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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어린이집 아동학대 다반사…"열악한 근무환경·스트레스 원인"

등록 2021.02.1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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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아동학대 원인으로 스트레스·아동 통제 한계 꼽아

"돌봐야 할 아동 너무 많아…인력 충원·처우 개선 등 필요"

법정 예방교육 90% 넘어도 되풀이…인권교육은 55~69%

"인권교육으로 전환 필요…부모 운영 참여 개방성 높여야"

인천 서구 국공린어린이집 아동 학대 폐쇄회로(CC) TV 영상 캡처.

인천 서구 국공린어린이집 아동 학대 폐쇄회로(CC) TV 영상 캡처.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최근 '모기기피제 급식' 논란이 발생한 서울 유치원, 전체 보육교사의 상습 학대 의혹이 제기된 인천 어린이집 등 유아 교육·보육기관 내 아동학대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됐다. 

교육계에서는 11일 유치원·어린이집 교사 대상 아동학대 예방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고 운영에 학부모들이 다수 참여하는 등 투명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치원 및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격무에 시달리는 근무환경 해결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동학대 신고 5년만 2배…16%는 유치원·어린이집 등서 발생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육아/교육 분야 게시판에서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청원 5개 중 3개는 유치원·어린이집 아동학대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글이다.

유아들이 먹는 급식에 '모기기피제' 성분의 유해물질을 섞은 서울 금천구 병설유치원 특수교사에 대한 파면을 요구하는 글은 지난 10일 기준 4만명에 가까운 동의를 얻었다. 아이들을 방치한 채 교사들끼리 고기를 구워먹고 모든 보육교사가 집단 학대에 가담한 인천 국·공립 어린이집, 울산 남구 국공립 어린이집 아동학대 부실수사도 청원이 진행 중이다.

지난 2015년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의무화 등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사회관계장관회의 등을 통해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아동학대 사례는 건수는 2015년 1만1715건에서 2016년 1만8700건, 2017년 2만2367건, 2018년 2만4604건, 2019년 3만45건 등 매년 늘었다. 가장 최신 통계인 '2019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행위자는 부모(75.6%)가 대다수였지만 유치원·어린이집 교직원 등 대리양육자가 16.6%로 그 뒤를 이었다. 4.4%는 친·인척이다.

대리양육자 중 보육교직원에 의한 학대는 1384건(4.6%)으로, 이중 유치원 교·강사에 의한 학대가 0.5%를 차지했다. 유치원 교직원의 학대는 2015년 1.7%에서 2019년 0.5%로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보육교직원의 경우 2015년 3.6%였으나 2019년 4.6%로 늘었다.

교사들 "아동 행동문제·스트레스·인력 부족으로 학대 발생"

최근 육아정책연구소 양미선 연구위원이 발표한 '어린이집-유치원 교사의 아동권리 및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및 요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어린이집 보육교사 238명과 유치원 교사 236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교사들은 대체로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와 아동의 문제행동에 대한 통제력 부족으로 인해 학대가 발생한다고 인식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내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원인이 아동에게 있을 경우 주된 요인요인으로 어린이집 교사 78.2%는 '행동문제', 12.2%는 '정서적 문제'를 꼽았다. 유치원 교사의 경우에도 '행동문제'란 응답이 77.1%로 가장 높고 '정서적 문제'가 14.5%, '기질'이 5.3% 순이었다.

학대 원인이 교사일 경우에 대해서는 어린이집 보육교사 46.2%가 '직무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답했다. 29.8%는 '감정조절·통제력 한계', 11.3%는 '아동문제행동 대처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인식했다. 반면 유치원 교사의 경우 감정조절·통제력 한계가 34.4%로 가장 크게 나타났고 직무스트레스가 31.7%로 뒤를 이었다. '대처능력 부족'을 택한 유치원 교사 비율은 16.8%였다.

환경 요인 중에는 교사 1명이 돌보는 아동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 즉 인력 부족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주최로 열린 제1차 아동학대 현장대응 공동협의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2.02.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주최로 열린 제1차 아동학대 현장대응 공동협의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2.02. [email protected]

어린이집 보육교사 48.7%는 '높은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문제라고 봤다. 18.9%는 '과도한 업무량', 11.3%는 '장시간 근무', 7.6%는 '교사 처우', 7.1%는 '교사 양성과정의 문제'라고 답했다. 유치원 교사도 절반이 넘는 50.8%가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지목했고 '과도한 업무량'(21.4%), '장시간 근무'(9.5%), '교사 양성과정 문제'(5.7%) 순으로 응답했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개선방안 1·2순위를 꼽는 문항에는 교사 1명당 담당하는 아동비율을 낮추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어린이집 교사 84%와 유치원 교사 83.6%가 '교사 대 아동 비율을 개선해야 한다'고 꼽았다. 다음으로 어린이집 교사 54.6%와 유치원 교사 43.1%는 '교사 처우 개선'이라고 답했다.

법정 예방교육 실효성 떨어져…CCTV 설치 부담 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교육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방교육도 미인증 기관이 허위로 인증서를 발급하거나 온라인 영상만 시청하면 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받은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97.9%, 같은 기간 유치원 교사의 경우 93.1%가 예방교육에 참여했다. 대부분 교육에 참여했으며 어린이집 교사 80.7%는 보건복지부·지자체 산하 육아종합지원센터, 유치원 교사 59.8%는 시·도교육청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아동 인권 의식을 높이기 위한 인권교육에 참여한 교사 비율은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경우 69.3%, 유치원 교사 55%로 법정 교육 이수율보다 낮았다.

양 연구위원은 "아동학대 예방교육 내용이 대부분 매우 방대하게 구성돼 있어 교육 효과가 떨어진다"며 "어린이집·유치원이 잠재적 아동학대 가해자로 인식될 수 있는 아동학대 예방교육보다는 교사의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인권교육으로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난 2015년 어린이집 학대 사건 이후 어린이집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 모두 부정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CCTV 설치가 교사 인권보호에 도움이 되는지 묻는 문항에 어린이집 교사들은 26.4%만 동의했다. 유치원 교사도 절반 이하인 44.7%만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했다. 반대 이유로는 43.4%가 '교사의 교권 침해', 26.2%가 '유치원과 가정 간 믿지 못하는 분위기 조성'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양 연구위원은 "어린이집·유치원과 기관과 학부모 간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운영 개방성을 높여야 한다"며 "부모가 어린이집·유치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높여 영유아 보육·교육기관에 대한 부모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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