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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원전 추진 가능한가…북핵·대북제재 해결 없인 '불가'

등록 2021.02.01 17:38:55수정 2021.02.01 17: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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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한 美·유엔 대북제재…비핵화 없이 완화 어려워

北이 핵폐기 완료 후 NPT 복귀해야 원전 건설 가능성

'한국형 경수로' 원천 기술과 라이선스도 미국이 보유

여러 선결 조건…한국 정부 독자적 北 원전 건설 불가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북원전 의혹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3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북원전 의혹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야권이 제기한 '북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극비 추진' 의혹은 현실과 동떨어진 구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전 건설을 위해선 선제적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데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 완화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논란은 월성 원전 1호기 감사와 관련해 파일 삭제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들의 공소장이 언론에 공개되며 시작됐다. 삭제된 파일 중에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자 야권은 2018년 문재인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보답 차원에서 북한 원전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대북 경수로 지원사업 외 2018년 이전 북한 원전 건설을 추진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또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에 전달한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는 원전이라는 단어나 관련 내용은 없다고 거듭 반박했다.

특히 북한 원전 건설은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정치 공세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앞서 원전 건설은 과거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반대 급부로 논의됐다. 북미는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동결하는 대가로 1000MWe급 경수로 2기를 제공하고, 대체 에너지로 연간 중유 연 50만t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후 1995년 12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이 경수로 제공협정에 서명하고, 1997년 함경남도 금호지구(신포)에서 착공식을 갖고, 기초 콘크리트 타설 공사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의혹이 대두되면서 2003년 경수로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경수로 사업은 6자 회담을 거치면서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다시 거론됐다. 당시 성명에는 "북한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여타 당사국들은 적절한 시기에 북한에 경수로 제공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데 동의했다'고 명시했다. 경수로 사업의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조치이지만 아직 북핵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신희동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과 관련된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1.01.31.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신희동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과 관련된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1.01.31. [email protected]

이처럼 원전은 오래된 현안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더욱더 북한과의 원전 협력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강도 높은 대북 제재가 걸림돌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안 1718호는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관련 품목과 재래식 무기, 사치품 거래 금지, 화물 검색 조치 등 제재를 담고 있다. 인도적 목적의 지원은 예외이지만 이 경우에도 북한에 보내는 물품은 '대북제재 면제 신청'과 승인이 필요할 정도로 촘촘하다. 더군다나 핵 관련 기술과 물자의 이동이 엄격하게 통제된 만큼 유엔과 미국의 독자 제재 해제 없이는 원전 제공이 어렵다.

북한이 2003년 1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 원전을 건설할 수도 없다. 원전 건설을 포함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서는 핵을 폐기한 후 NPT에 복귀해야 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정기 사찰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북한의 NPT 복귀는 핵폐기가 완료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는 NPT에 복귀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북한은 2012년 개정 헌법에 '핵 보유국'을 명기하고, 2017년 11월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 직후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는 등 핵 보유국이라는 점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NPT에 복귀하더라도 '한국형 경수로' 원천기술과 라이선스는 미국이 갖고 있어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원전 건설을 추진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원전 수출을 위해선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며, '북미 원자력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과거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 에 원전을 수출할 당시에도 UAE는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정부 역시 북한 원전 추진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실제 추진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 삭제된 보고서에 이미 적시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 따르면 해당 문서는 본문 4쪽, 참고자료 2쪽 등 6쪽 분량이다.

산업부는 "서문에 '이 보고서는 내부 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명시했다"며 "결문에서는 '북미 간 비핵화 조치 내용·수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 구체적 방안 도출에 한계가 있으며 향후 비핵화 조치가 구체화된 이후 추가 검토 필요'라고 검토의 한계를 기술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서의 내용도 북한 지역뿐 아니라 남한 내 여타 지역을 입지로 검토하거나 남한 내 지역에서 원전 건설 후 북으로 송전하는 방안을 언급하는 등 그야말로 계획이 없는 아이디어 차원의 다양한 가능성을 기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문서는 추가적인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이 그대로 종결됐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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