씨가 활용한 월북 경로가 바로 한강 하구 중립수역이다. 사실 김씨는 3년 전 탈북할 때도 이 수역을 활용했다. 개성시 개풍군 해평리에서 살던 김씨는 2017년 6월17일 한강 하구 중립수역을 헤엄쳐 건넌 뒤 김포 조강리를 통해 귀순했다.

김씨가 탈북·월북 경로로 활용한 한강 하구는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한 뒤 서해 바다로 유입되는 강화도 북쪽 수역을 가리킨다. 중립수역은 총 연장 약 70㎞에 면적은 약 280㎢, 폭은 1~10㎞다. 평균 수심은 2~4m, 최대 수심은 약 14m다.

중립수역 남쪽은 경기도의 파주시, 고양시, 김포시와 인천시의 강화군과 접한다. 중립수역 북쪽에는 황해남·북도의 개풍군, 배천군, 연안군 등이 잇닿아있다.

한강 하구는 예로부터 인근 주민 간 교류·왕래가 활발해 어버이강, 즉 조강(祖江)이라 불리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강 하구는 삼국시대부터 각축전이 치열했던 곳이다.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삼았던 고려와 조선은 수륙 교통의 요지인 이 권역에 수도를 정했다. 자연히 이곳은 우리 민족사에서 정치·문화·경제 중심지가 됐다. 제국주의 세력이 조선으로 침입하던 경로도 한강 하구였으며 그래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곳도 이 주변 지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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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강하구 수역. 2020.12.16. (사진=김국래 논문 캡처)
이처럼 한강 하구와 주변지역은 지정학·지경학적 가치가 커서 6·25전쟁 과정에서도 한강 하구와 주변지역은 남북 모두 상대방에게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 결국 어느 일방도 단독으로 한강 하구를 장악하지 못했다.

한강 하구 중립수역은 육지에 있는 비무장지대(DMZ)처럼 남북한을 가르고 있긴 하지만 비무장지대와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비무장지대는 남북한 주민의 육상 통행을 전면 금지하지만 중립수역은 원칙적으로 남북 주민의 통행이 가능하다.

6·25전쟁을 마무리했던 정전협정은 한강 하구를 '남북 민간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이 보장되는 수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협정 문구상 남북한 주민이 한강 하구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야 했지만 전쟁 이후 남북 간 군사적 대치 탓에 비무장지대와 다를 바 없는 곳이 돼버렸다.

남북 대치 탓에 한강 하구는 교통로와 운송로의 기능을 상실했으며 아무도 다닐 수 없는 지역으로 변해버렸다.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은 바다로 나가는 하구의 이용이 봉쇄됨으로써 반쪽짜리 강이 됐다. 임진강 역시 선박으로 짐을 실어 나르는 수운 기능을 상실했다. 한강 하구 자체도 지난 수십년간 침전과 퇴적이 계속돼 곳곳에 강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오늘날 한강 하구는 남북한 초병들이 강기슭에서 서로를 경계하고 감시하는 적대적 지대이자 방치된 수역이 됐다.

그럼에도 한강 하구에서 남북 간 교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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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5일 남북 공동으로 한강하구수로 조사를 시작한 가운데 남측조사단이 인천 강화도 창후리 선착장을 출발하고 있다. 남북은 한강과 임진강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수로 조사를 시작한다. 군 당국 및 해운 당국 관계자, 수로 조사 전문가 등이 참여한 공동조사단은 남북 각각 10명으로 구성됐다. 2018.11.05.  photo@newsis.com
김국래 전 중국산동대 교수는 논문 '정전협정 체제의 현황과 한강하구의 지위'에서 한강 하구를 둘러싼 남북 간 협력 사례를 소개했다.

1990년 수해 당시 한강 하류와 임진강 변의 자유로 공사를 위해 축조된 제방이 유실되자 공사를 하던 건설업체는 군사정전위원회에 한강 하구 진입 허가를 요청했다. 북한도 이에 동의했다.

같은 해 11월 준설선 2척, 바지선 1척, 예인선 3척, 양묘선 2척 등 선박 8척과 28명(군정위 8명, 선원과 작업인원 20명)이 교동도에서 출발해 북한 개풍군과 우리 측 강화도 사이의 수역과 오두산 인근을 통과한 후 한강을 거슬러 고양군 지도읍 전류리 사미섬에 도착해 작업했다. 이는 정전 후 처음으로 남북 합의 하에 민용 선박이 한강 하구 수역에 진입한 사례로 기록됐다.

1997년 1월17일에는 강화도 동북쪽 한강 하구 수역에 있는 유도(留島)에서 황소 구출 작전이 벌어졌다. 해병대원 8명과 수의사 1명 등 9명이 1996년 여름 홍수 당시 북한 측에서 떠내려 와 이 섬에서 6개월가량 고립돼있던 황소를 구출했다.

