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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벌]"성인VR 만든다" 1억 투자…사기 혐의 무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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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1-17 11:00:00  |  수정 2021-01-17 11:07:17
성인 VR 사업 투자 권유해 1억여원 교부
등급심의 못받은 영상시연…사기로 기소
법원 "공급 계약 체결 등 사업 토대 갖춰"
"기망하거나 금원 편취 범의 없어"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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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성인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1억여원을 투자받았다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실제 성인 VR 사업이 정상 진행 중이었고 기망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VR 기기를 이용한 성인영상물 시청사업을 준비하던 A(53)씨는 2017년 11월 투자자를 물색하던 중 B씨 등에게 초기자금 20억원을 투자하면 1차년도에 가맹점 200개를 모집해 75억원 수익을 낼 수 있다는 'VR 사업기획안'을 보여줬다.

A씨는 "VR 사업을 하기 위해 영화감독을 영입해 일본 성인배우가 출연하는 VR 성인영상 시리즈물을 제작하고,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심의를 받는 등 수억원을 들여 VR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전망이 좋다"며 투자를 제안했다.

이를 믿은 B씨는 이 사건 피해자인 지인 C씨에게 VR 사업의 부산지역 가맹점 총판계약을 권유했고, C씨는 투자 여부 결정에 앞서 VR 기기를 통해 가맹점에서 시청할 영상물의 시연을 요청했다.

이에 A씨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VR 기기를 통해 SD카드에 미리 저장해 놓은 성인영상물을 시청하게 하고 'VR 사업기획안'을 보여준 뒤, 2017년 12월 C씨와 총판약정서를 체결해 합계 1억3000만원을 송금받았다.

하지만 실제 해당 영상물은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심의를 받지 못하고 내용상 등급분류를 받을 수 없는 영상으로 C씨를 기망해 재물을 교부받았다며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이 사건 당시 게임회사와 플랫폼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VR 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며 "시연을 급하게 준비해 불법 포르노 영상물이 포함된 샘플 영상을 보여줬을 뿐, 기망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류일건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류 판사는 "이 사건 무렵 A씨는 VR 콘텐츠 제작·판매 게임회사와 플랫폼공급 계약을 정상 체결했다"며 "VR 영상 시청 매장을 개장할 경우, 게임회사가 보유한 VR 콘텐츠를 상영할 수 있는 토대를 어느 정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영화감독은 위와 같이 일본 성인영상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한 VR 전용 성인영화를 제작한 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를 획득했고, 시중에 이를 유통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해당 영화감독이 제작한 성인영상물 정도 수준으로 VR 사업의 가맹점 모집이 어렵거나 A씨가 C씨에게 가맹점 모집이 가능한 정도의 영상물을 공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C씨가 본 'VR 사업기획안'에는 등급분류 심의번호까지 기재돼 있다"며 "당시 상황을 볼 때 '정부가 VR 영상 시청사업 자체에 대해 허용했다' 취지로 말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를 토대로 류 판사는 "A씨가 이 사건 총판계약을 체결하고 그 약정금 중 일부를 지급받을 당시 C씨를 기망했다거나 금원을 편취할 범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무죄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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