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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넘어북한] ‘완벽한 봉쇄장벽’ 코로나 1년 김정은의 득과 실

등록 2021.01.28 22:50:41수정 2021.01.28 23: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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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코로나 1년…여전히 공식통계는 '확진자 = 0'

안보 차원 접근으로 극단적 봉쇄 정책 시행하면서도

정치적 목적에 따라 군중 모으는 비일관된 현상 반복

김정은, 큰 타격 입은 사회 경제 상황서도 버티기 성공

국정운영 자신감 얻어 통제력 강화 나설 듯

【서울=뉴시스】강영진 박수성 기자 = 지난해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북한이 국경을 닫은지 1년이 지났습니다. <창 넘어 북한>에서는 '완벽한 봉쇄장벽'을 자랑하는 북한이 펼친 코로나19 대응으로 지난 1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돌아봤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뉴시스 북한팀 박수성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없이 외출도 못하고 취업 면접, 수업, 각종 회의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등 우리의 일상이 예전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달라졌습니다.

오늘은 우리 못지않게 큰 변화가 있었던 북한의 코로나 1년을 돌아보려 합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아직 코로나 환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북한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지난 1년여 동안 모두 1만3천257명을 검사했지만 확진자는 제로였다고 합니다. 어제까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1억80만 명을 넘어섰고, 이 중 217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팬데믹에서 벗어나 있는 나라들도 없지 않습니다. 태평양 복판에 있는 몇몇 작은 섬나라들이 그렇습니다.

미크로네시아 연방은 인구 10만여 명으로 북한 인구의 250분의 1밖에 안됩니다. 세계에서 인구가 세 번째로 적은 나우루는 1만2천 명이고, 투발루라는 국가는 면적이 울릉도의 1/3밖에 안되는 나라입니다. 이 나라들은 규모도 작고 섬나라라는 특성 덕분에 방역을 위한 국경 봉쇄가 쉽습니다.

그런데 인구와 면적이 몇 백배 크고 중국,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한에서도 이들 섬나라들처럼 코로나 환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건 믿기 어려운 일입니다.

환자가 발생했다는 미확인 보도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주한미군 사령관이 발생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들처럼 북한에서 코로나가 확산해 국가적인 위기에 빠졌다는 조짐은 없습니다. 북한의 국경 봉쇄가 태평양 섬나라보다 오히려 더 철저했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의 국경 봉쇄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해 1월 22일 국경을 폐쇄한 뒤 한 달 만에 열린 2월 말의 정치국회의에서 김위원장은 코로나 문제를 처음 언급했습니다. 코로나 대응이 단순 방역의 문제가 아니라 안보 차원의 문제라고 강조하고 “어떤 예외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초특급 방역조치를 시작했습니다.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을 알면서도 북중 사이의 모든 사람과 물자 왕래를 완전히 차단했습니다. 당시 북한 전문 언론인 국내 데일리NK와 일본의 아시아프레스는 압록강을 무단으로 건너는 사람들을 사전 경고 없이 사격한다고 중국에 통보한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지요.

국내에서도 주민들의 이동을 엄격하게 막았습니다. 주민이동 제한은 6월에 잠시 완화되기도 했지만 7월에 탈북자 청년이 다시 월북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개성 일대를 봉쇄하는 한편 타지역에서도 주민 이동을 다시 금지했습니다.

8월부터는 최고사령부 긴급전신지시문과 사회안전성 긴급포고문을 내려 북한 주민들이 북중 국경지역에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하는 사람들을 무작정 사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국경 인근 지역의 통행을 엄격히 제한했는데도 11월 초 양강도 혜산시에서 중국에서 물자를 밀수해온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그러자 혜산시를 20여 일 동안 봉쇄했습니다.

혜산에서는 인민반장들이 주민들 외출을 엄격히 단속하면서 하루 한차례 난방용 석탄을 가지러 가는 것만 허용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일가족이 굶어 죽는 일이 있었다는 미확인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심지어 바다나 강을 통한 코로나 유입도 겁을 내고 있습니다.  해안가에 감시초소를 촘촘히 설치하고 바다를 통한 사람과 물자가 드나드는 것을 엄격히 차단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바다를 통해 흘러오는 각종 쓰레기까지 수거해 소각하고 겨울 철새의 이동도 철저히 감시한다고 합니다. WHO에 따르면 코로나는 물로 전파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하는데도 말이죠.

과거에도 북한은 전염병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한 일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2003년 사스가 발생했을 때 북한은 금강산 관광을 60여 일 간 중단했었죠.  2015년 메르스 때는 개성공단 출입경사무소에 열 감지 카메라를 설치하고 메르스 발생 지역에 방문한 인원의 공단 출입을 제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코로나 방역은 과거의 방역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입니다. 이처럼 철저한 봉쇄 조치를 취한 것이 환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배경일 겁니다.