당시 우리 군은 대북 통지문을 발송한 후 7인승 고무보트 2대를 묶은 황소 운반용 보트와 또 다른 7인승 고무보트를 타고 한강 하구로 진입해 황소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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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5일 남북 공동한강하구수로 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인천 강화 교동도 북단 한강하구에서 윤창휘 공동조사단장과 북측조사단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군 당국 및 해운 당국 관계자, 수로 조사 전문가 등이 참여한 공동조사단은 남북 각각 10명으로 구성됐다. 2018.11.05.  photo@newsis.com
1999년 8월에는 홍수로 우리 측 150t급 민간 모래 준설선 1척이 한강 하구 수역 내 북측 지역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에 예인선 회사는 예인장비를 갖춘 예인선 2척을 개성 판문군 월정리 관산포 인근으로 들여보내 준설선을 끌어왔다. 군 당국은 선박의 안전한 구조를 위해 북측에 협조를 구하도록 유엔사 측에 요청했고 북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2005년 11월에는 서울시와 경남 통영시가 한강에 전시 중이던 거북선을 한강 하구 수역을 경유해 한산대첩 전적지 해상으로 예인하는 행사가 열렸다. 당시 우리 측은 거북선 이동 일정에 관한 대북통지문을 발송했고 북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물론 이 같은 협력은 예외적인 사례다. 한강 하구와 관련한 대부분의 협력 시도는 좌절돼왔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평화예술인국제연대한국지부,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등 민간단체는 2000년 '한강에서 서해로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를 계획했지만 유엔군 사령부와 우리 국방부의 허가를 얻지 못해 한강 하구 수역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강 하구 수역인 강화군 교동도 북동쪽의 퇴적지인 청추초(礁)에 2020년까지 13년간 2조6000억원을 투입해 총면적 30㎢, 인구 20만 명, 여의도의 9배인 900만평 면적의 '나들섬'을 조성해 국제 비즈니스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은 성사 가능성이 희박했고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남북 군 당국이 2018년 체결한 9·19 군사합의에 담긴 한강 하구 관련 협력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9·19 군사합의에서 남북은 한강 하구를 공동이용수역으로 설정해 공동 수로조사와 민간선박 이용을 군사적으로 보장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분단 이후 65년 만에 남북이 한강 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기초적인 물길 조사를 했다. 2018년 11월5일부터 12월9일까지 35일간 남북 수로전문가 각 10명이 참여해 660㎞ 구간을 측량했다. 이후 남북관계가 교착되면서 더 이상의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또 우리 정부는 한강 하구 골재 채취를 통해 임진강 하류지역(문산) 수위를 낮춰 수해를 예방하고 수도권 일대에 골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좌절이 거듭되고 있지만 한강 하구를 평화지대로 조성하려는 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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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강하구 간선교통망 구축 구상도. 2020.12.16. (사진=경기연구원 제공)
통일부와 환경부, 국립생태원은 지난달 2일부터 10개월간 한강(임진강) 하구 우리 측 지역 습지에 대한 생태조사를 하고 있다.

경기도는 김포시 월곶면과 북한의 개풍군을 잇는 보행 육교와 나루 뱃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경기도는 김포시, 강화군, 개풍군(북한), 연안군(북한), 해주시를 연결하는 '남북 1축 간선 교통망'과 '인천공항~개성공단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 같은 사업을 성사시키려면 북한의 협조를 끌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지만 유엔군 사령부(유엔사)를 설득하는 것도 선결 과제다. 한강 하구는 정전협정에 따른 유엔사 관할지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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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4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유엔사 장병들이 비무장 상태로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2020.11.04. photo@newsis.com
정전협정에 따르면 유엔사와 북중 연합군은 한강 하구 중립수역에서 자기 측 인원과 선박에 대해 민사행정·구제사업을 책임진다. 유엔사는 협정에 따라 한강 하구 내 선박 등록 등 모든 행정사항을 관장하고 있다. 유엔사가 반대하면 한강 하구에서는 어떤 사업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유엔사가 남북한의 한강 하구 협력 사업에 어깃장을 놔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정태욱 인하대 교수는 '한강하구의 공동이용 : 정전협정과 유엔사의 관할권 논문'이라는 논문에서 "만약에 유엔사가 선박 등록에서 실질적 심사를 통해 일정한 선박을 차별적으로 제한한다면 이는 정전협정에 근거가 없는 위법적 재량행위"라며 "한강 하구는 육상의 비무장지대와 달리 유엔사가 '특정의 허가권'을 행사하는 지대가 아니다. 한강하구에서의 통제는 육상의 비무장지대의 통제에 비해 훨씬 완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유엔사는 정전체제 평화유지를 담당하고 정전협정의 성격은 군사적 문제에 국한된다고 할 때, 유엔사가 남북의 교류 협력과 남북 사이의 평화적 합의를 방해할 이유는 없다"며 "군사정전위원회(북미 장성급 회담)에서 정전협정과 후속합의서를 개정하기 이전이라도 유엔사는 남북의 평화협력 사업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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