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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윤석화 "'명성황후', 윤호진 저력·김희갑·양인자 노래는 지금 들어도 탁월"

등록 2021.01.18 10:28:42수정 2021.01.25 10: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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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주년 뮤지컬 '명성황후' 오페라극장서 공연

1995년 12월 초연 '명성황후' 맡아 애정

"올해 만 65세 단 1회만이라도 출연 욕심 있어요"

[서울=뉴시스] 윤석화. 2021.01.18. (사진 = 소속사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윤석화. 2021.01.18. (사진 = 소속사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명성황후'는 관객과 최초로 정면 승부한 창작뮤지컬이에요."

뮤지컬 '명성황후'가 25주년을 넘겼다. '살짜기 옵서예'(1966)로 시작된 국내 뮤지컬 역사에서, 대극장 작품의 효시로 통한다. 아시아 뮤지컬 사상 첫 뉴욕 브로드웨이 진출(1997) 등 K-뮤지컬의 역사를 써왔고, 여전히 써내려가고 있다.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1851~1895) 시해 100주기였던 지난 1995년 12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했다.

오는 19~20일 김소현·신영숙 주연의 25주년 기념작 프리뷰 공연을 같은 공연장에서 선보인다(공연은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개막일을 정한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와 흐름을 함께한다. '1대 명성황후'였던 배우이자 연출가인 윤석화를 만나 '명성황후'의 의미를 들어봤다.

 작년 데뷔 45주년을 맞은 윤석화는 명실상부 '연극 여제(女帝)'다. 깊은 고민과 강렬한 카리스마로 명성황후의 원형을 만들었고 후배들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최근 연희동 자택에서 만난 윤석화는 "명성황후 캐릭터를 고민하면서, 두 가지에 중점을 뒀어요. 왕비다운 품위, 기개죠. 그것이 뛰어났기 때문에 시해를 당한 거예요. 겉보기에 여린 여성 같지만 그 안엔 에너지가 대단했습니다"고 말했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뮤지컬계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요?

"창작뮤지컬 제작이 쉽지 않은 때에 큰 일조를 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많이 애를 썼죠. 윤호진 에이콤 대표의 저력이 돋보였죠. 연출자로서도 탁월하지만, 프로듀서로 시대를 읽는 통찰이 상당히 뛰어난 분이에요. 그리고 (뮤지컬 '명성황후' 넘버를 작곡·작사한 부부인) 김희갑·양인자 선생님의 노래는 지금 들어도 기가 막힙니다. 이분들을 가장 높이 치하해요."

-당시 뮤지컬 무대는 어땠습니까?

[서울=뉴시스] 윤석화. 2021.01.18. (사진 = 소속사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윤석화. 2021.01.18. (사진 = 소속사 제공) [email protected]

"'동녘 붉은 해 동녘 붉은 해 스스로 지켜야하리. / 조선이여 무궁하라, 흥왕하여라.'(극의 마지막에 명성황후 시해사건 뒤 죽은 이들까지 모두 일어나 함께 부르는 합창곡 '백성이여 일어나라' 중)를 부를 때 관객들이 압도당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전 겹겹이 입은 의상을 1분도 안되는 시간에 갈아입고 나와야 하는데 호흡까지 가다듬어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었죠. 절체절명의 순간에 몰입하는 정신은 다른 '편집 예술'이 줄 수 없는 '무대 예술'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윤석화가 보여준 '명성황후' 초연 자료 필름에서 그녀는 단단하고 품격 있는 명성황후를 보여줬다.)  

-'왕가 여인'의 삶을 많이 연기해오셨습니다. '명성황후' 초연 직전인 같은 해에 '조선의 마지막 왕녀' 덕혜옹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연극을 올리셨고, 단종의 비로 기구한 사연을 지닌 정순왕후도 맡으셨죠. 이와 별개로 해방 공간에서 간첩이라는 죄목으로 처형당한 여성 김수임 사건을 소재로 한 '나, 김수임'에도 출연하셨습니다.