지나칠 정도의 봉쇄 정책을 시행하다 보니 비상식적인 일도 적지 않게 벌어졌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정원이 지난해 11월 중국으로부터 물자를 반입했다는 이유로 고위 간부를 총살한 일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서해상에서 표류해 들어간 우리 국민을 구조하지 않고 살해한 뒤 바닷물 위에서 소각하는 만행도 저질렀습니다. 남측에서 민간단체들이 보내는 삐라 풍선을 우리 정부가 막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성공단관리사무소를 폭파한 일도 있었지요.

그렇지만 북한의 방역조치가 일관된 것만도 아닙니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절대 금지해야 할 일들을 여러 번 벌였습니다. 예를 들어 전체주의 국가의 체제 유지에 필수적인 각종 대규모 군중집회를 수시로 개최했습니다.

얼마 전 끝난 노동당 8차 당대회가 대표적입니다. 전국에서 모인 7,000여 명의 대표자들이 7박 8일 동안 실내에서 회의를 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당시 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면 7,000명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김위원장이 빠진 날에 열린 회의에선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점입니다.

북한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니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최고지도자가 마스크를 쓰는 모습을 인민들에게 보여줄 수 없고 최고지도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제 기억에 김위원장이 마스크를 쓴 모습이 공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네요.

8차 당대회 때 말고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행사로 열린 군사 퍼레이드, 8월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평양 시민 2만여 명을 함경도로 파견한 일 등의 군중집회도 있었습니다.

5명 이상이 모이는 걸 금지하는 우리와는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북한이 자랑하는 ‘완벽한 코로나 봉쇄장벽’이 실제로 큰 효과를 내고 있는가 봅니다.

반면 코로나 때문에 북한도 큰 사회, 경제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북한의 대중 수입은 코로나 확산 전인 2019년 11월에 비해 99.9%가 감소한 15만 달러였습니다.

또 북한의 장마당들도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거래량이 절반이 못될 정도로 위축됐습니다. 시장에 의지해 생계를 유지하던 북한 서민 계층의 생활이 크게 어려워졌고 주민 이동이 금지되면서 전국적인 상품 유통이 막힌 탓에 식량이 부족한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에선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와 비슷할 정도로 식량난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코로나 위기가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전화위복이 된 측면이 커 보입니다.

비록 연초 야심 차게 착공한 평양종합병원 건설이 무산되는 등 실패가 없지 않았지만 김위원장은 1년간 외부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버텨냈습니다.

덕분에 김위원장이 국정운영에 한층 자신감을 얻었다고 평가하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호홍 수석연구위원은 “과거에도 감염병이 있었으나 코로나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비교할 수 없이 충격이 커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 2019년 말 선포한 정면돌파전의 전략노선을 수정해야 할 정도로 영향이 컸다. 하지만 김정은의 리더십 차원에서 보면 철저한 봉쇄 조치로 방역에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를 활용해 위기를 잘 관리하는 “선견지명이 있는, 인민을 잘 지켜낸” 지도자라고 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북한 출신 전문가는 코로나 국면을 잘 활용해 당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겨울철에는 어차피 퇴비 생산밖에 할 게 없는데, 한 달 가까이 당대회로 사람들을 잘 붙들어 뒀다. 지난 5년을 총화 하면서 사상투쟁도 세게 하고, 당과 정부 군대의 간부들도 크게 바꿨다”는 겁니다.

당대회에서 김위원장이 총비서로 등극해 권력을 크게 강화하는데 성공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김위원장 개인만 보면 북한에선 코로나19 위기가 오히려 기회였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요?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장은 “북한엔 잘 짜여진 통제와 지시 체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 도 코로나가 엄중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외부와 단절하고 지원까지 거절하는 등 북한의 통제는 극단적이다. 어떤 나라도 국민들의 자유를 이렇게까지 무시할 수 없다. 북한은 이런 일이 가능할 정도의 능력과 의지가 있는 예외적인 나라”라고 평가합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 대니얼 워츠는 지난해 5월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코로나가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통치에 어려움을 야기했지만 독재자들에게는 오히려 이득이 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헝가리, 우간다, 캄보디아에선 위기 상황이 권위주의 통치자들이 권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2019년 말 경제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김위원장에게 코로나 사태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워츠의 예상이 비교적 정확한 것 같습니다.

창 넘어 북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창넘어북한] ‘완벽한 봉쇄장벽’ 코로나 1년 김정은의 득과 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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