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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으로 간 '트로트 예능'...'포맷 도용' 승산없는 소모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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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1-24 10:14:07  |  수정 2021-01-24 11:05:24
TV조선, 베끼기 경종..."MBN 보이스트롯 대상 소송"
MBN, 표절 무관 반박 "TV조선도 유사 프로 많아 피해"
전문가들 회의적..."방송가 뿌리 깊은 관행 이전에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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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미스트롯(사진=TV조선 제공)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방송가의 트로트 열풍이 결국 표절 논란으로 법정으로 번졌다. 종편에서 시작 지상파까지 확산한 '트로트 오디션 예능'은 전례없는 인기를 구가하며 트로트 가수들을 양산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트로트 오디션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해 벽두에 TV조선이 MBN을 상대로 제기한 '포맷 도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트로트 예능'에 제동이 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트로트 오디션 예능'을 쏘아올린 TV조선이 MBN을 상대로 포맷 도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TV조선은 MBN이 '내일은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포맷을 도용해 2019년 11월 '보이스퀸', 2020년 7월 '보이스트롯'을, 현재는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를 도용해 '트롯파이터'를 방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MBN의 포맷 도용 행위가 계속되고 있어 '보이스트롯'을 대상으로 포맷 도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입장이다.

TV조선이 강수를 둔 건 "단순한 시청률 경쟁을 위한 원조 전쟁이 아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방송가에서 그동안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경계심 없는 마구잡이 포맷 베끼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반면 MBN은 '보이스트롯', '트롯파이터'가 TV조선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 표절 논란과 무관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MBN은 "'보이스트롯'은 출연 대상이 TV조선 '미스트롯'과 다르다. '미스트롯'이 전 연령대의 여성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보이스트롯'은 남녀 연예인으로 출연자를 한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TV조선이 '사랑의 콜센타'와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트롯파이터'는 MBN이 지난해 2월 방송한 '트로트퀸' 포맷을 활용한 프로그램"이라며 "스튜디오에서 팀 배틀 형식으로 제작하고 있는 '트로트퀸'은 지난해 4월 방송된 '사랑의 콜센타'보다 두 달 먼저 방송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MBN은 "과거 자사 프로그램과 유사한 TV조선 프로그램으로 인해 먼저 피해를 봤다"고도 주장했다.  MBN 간판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가 성공하자 TV조선은 2017년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 '자연애(愛) 산다'를 제작해 25회나 방송하며 '나는 자연인이다' 상승세에 피해를 주기도 했다"는 것.

이어 "이외에도 TV조선에서 방송하거나 방송중인 프로그램 가운데 MBN 프로그램의 포맷을 흉내낸 듯한 프로그램이 적지 않다"며 "이번 TV조선 측의 고소장 접수를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방송사의 표절 공방과 관련 방송가 전문가들은 '승산 없는 소모전'이 될 것이라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예능 프로그램 포맷 도용은 방송가에 뿌리 깊게 자리한 관행으로 포맷 유사성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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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MBN 예능 프로그램 '보이스트롯' 포스터 (사진=MBN 제공) 2021.01.24. photo@newsis.com

예능 프로 포맷 도용 '승산 없는 소모전' 왜?
방송이 뜨면 유사 방송이 우후죽순 편성된다. 비슷한 오디션 예능 프로는 이전에도 논란이었다.

2009년 오디션 예능 프로에 불을 지핀 엠넷 '슈퍼스타K'가 인기를 끌자 MBC TV가 '위대한 탄생', KBS 2TV가 '탑밴드', SBS TV가 'K팝스타'를 내놓아 '방송사별 베끼기' 논란이 있었다.

MBC TV의 야외 리얼리티 예능 '무한도전'이 히트를 하자 KBS 2TV가 '1박 2일'을 내놓자 두 방송사간 원조 논쟁도 있었다.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편집위원인 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를 TV조선 등 포함 수많은 방송사가 모방했기에 이 법정 공방도 소모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논문 표절에 대한 기준과 달리 프로그램 유사도 및 모방은 독창성이라는 관점을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미스트롯'에서 진행하는 팀전, 패자부활, 1대1 데스매치, 문자 투표는 이미 '슈퍼스타K'의 방식"이라며 "물론 '슈퍼스타K' 역시 해외 프로그램을 모방했기에 어느 것이 더 원조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도 이번 법정 공방에 대해 시큰둥하다.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 포맷 자체의 연원을 따지자면 TV조선도 표절 도용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헤프닝 쇼에 가깝다"면서 "MBN이 너무 트로트 우려먹기 식 프로그램이 너무 많이 제작했다. MBN이 트로트 관련 예능 프로그램 4~5개를 연이어 방송하는 게 TV조선  입장에서는 못마땅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MBN이 다른 프로를 참조했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 법정 공방은 유야무야 될 것"이라며 "지상파까지 확산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지상파와 케이블 TV에서는 방송사별로 1~2개 정도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됐다.

지난해부터 SBS TV가 '트롯신이 떴다' '트롯신이 떴다2-라스트 찬스'를, MBC TV는 '최애 엔터테인먼트' '트로트의 민족'을, KBS 2TV는 '트롯 전국체전'을 내놨다. 케이블TV에서 MBC에브리원의 '나는 트로트 가수다'와 SBS플러스 '내게 ON 트롯'이 전파를 탔다.

종편에서는 MBN만이 2019년 '보이스퀸'을 시작으로 지난해 '보이스트롯'과 '트롯파이터'에 이어 올해 4월 방송할 '보이스킹' 등 다양한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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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진=TV조선 제공

'포맷 베끼기' 법적 대응 이례적...'원조전쟁' 아니라는데..
 방송가에서 '포맷 베끼기'의 법적 문제 삼기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에 방송가 일각에서는 이번 법정 공방이 승산 없는 소모전이라 해도 TV조선이 법정 공방으로 끌고 간 이유에 대해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 원조' 타이틀 지키기 위한 대응이란 시각이 있다.

김헌식 평론가는 "TV조선 포맷이 독창적인지 알 수 없고 이런 방식이라면 TV조선의 다른 프로그램이 소송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TV조선이 법정 공방으로까지 끌고 간 이유는 아마도 이를 본보기로 한 듯싶다"며 "이번 법정 공방을 통해 미스(터)트롯의 입지를 더 구축하는 브랜드 효과를 누리는 듯하다"고 봤다.

특히 "TV조선이 트로트 예능 포맷의 원조라는 브랜드 가치 구축이 목적"이라며 "'섣불리 우리 것을 따라하지 말라'는 경고와 엄포 효과도 있다. 이번 소송을 계기로 트로트 포맷의 프로그램 제작이 주춤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 교수도 "이번 TV조선의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에 대한 프로그램 포맷 논쟁은 MBN을 표적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 방송계에서 '트로트 프로그램'을 주도한 TV조선이 유사 오디션을 진행한 모든 방송사에 대한 간접적 경고"라고 말했다.

법정공방까지 간데에는 '수익'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김 평론가는 "TV조선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돈을 엄청나게 쓸어 담고 있다"며 "코로나 19 이후의 비즈니스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했다.

또한 권 교수는 "이번 포맷 도용 논쟁은 실상은 '방송사의 프로그램 포맷 수출' 전략과도 연계가 된다"며 "포맷 베끼기가 일상화되면 향후 '미스트롯 포맷'을 해외에 수출해서 수익을 더 벌 기회까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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