"역사 속에서 사라진 여성들을 위해 진혼굿(죽은 사람의 넋을 달래어 위로하기 위해 하는 굿)을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다들 얼마나 한이 많았을까요. '우리가 당신을 기억합니다' '당신이 살아간 의미를 기억합니다'는 마음이죠.”

-선생님에게 '명성황후'는 어떤 의미였습니까?

"배우로서 사명감을 느끼게 됐고, 역사의식을 갖출 수 있었죠. 제가 올해 만으로 65세인데, 무대 위 배우는 스무 살이 많거나 스무 살이 적은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해요. 25주년 공연을 한다길래 단 1회만 출연해도 좋으니, 제작사에 농담반 진담반으로 명성황후를 맡게 해달라고도 했죠. 정신이 살아 있고, 애정이 있는 한 못할 무대는 없다고 생각해요. 노래도 발성 연습을 더 하면, 예전보다 잘할 거 같은 생각이 들어요.(웃음)"

-나이듦이란 무엇입니까.

"늙었다고 지성이 없는 건 아니죠. 트렌디한 것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지 감각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드라마 '여신강림' '런온'도 딸과 함께 재미있게 보고 있고요. '경이로운 소문'도 꾸준히 보고 있죠. 그리고 나이가 들면, 쓸데없는 생각이 많이 줄어듭니다. 지성, 열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죠. 오히려 지혜는 쌓여 가요. 물리적인 에너지는 어쩔 수 없지만요. 요즘 유재석 씨가 진행하는 '놀면 뭐하니?'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올해 '새로운 인물'을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유재석 씨도 그렇고 김태호 PD도 그렇고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져요. 이참에 나이든 분들도 찾아줬으면 해요.(웃음) 상반기 중 실버 세대를 다룬 드라마에 출연할 예정인데, 기대가 커요."

[서울=뉴시스] 윤석화. 2021.01.18. (사진 = 소속사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윤석화. 2021.01.18. (사진 = 소속사 제공) [email protected]

-박정자 선생님이 출연하시는 연극 '19 그리고 80' 연출도 앞두고 계시죠?

"1년 전부터 준비를 했어요.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죠. 새로운 방식의 영상을 선보이고 싶어 고민 중이에요. 무대를 포함해 전체적으로는 미니멀하게 연출할 생각입니다. 배우의 존재감이 빛날 수 있게 헌정하고 싶어요. 박정자 선생님이 팔순을 맞아 출연하시는 연극인데 오래 전부터 제가 연출을 하기로 약속을 했거든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때에 제작을 선뜻 맡아준 신시컴퍼니에도 고마워요. 더 최선을 다해야죠. 하반기에는 저도 무대에 서고 싶어요. 문래동 작은 공연장에서 관객이 10명이 오더라도,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하고 싶어요."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계, 특히 연극·뮤지컬을 포함한 공연계가 참 어렵습니다.

"저도 예정됐던 무대가 모두 취소됐고 계획했던 일들을 연기했죠. 대신 집에서 살림을 하고 식물이 자라나는 걸 보면서 위안을 얻었어요. 연말마다 대기업들이 통 큰 기부를 하는데 제가 재벌이라면, 공연계에 모두 돈을 나눠주고 싶어요. 물론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불우이웃이 많지만, 공연계도 정말 힘들죠. 특히 연극을 하시는 분들, 그리고 막 공연계에 들어온 젊은 친구들이 힘듭니다."

-이런 시대에 공연계나 관객분들에게 전할 말씀이 있을까요?
 
"정말 힘든 때지만, 이 시간도 헛되지 않게 보냈으면 좋겠어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자신만의 보물창고를 만들어놓아야죠. 정부와 기업은 예술의 중요성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예술은 '겨울나무'와 같거든요. 혹독한 추위를 견디다 마침내 다시 살아나는 겨울나무요. 삶이 살아 있음을 깨닫게 하고, 우리가 살아가는데 나침반 역을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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