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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올해의프로듀서' 이헌재 "'작업의정석' 중단, 9년만에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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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1-22 08:50:04
뮤지컬 '사의 찬미' '미스트'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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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헌재 네오·더웨이브 대표. 2021.01.22. (사진 = 더웨이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공연을 지속하려고 노력한 것에 대한 차원이 아닐까 싶어요. 예정했던 작품들을 중단하지 않았고 유지해왔죠. 그것에 대해 '고생했다'는 의미 같습니다."

최근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가 '2020 올해의 프로듀서상'에 극공작소 마방진의 고강민 대표와 ㈜네오·㈜더웨이브의 이헌재 대표를 공동 선정했다.

고 대표는 고선웅 마방진 예술감독과 함께 대외 활동을 하며 얼굴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대학로 숨은 실력자'로 통하는 이 대표는 그간 외부 활동은 물론 언론 노출을 자제해왔다.

2012년 설립된 네오는 대학로 대표적 오픈런(종료 시점을 정하지 않고 계속 공연하는 것) 공연인 연극 '작업의 정석'을 시작으로 뮤지컬 '비스티' '사의찬미'(초연 제목 글루미 선데이), '어쩌면 해피엔딩' 초연(대명문화공장과 공동제작), '김종욱 찾기', '배니싱', '미스트'와 연극 '트레인 스포팅' 등 대학로 흥행작을 잇따라 선보였다.

최근 대학로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수상에 대해 연신 감사함을 표하면서도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코로나피해대책마련 범 관람문화계 연대모임이 발표한 성명서, 한국뮤지컬협회의 호소문에도 이름을 보탰다.

-코로나19 가운데 어떻게 버틸 수 있었습니까?

"다행히 네오랑 웨이브는 수익이 나는 회사였어요. 1년 정도는 손실을 감당할 수 있다고 봤죠. 언젠가는 미래가 밝아질 거라고 믿었고요. 하지만 지난해 연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 두 좌석 띄어 앉기가 적용이 되면서는 힘들더라고요. '작업의 정석'이 공연을 중단한 것은 약 9년 만인 이번이 처음입니다."

-학부 때는 영화를 전공하셨습니다. (중앙대 영화학과 출신으로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윤종빈 감독과는 선후배 사이다. 뮤지컬 '비스티'는 윤 감독의 동명영화가 바탕이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고등학교 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예술과 철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당시 이과였는데 실기가 없이 성적으로만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을 찾았죠. 어릴 때부터 영화관을 너무 좋아했어요. 그 때는 단관 시절이라 조조부터 밤늦게까지 한 영화를 줄곧 봤죠."

-그러다 어떻게 이탈리아에서 공연 이론과 역사를 공부하게 된 겁니까?

"영화 연출은 '문학적 상상력'이 중요한데, 저는 '이과적인 뇌'를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이탈리아에는 패션쇼 연출을 하고 싶어 갔어요. 기호학을 배워 '신체 기호학'을 무대 위에서 풀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에는 (기호학 석학인) 움베르트 에코 교수님이 계시니 그곳에서 배우자, 라는 야심찬 계획을 품은 거예요. 하지만 언어가 어렵기도 했고 제 역량이 안 되기도 했죠. 패션쇼 인턴십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공연계에는 어떻게 발을 들이시게 된 겁니까?

"귀국해서 6개월을 백수로 지냈어요. 한국에서도 패션쇼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지만 제가 아는 사람도 없었고 산업구조도 알 수 없었죠. 영화를 다시 하려고도 했지만, 처음부터 시작하기엔 제 나이도 많았죠. 서른다섯 살이었으니까요. 당시 친구들과 역삼동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근처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아이다’가 흥행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거예요. 뮤지컬 시장의 가능성을 봤고, 몇 군데에 이력서를 냈죠. 악어컴퍼니에서 저를 뽑아주셔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연극 '옥탑방 고양이' '클로저' 등을 제작한) 악어컴퍼니에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전 나이가 많은데 경험이 없고, 그저 가방 끈이 긴 직원이었죠. 처음에는 어린이 공연 세일즈를 했어요. 유치원 등을 방문해서 티켓을 파는 일이었죠. 그런데 제가 숫기가 없어 일을 잘 못하니까 제작부로 옮겨졌죠."

