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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꺼진車 탔는데 뒤로밀려 사고…대법 "운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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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1-19 12:00:00  |  수정 2021-01-19 12:08:15
음주상태서 차량 다른 곳으로 옮기다 사고
시동 꺼진 차량 조작…뒤로 밀려 택시 충격
1심 "운전자 책임"…2심 "기어조작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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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시동이 꺼진 차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다 사고를 낸 사건에서 운전자가 변속기를 조작하지 않았다면 운전한 게 아니므로 사고로 인한 치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서울 마포구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로 운전해 다른 차량을 들이받아 사람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지인이 차량을 도로 한가운데 정차하자 A씨는 다른 곳으로 차량을 옮기기 위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지인은 해당 차량의 'STOP&GO'(정차시 시동이 꺼지는 것) 기능에 익숙치 않아 시동을 꺼뜨렸고, 차량이 뒤로 밀리자 A씨가 다시 탑승했지만 결국 뒤에 서 있던 택시와 부딪힌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행위가 안전한 곳으로 차량을 옮기기 위한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차량의 시동이 꺼져 있었으므로 자신은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자동차를 운전한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시동을 거는 것뿐 아니라, 변속기 및 페달 등을 조작해 앞으로 나아가게 하거나 후진시키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A씨의 행위를 운전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1심과 2심의 판단이 나뉘었다.

먼저 1심은 "A씨는 이 사건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148%의 만취 상태였으므로 섣불리 운전하는 경우 오히려 사고 발생의 위험성이 컸다"라며 "A씨가 만취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이 현재의 급박한 위난을 피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또 "A씨의 운전석 탑승 후 충돌까지 차량의 후미 제동등 및 보조 제동등이 반복적으로 점등 및 소등됐다"면서 "A씨가 제동장치를 조작하면서 차를 운전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변속기를 사용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운전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2심은 "STOP&GO 기능은 운전석 안전벨트 체결, 운전석 문 닫힘 등의 작동 조건이 만족되지 않을 경우에는 자동 해제된다"며 "A씨는 지인에게 차량의 운전을 맡기기 위해 사고 지점에 정차시키고 운전석 문을 열고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차량에서 내림으로써 STOP&GO 기능이 해제돼 시동이 완전히 꺼진 것으로 보인다"라며 "CCTV 영상 및 블랙박스 영상에 관한 감정서에 의하면 감정인은 '차량이 후진할 시점에 A씨는 변속레버를 R(후진기어)단에 놓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A씨가 자동차를 운전해 가려고 브레이크 페달 등을 조작하다 차량이 뒤로 진행됐다고 하더라도 변속레버를 후진기어에 놓지 않았다"면서 "A씨의 의지나 관여 없이 경사진 도로에서 차량이 뒤로 움직인 것으로 운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음주운전 혐의만을 인정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erlead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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