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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술의 알콜로드]'고오급' 막걸리 전성시대

등록 2021.02.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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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눈길 끄는 프리미엄 막걸리들

11만원 고가, 고정관념 깬 붉은빛 등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해창주조장의 12도 막걸리.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해창주조장의 12도 막걸리.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값싼 농주, 양으로 승부하는 기성세대의 술로 여겨져 온 막걸리가 변신 중이다. 소비 주역인 MZ세대에 어필하기 위해 맛과 품질, 패키징에 있어 다양한 시도가 병행되고 있다.

11만원짜리 프리미엄 막걸리가 출시되는가 하면 붉은 빛으로 눈길을 끄는 막걸리, 예술적 라벨이 돋보이는 막걸리 등이 다채롭게 출시됐다.

술을 마실 때도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층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차별화된 경험을 주는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크다. 과거에 비해 출고량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고가 막걸리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시장은 성장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6년 3000억원대였던 국내 막걸리 소매시장 규모는 2017년 3500억원대, 2018년 4000억원대, 2019년 4500억원대로 커나가는 중이다.

효모가 살아있는 생막걸리는 다른 주류에 비해 유통기한이 짧아 잘 만들어졌어도 해당 지역에서만 판매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서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할 기회가 열렸다.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술샘의 붉은원숭이 막걸리.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술샘의 붉은원숭이 막걸리.

막걸리계 뜨거운 감자 '해창막걸리'

최근 막걸리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 전남 해남의 해창주조장이다. 일명 '롤스로이드' 막걸리로도 유명하다. 알코올 도수는 18도, 가격은 11만원에 달하는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인생막걸리로 꼽으며 인지도가 더 높아졌다.

'헉'소리 나는 가격에 18도 제품을 마셔보지는 못했지만 9도와 12도 짜리 막걸리로도 해창의 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감칠맛나는 단맛과 적당한 산미가 조화롭다. 단맛과 탄산이 강조되는 시판 막걸리와는 다르게, 두유를 마시는 듯한 목넘김이 인상적이다. 감미료가 첨가되지 않아 술의 재료는 물과 쌀, 누룩 뿐이다.

해창막걸리를 만드는 해창주조장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포토스폿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수십 종의 나무가 우거져 비밀의 화원 같은 느낌이 드는 술도가에는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이 주인처럼 자리를 잡고 한가롭게 먹이를 먹고 있다.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화요의 생막걸리.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화요의 생막걸리.

장밋빛으로 유혹하는 붉은원숭이 막걸리

경기 용인의 술샘이 붉은 원숭이의 해인 2016년에 출시한 막걸리다. 붉은원숭이 막걸리는 '막걸리=아이보릿빛'이라는 공식을 과감히 깬다. 언뜻 보기에 영락없이 생딸기를 갈아만든 쥬스다.

붉은색의 과일을 넣었나 싶지만 장미색이 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쌀을 발효시켜 만든 붉은색 쌀, 홍국쌀로 술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 역시 감미료 없이 홍국쌀과 물, 누룩으로만 술을 빚었다. 알코올 도수는 10.8도로 일반 막걸리보다 두 배 가량 높지만 과일향이 살짝 돌면서 부드럽게 넘어간다.

붉은원숭이는 살균 막걸리라 1년 동안 실온보관이 가능하다. 같은 버전의 생막걸리 '술취한 원숭이'는 냉장보관을 해야 한다.
[서울=뉴시스] 이예슬기자=두술도가의 희양산막걸리.

[서울=뉴시스] 이예슬기자=두술도가의 희양산막걸리.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화요 막걸리

프리미엄 증류주로 유명한 화요에서도 생막걸리를 내놓는다. 막걸리는 저렴한 술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고급화한 제품이다. 광주요그룹이 운영하는 미쉐린 3스타 한식당 '가온', 1스타 한식당 '비채나' 고객들에게만 선보이는 귀한 막걸리다. 명절에만 광주요 매장에서 한정판으로 구매할 수 있다.

알코올 도수는 15도로 시중 막걸리의 세 배에 육박한다. 도수는 높지만 청량감이 있어 부담스럽지 않다. 낮은 도수로 즐기고 싶다면 탄산수를 넣어 칵테일처럼 희석해 마셔도 좋다.

라벨부터 예술…희양산 막걸리

문경 희양산 자락에서 무농약, 무화학비료로 농사지은 쌀에 우리밀 누룩을 넣어 빚은 막걸리다. 단맛과 신맛이 튀지 않아 밸런스가 돋보이는, 담백한 막걸리다. 탁주지만 드라이한 청주의 느낌이 강해 깔끔한 맛을 원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라벨부터 두 눈을 사로잡는 예술적 막걸리다. 희양산 공동체의 전미화 작가가 그린 그림이다. 제품이 뛰어나도 포장에 신경쓰지 않으면 젊은 세대의 눈길을 끌기 어렵다. 희양산 막걸리는 패키징에도 신경써 MZ세대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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