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문화일반

[인터뷰]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 "손해 나도 공연 멈추기 힘들어요"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21-01-15 12:08:41  |  수정 2021-01-15 13:23:52
3년 만에 '팬텀' 제작 3월17일부터 샤롯데씨어터서 공연
작년 공연 취소로 협력업체에 선급금 통큰 지원 화제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엄홍현 대표. 2021.01.15.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코로나19의 확산세는 예측이 어렵고 정부의 강력한 방역지침의 필요성도 물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파 위험이 적은 공연장의 특수성을 이해해주시고, 공연이 직업인, 생계가 걸린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인건비가 보존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조성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오는 3월17일부터 6월27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박은태·카이·전동석·슈퍼주니어 규현을 앞세운 뮤지컬 '팬텀'을 선보인다.

이 뮤지컬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직격탄을 맞은 지난 2015년 국내 초연했다. 당시 평균 객석점유율 96%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 메르스 공포로 침체된 공연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2018년 재연 성공 이후 3년 만에 돌아오는 이번 세 번째 공연은 메르스에 이어 또 다른 감염병인 코로나19를 맞닥뜨렸다.

15일 서면으로 만난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작년 초까지만 해도 낙관적으로 상황을 내다보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3개월 혹은 여름이면 종식될 거라 예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EMK는 작년 상반기에 공연 취소로 회사 유지가 어려운 협력업체에게 선급금을 지원하는 등 통 큰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뮤지컬 '팬텀'. 2021.01.15.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하지만 예상 외로 1년이 넘게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지면서, 업체들이 선급금을 받은 일조차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공연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수십만명의 스태프와 배우들을 포함 업계 전체가 참담한 상황이다.

EMK는 '레베카' '모차르트!' '웃는남자' 등 블록버스터 작품을 올려왔다. 보통 대극장뮤지컬은 공연 장르 중 가장 수익을 많이 올릴 것이라고 추정한다. 하지만,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규모를 만들고, 실력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위해서는 기본 제작비가 100억원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그런데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방침에 따라 공연계에 좌석 간 두 칸 띄어앉기가 적용돼 출혈이 크다. 대극장 공연을 유지하기 위한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유료점유율은 60~70% 내외. 현재는 객석의 30%만 판매할 수 있어 손익분기점의 반도 못 미친다. 결국 공연의 진행 여부를 제작사가 판단해 책임을 지고, 제작사는 고스란히 그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엄 대표는 "사실상 공연을 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손해가 덜 한 실정입니다. 기본적으로 공연을 안 하는 결정을 내려도, 정부의 행정명령이 아닌 제작사의 판단이기에 공연 1회당 수천만원이 매일 마이너스로 쌓여가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제작사들이 공연을 멈추기는 힘들다. 공연이 직업이고 생계인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윤홍선(왼쪽부터) 에이콤 프로듀서,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프로듀서, 신춘수 오디컴퍼니 프로듀서, 송승환 피엠씨프로덕션 프로듀서,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 박명성 신시컴퍼니 프로듀서, 설도권 클립서비스 프로듀서,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본부 프로듀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뮤지컬인의 한 목소리 2020 뮤지컬 갈라 'The Show must go on!'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8.10. 20hwan@newsis.com
엄 대표는 "이미 지난 1년 동안 수많은 공연 관계자들이 생계유지가 어려워 공연계를 떠났다"고 했다. "이렇게 5년 이상 된 베테랑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업계를 떠나면, 결국은 앞에서 끌어주는 선배나 장인들이 부재한 상태에서 경력이 없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빈자리를 메우게 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작품 전체의 퀄리티가 낮아지고, 전반적인 공연 산업이 후퇴하는 일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MK는 최근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드레스 리허설 상영회를 통해 수익금 전액을 앙상블과 스태프들에게 지급하는 등의 지원을 했지만, 두 자리 띄어 앉기가 계속되면 기본적인 지원조차 불가능하다.