-네오는 어떤 계기로 어떻게 설립하시게 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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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미스트'. (사진 = 더웨이브 제공) 2020.03.26. realpaper7@newsis.com
"저는 '사업기획가'더라고요. 회사를 설립한 것은 생존을 위한 절박함이었어요. 제가 문화예술업종에서 마지막으로 고를 수 있는 선택지였습니다. 전세금으로 회사를 차렸어요. 망하면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서 칼국숫집을 차리려고 했습니다. 당시 제가 아는 칼국숫집이 모두 장사가 잘 됐거든요. 그 때 제 나이가 마흔이었어요. 아이도 막 생겼고요. 어려운 상황에도 지지를 해 준 아내에게 고마워요."

-'작업의 정석'을 네오 첫 작품으로 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 때는 오픈런 공연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어요. 기획, 유통, 마케팅 등을 아우르는 나름의 흥행 공식을 갖고 있었죠. '라이어', '보잉보잉', '옥탑방 고양이' 같은 대학로 대표적 오픈런 공연들을 살펴보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약 3년 전에는 홍보·마케팅 회사 '더웨이브'를 설립하셨습니다.

"더웨이브는 궁극적으로 투자배급사로 만들고 싶어요. 홍보마케팅을 하면 투자 파트너, 제작 파트너 등 다양한 분들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점차 노하우가 쌓이면, 공동제작·투자 배급 등을 논의할 수 있는 단계에 다다르겠죠."

-아직 뮤지컬계는 산업화가 진행 중인 과정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죠. 현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한 사람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구조예요. 제작자가 상의할 대상이 부족하죠. 공생하는 구조가 아닌 것입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기간이 필요하죠. 뮤지컬계는 제작자가 대표인 경우가 많잖아요. 코로나19 가운데 손실이 나면서도 공연을 올리려고 애를 쓰는 것은 고용을 위해서예요. 배우, 스태프들의 생계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죠. 제작자는 작품뿐만 아니라, 더 많은 분야를 책임져야 합니다."

-뮤지컬 OST 제작, 공연 가상현실(VR) 영상 촬영 등 꾸준히 뮤지컬 산업의 확장도 시도해오셨습니다.

"처음에 뮤지컬 업계에 들어와서 'OST를 왜 안 만들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공연 노래를 음원화시켜서 소장하는 것 자체가 공연 특성에 위배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전 긍정적인 역할이 더 많다고 봐요. VR은 관객의 시점에서 공연 영상을 보려는 시도예요. 기존 공연 촬영 방식은 연출가의 시점 또는 편집자의 시점에서 공급하는 성격이 강하거든요. 공연은 원래 관객 개인이 순간을 편집하잖아요."
 
-앞으로 제작자로서 개인적으로 어떤 목표가 있습니까?

"일단 안정적인 산업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예요. 그래서 투자배급이 중요하죠.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고 싶어요. 작가(2012년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에 선정된 뮤지컬 '비스티'의 작가이기도 하다), 연출도 하고 싶어요. 그런데 저는 창작보다 사업을 더 잘하는 거 같아요. 계속 좋은 연출, 작가분들을 모셔야죠. 개인적으로는 아내와 함께 인형 탈을 쓰고 전국을 돌며 어린이 공연하는 것이 꿈이에요."

-마지막으로 최근 뮤지컬계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지원도 못 받고 있죠.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지원과 육성, 투 트랙이 필요하죠. 지원은 어려우니까 지원하는 거고, 육성은 잘할 거 같으니까 육성하는 거잖아요. 모든 문화예술이 산업화될 수는 없고, 산업화되지 않은 예술도 필요해요. 순수 가치를 인정해야 하는 작품들을 인정해주고, 산업화 가능성이 있다면 육성해줘서 내수활성화를 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러면 자연스레 공연 관련 국가경쟁력도 생길 겁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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