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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 "후배들 기회 많이 마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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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2-15 13:34:03
17일 취임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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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광보 예술감독. 2021.02.15.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후배들이 예술감독 방의 문을 계속 열고 들어옵니다. 연극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하죠.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매체도 다양해졌는데, 그것 모두 역시 제게는 특별합니다."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방문은 쉴 새 없이 열린다. 국립극단 일뿐만 아니라 연극계의 대소사에 대해 논의하려는 이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도 김 감독의 눈은 컴퓨터 화면과 문서를 부지런히 오간다.
 
오는 17일 취임 100일을 앞두고 서계동 국립극단에서 만난 김 감독은 "책임과 의무가 열배는 많아졌어요"라고 말했다.

국립극단은 우리 연극계의 심장과도 같다. 이곳의 심장박동에 따라 우리 연극계의 맥박이 펄떡펄떡 뛰거나 잠잠해진다. 김 감독이 "생각이 많아지고, 숙고하는 기간도 길어졌습니다. 그러 과정을 겪으면서 스스로를 재부팅하고 있다"고 털어놓는 이유다.

무엇보다 김 감독은 "후배들을 위한 기회를 많이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제겐 많은 기회가 주어졌어요. 좋은 선생님도 많이 만났죠. 그런 기회를 되도록 많은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싶습니다."

자신의 삶을 긍정했지만, 김 감독의 연극 인생은 마냥 쉽지 않았다. 부산문화회관에서 조명기사로 3년간 일한 그는 1990년 서울로 올라왔다. 역시 조명기사로 일하다, 1994년 연극 '지상으로부터 20미터'(장우재 작)를 통해 연출가 데뷔했다.

같은 해 극단 '청우'를 창단했다. 1990년대 후반에 연극계 실험 창작 동인 '혜화동 1번지'의 2기로 활약하면서 부상하기 시작했다. 과거에 한 때 엄하고 독한 것으로 알려졌던 김 감독은 현재 누구보다 순한, 연극계 '큰 형님' 같은 존재다.

그런 그는 "젊은 작업자들에게서 특별한 것들을 발견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올해 국립극단에서 신작 '로드킬 인 더 씨어터'를 선보일 예정인 구자혜 연출이 대표적인 그 예다.

'로드킬 인 더 씨어터'는 인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소외된 자연과 동물의 죽음을 극장에서 구현한다. 무장애공연(배리어프리)으로 구성한다. 기존 연극 프로덕션에서 선보이기 힘든 소재다.

김 감독은 "구자혜 연출은 어떤 사건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을 갖고 있습니다. 글쓰기도 평범하지 않고, 창의적인 연출이죠. 그런 창의성이 공공극장과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른 시선을 갖고 있는 특별함이 공공극장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립극단에서 미국의 극작가 토니 커쉬너의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연출하는 신유청 연출도 명민함으로, 김 감독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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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광보 예술감독. 2021.02.15.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김 감독은 국립극단의 동시대성에 대해서도 파고들고 있다. 연극계를 대표하는 중견 연극인 중 가장 소셜 미디어·IT에 능숙한 연출가인 그는 최근 이슈에도 밝다. 올해 국립극단의 창작극 개발을 위한 신규 작품개발사업 '창작공감'에 다양한 현재 이슈가 녹아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장애, 기후와 환경, 아트앤테크 등 동시대적인 담론에 함께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희 프로그램이 특별하다기보다, 시대에 발 맞춰서 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그게 아닌데' '함익' '옥상 밭 고추는 왜'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 받는 동시에 행정 능력까지 겸비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2009~2011), 서울시극단 단장(2015~2020)을 지냈다. 하지만 지자체 산하에 속했던 앞선 극단보다 국립극단에서 감당해야 할 행정은 훨씬 많다.

김 감독이 예술감독 임기 3년 동안, 연출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던 이유다. 하지만 자문위원 등은 예술감독의 연출 색깔이 국립극단의 색깔을 결정한다며, 그의 연출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

김 감독은 "예술감독으로서 큰 부담감을 안고 있죠. 극단이 한발짝이라도 진보하는 걸 보여주는 것이 제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출은 '후배, 신진에게 열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아직은 변함 없어요. 부담이 없고 객관적인 시야가 있을 때, 연출작도 잘 나오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했다.

우리사회와 연극계가 국립극단에게 기대하는 점은, 거칠게 요약하면 두 가지다. 보편성으로 연극의 외연을 높이는 것, 민간에서 보기 힘든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이는 것. 하지만 보편적인 것과 특별한 것을 동시에 성취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안다.

"연극은 만들어져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어 어떤 방향으로 나올 지도 예측하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 트랙으로 가봐야 하죠. 보편적이면서 쉽고 재미있는 연극 그리고 의미 있는 연극, 모두에 대해 철저하게 고민 중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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