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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물살 탄 손실보상법…'수십조 재원' 숙제 떠안은 기재부

등록 2021.01.2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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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손실보상법 연내 입법" 공감대 형성

"당·정 간 적극 협의하겠다"…홍남기도 물러서

문제는 돈…매월 적게는 1조·많게는 25조 소요

"비현실적 논의, 청와대가 나서서 진정시켜야"

"코로나 지원에 아끼면 안 돼…승수 효과도 커"

급물살 탄 손실보상법…'수십조 재원' 숙제 떠안은 기재부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의 손실 보장을 법제화하자는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던진 화두에 여당이 즉각 응답하면서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인 전년도 매출액과의 차액을 최대 70%까지 지원하자"는 발의안 대로라면 월 25조원가량이 필요하다. 4개월 지급에 연간 복지 예산의 절반인 100조원이 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당과 협의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금고지기'인 기재부는 여전히 난색이다. "재정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등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손실보상법을 연내 입법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21일 정세균 총리가 "손실 보상제를 법제화하자"는 화두를 직접 던지고,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입법 의지를 드러내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01.19.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01.19. [email protected]


줄곧 반대 입장을 표명하던 홍남기 부총리도 한발 물러섰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손실 보상 제도화 방안을 깊이 있게 고민하고 검토하겠다"면서 "국가의 영업 제한 조처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위한 가장 합리적 제도화 방안이 무엇인지 부처 간 당·정 간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했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강훈식·전용기 의원(각각 소상공인지원법 개정안)·이동주 의원(소상공인구제특별법)·민병덕 의원(손실보상특별법)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중 대략적 금액 추산이 가능한 것은 강훈식·민병덕 의원안이다. 강훈식 의원안은 영업시간 제한 조처 후 손실액을 최저 임금 수준에서 지원하자는 내용이다. 월 1조2000억원가량이 들 전망이다. 민병덕 의원안은 코로나19 확산 이전 연도 매출액과의 차액을 50~70% 범위에서 지원한다. 월 24조7000억원이 든다.

강훈식 의원안과 민병덕 의원안 간 소요 재원 차이가 크지만, 어떤 안이 추진되든 기재부로서는 월마다 조 단위의 재정 부담을 져야 한다. 특히 이번 지원안은 법으로 명문화하는 것인 만큼, 일회성으로 진행했던 제1~3차 긴급재난지원금 편성과는 비교할 수 없이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급물살 탄 손실보상법…'수십조 재원' 숙제 떠안은 기재부


실제로 최근 한국의 재정 상태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기재부가 지난해 9월 내놓은 '2020~2060년 장기 재정 전망'에 따르면 가장 긍정적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40여년 뒤에는 국가 채무 비율이 64.5%까지 높아진다. 최악의 경우 이 비율은 81.1%까지 치솟는다. 2020년(43.5%)의 2배 수준이다.

시계를 좁혀봐도 국가 채무는 2020년 839조4000억원에서 2024년 1327조원까지 늘어난다. 같은 기간 국가 채무 비율은 43.5%에서 58.3%로 14.8%포인트(p) 상승한다. 기재부가 "국가 채무 비율을 '60% 이하'로, 통합재정수지를 '마이너스(-) 3% 이상'으로 관리하겠다"며 재정 준칙까지 내놓은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이런 수치에는 손실보장법 등에 따른 재정 지출 소요가 일절 반영돼 있지 않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면서 "코로나19발 경기 악화로 세수 실적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 기재부 입장에서는 손실보장법 입법 논의가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월간 재정 동향' 1월호를 보면 지난해 11월 국세 수입은 1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1000억원 감소했다. 1~11월 누계 세수는 267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조원가량 적은 상황이다.


급물살 탄 손실보상법…'수십조 재원' 숙제 떠안은 기재부


재정 상황은 좋지 않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는 양상을 보임에 따라 전문가 사이에서도 이견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10조원 남짓의 재난지원금 주는 것으로도 엄청 혼란스러웠는데, 매월 수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사항을 법제화한다니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면서 "코로나19로 생계를 위협받는 자영업자를 누가 도와주고 싶지 않겠느냐. 법제화하기 전에 실현 가능성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강성진 교수는 이어 "손실보장법 법제화를 의제화한 정세균 총리, 이에 응답한 이낙연 대표 모두 정치인이다.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런 비현실적 논의는 기재부가 막아야 하지만, 힘이 빠진 지 오래다. 청와대에서 직접 나서서 진정시켜야 한다"고 했다.

반면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적어도 올해까지는 코로나19 피해 지원에 재정을 아껴서는 안 된다. 일각에서는 '돈 뿌린다'고 비판하지만, 피해가 큰 자영업자를 선별해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은 승수 효과(파급력)가 더 클 수 있다"면서 "다만 재정이 화수분이 아닌 만큼, 다른 부문에서 지출 구조조정을 더 강력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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