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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그래도 희망⑤] '눈으로 듣는 방역정보' 김지영 수어통역사

등록 2021.01.2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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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째 광주시 코로나19 브리핑 참여, '정보 소외' 해소 기여

농인 의견 구하고 관련 보도 챙겨보며 정확한 전달에 '고심'

수어 통역 인력·콘텐츠 확충 필요성 강조…"함께 위기 극복"


[광주=뉴시스] 김지영 광주시 코로나19 브리핑 수어통역사(사진 오른쪽). (사진=뉴시스DB) 2020.08.19.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김지영 광주시 코로나19 브리핑 수어통역사(사진 오른쪽). (사진=뉴시스DB) 2020.08.19.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감염병 위기 속 정보 소외는 없어야죠. 생소한 방역 용어를 손쉽게 전달하기 위해 농인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김지영(39) 수어 통역사는 25일 "지역 내 코로나19 확진 현황, 행정명령 등 실생활과 밀접한 핵심 방역 정보를 널리 알리는 전달자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통역사는 첫 지역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2월부터 1년째 매일 오후 2시 광주시청 브리핑룸에 서고 있다. 시 방역당국의 코로나19 관련 브리핑 내용을 수어로 전하며 농인들의 감염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역 곳곳에서 집단 감염이 확산, 방역 고비를 맞을 때마다 김 통역사는 주말도 잊은 채 자리를 지켰다.

처음엔 생소한 '신속 항원 검사', '감염 재생산 비율' 등 난해한 의학 용어를 어떻게 수어로 옮겨야 하나 고민도 깊었다. 

1대1로 맞아 떨어지는 수어가 없을 경우에는 단어의 뜻을 이해하고 풀어 설명한다. 지난해 국립국어원이 발족한 '새수어 모임'에서 제시한 수어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 통역사는 "웬만한 의학 용어는 의미를 이해하고 풀어 표현해야 한다"며 "보다 좋은 표현이 있는지 농인들에게 직접 물어본 적도 많다. 수어 통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인들이 직접 조언해주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급박한 감염병 위기 속에서 브리핑에 앞서 사전 자료를 받는 경우는 적다.

그는 "브리핑 내용을 빠짐없이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순발력도 중요하다"며 "국내 전반적인 코로나19 현황과 방역 대응 기조에 대한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중대본 브리핑을 확인하고 있다. 틈날 때마다 관련 기사를 검색해서 읽어보면 원활한 통역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브리핑 자료를 미리 확보한 날에는 신규 확진자 현황, 행정명령 연장·강화 등에 변동 사항을 중점적으로 확인한 뒤 예행 연습을 한다. 
[광주=뉴시스] 김지영 광주시 코로나19 브리핑 수어통역사. (사진=뉴시스DB) 2020.03.11.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김지영 광주시 코로나19 브리핑 수어통역사. (사진=뉴시스DB) 2020.03.11. [email protected]

수어는 손의 모양·위치·방향·움직임, 얼굴 표정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그가 감염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는 이유다.

김 통역사는 "마스크를 착용하면 표정의 의미가 왜곡되거나 정도 차이를 정확히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예를 들어 코와 입을 표현할 때 각 부위를 가리켜야 하는데 마스크를 쓰면 얼굴의 절반 이상이 가려지기 때문에 제대로 소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농인들의 고충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그는 "농인들의 일상 생활에 통역사가 동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비대면 영상 통화를 통해 수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잦다. 병원 진료, 상품 구매 등에 어려움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수어 통역 콘텐츠 제작·다변화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제는 '자원봉사'가 아닌 '전문직'으로서 수어 통역사를 체계적으로 교육·양성해야 한다"며 "법률, 의료, 교육, 사회, 문화 등 삶의 각 분야에서 농인들도 걱정 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올해의 단어로 '함께'를 꼽았다.

김 통역사는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는 한 사람의 노력 만으로는 종식될 수 없다. 다 함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손 집게 손가락을 펴서 바닥이 아래로 향하게 한 뒤 가운데로 반원을 그리며 돌려서 맞대면 '함께'를 의미한다.
[코로나, 그래도 희망⑤] '눈으로 듣는 방역정보' 김지영 수어통역사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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