공연장의 안전은 이미 증명됐다. 확진자가 다녀갔을 뿐, 공연장 내 전파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은 '특수한 공간'으로 통한다. 한 공간에 밀집된 인원이 많아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고, 정면만 바라보며 대화도 하지 않는다. 요즘에는 극장 내 카페도 운영이 금지, 음식 섭취도 불가하다. 발열 체크나 QR코드 확인은 필수다.

특히 작년에 '오페라의 유령' '캣츠' 내한공연은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극장이 문을 닫은 가운데 유일하게 무대에 오른 투어 공연이라 'K-방역의 상징'으로 통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공연장 객석의 100%나 70%을 연다고 해도 관객들의 정서상 반 정도만 판매되고 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웹 뮤지컬 '킬러파티'. 2020.11.26. (사진 = EMK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이런 상황에 대해 엄 대표는 "좌석 띄어 앉기가 아닌 점유율을 65%로 제한하는 완화된 지침을 내려주신다면, 관객들은 관람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고 제작사는 손해를 줄여 공연예술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공연이 올라갈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은, 객석점유율을 65%까지 채울 수 있게 지침을 완화해주시는 일입니다. 65%라는 숫자는 제작사가 투자사를 설득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자 공연에 생계가 달린 스태프와 배우들의 인건비를 보존해 공연이 계속될 수 있는 마지노선입니다."

앞서 EMK를 비롯 PMC프러덕션, 신시컴퍼니, 클립서비스, 오디컴퍼니,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CJ ENM, 에이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쇼노트가 등이 속한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가 두 좌석 띄어앉기를 재고해달라고 정부에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엄 대표는 "EMK뿐만 아니라 모든 공연 제작사들은 지금 같은 시기에 수익을 바라고 공연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손익만 생각한다면 오히려 공연을 접는 편이 나은 절체절명의 상황입니다. 공연이 직업이자 생계인 사람으로서,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공연을 지켜내고자 함"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뮤지컬이 차세대 한류 콘텐츠로 지목받고 있는데 다른 문화 콘텐츠보다 정부 등의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옥주현·김준수·규현을 비롯한 한류 스타들도 뮤지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엄홍현 대표. 2021.01.15.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엄 대표는 "이미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스태프들이 경험하고 말해왔듯, 또 우리가 해외에 나가서 해외의 뮤지컬을 보면 알 듯, 한국의 뮤지컬은 이미 세계 어느 무대와 겨루어도 손색없는 훌륭한 발전을 이뤄냈다"고 봤다.

"K-뮤지컬(Musical) 역시 K-팝(Pop)처럼 세계인들에게 감동과 위로, 행복과 즐거움을 줄 수 있어요. 우리 문화를 알리는 길을 만들 수도 있고, 외화를 벌어오는 국익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가진 분야"라고 긍정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맞은 지금 가장 필요한 지원책은 "공연인들이 일을 계속 할 수 있게끔 최소한의 여건을 만들어 주시는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EMK는 '모차르트!' '엑스칼리버'를 온라인 유료 중계하고, 웹뮤지컬 '킬러파티'를 선보이는 등 코로나19에 따른 여러 변화에 유연하고 재빠르게 대응해왔다.

엄 대표는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절실히 느낀 것은 "관객분들에 대한 고마움"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도 객석을 지켜주시는 관객분들의 사랑과 응원 덕분에, 스태프들과 배우들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계속해서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믿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면, 어두운 시기에 갇혀 있는 우리들에게 공연과 예술만이 우리를 위로하며 견디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한 순간만이라도 누군가에게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면, 어두운 오페라 지하에 사는 (뮤지컬 '팬텀의 주인공인) '에릭'에게 자신의 음악이자 빛과 같은 존재 '크리스틴'이 있듯이, 예술의 존재가 우리 삶에 등불 같은 생명력을 불어 넣어 줄 것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문화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