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금융일반

금융위-한은, '전금법 개정안' 2라운드…빅브라더 놓고 갈등(종합)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21-02-19 12:08:00
은성수 "빅브라더 주장은 지나친 과장…조금 화난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과 국책은행장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2021.02.19.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신효령 기자 =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한은은 "명백한 빅브라더(사회 통제 권력)법"이라며 개정안에 강력 반대하고 있고, 금융위는 "전체를 보지 못하는 주장"이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한은이 입장문을 발표한 지 이틀 후인 19일 한은의 빅브라더법 주장은 "오해"라며 반박에 나섰다.

은 위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정책금융기관장과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빅브라더 주장은 지나치게 과장한 것 같고 조금 화가 난다"며 "지금도 자금 이체를 하면 금융결제원으로 다 정보가 가는데 그렇다면 금결원이 빅브라더라는 것이고, 금결원을 관장하는 한은은 스스로가 빅브라더라는 것을 이야기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금법 개정안은 빅테크 업체를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지정해 양성화하고, 빅테크 기업의 자금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전자지급거래 청산업'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는 이용자와 금융 거래를 할 때 외부 청산기관인 금융결제원(금결원)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한은은 빅테크 업체들이 금결원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고객의 모든 전자지급거래 정보에 대해 금융위가 별다른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정부가 빅테크 업체의 모든 거래정보를 취득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라는 것이 한은 측의 주장이다. 금융위가 빅테크 외부청산의 사례로 든 중국 왕롄도 내부거래는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은은 또금융위가 금결원에 대한 권한을 갖는 것도 한은의 지급결제 관리 영역을 침해한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17일 입장문을 내고 "금융위가 이용자 보호와 거래 투명화를 이유로 빅테크 거래정보를 수집하겠다는 것은 가정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가정에 CCTV를 설치해놓고 지켜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중국 정부도 빅테크 업체의 내부거래를 들여다보지 않고 있고, 세계 어느 정부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목적에서 벗어나 개인정보 수집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빅브라더 관련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은 위원장은 "친구들에게 축의금을 보내면 그 축의금이 은행을 통해 금결원으로 가는데, 그 정보가 금결원에 집적된다"며 "금결원이 하루에 수억건이 되는 정보를 볼리도 없고 그걸 봐서 뭐하겠느냐"는 입장이다.

은 위원장은 "전금법 개정안은 금융사고가 났을 때 이 돈의 주인이 누군지 알아야 돌려줄 수 있으니 기록을 남기자는 것이고 누가 손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화통화를 하면 통화기록이 통신사에 남는 방식"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게 다 빅브라더라면 국민들이 불안해서 어떻게 거래를 할 수 있겠느냐"며 "자료를 만약 수집한다면 나중에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 수집하는 것이고, 그 때 자료를 보는 것은 정당하게 법원의 영장을 받아 한다. 통화기록 조회에 대입해보면 (전금법이)빅브라더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빅브라더 논란은 전체를 못보고 하는 주장"
무엇보다 금융위는 디지털 금융거래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빅테크의 내부거래 외부청산 의무화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금융위는 현재 은행을 중심으로 한 전자금융거래는 비교적 안정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반면, 빅테크·핀테크를 통한 금융거래의 경우 아직 실시간 감시 체계가 없어 보다 강화된 감독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독일 대표적 핀테크기업 와이어카드가 19억 유로 분식회계로 파산신청을 하며 그 피해가 이용자에게까지 전가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따라서 금융위는 빅테크에 대한 청산 업무를 외부기관인 금결원이 맡도록 의무화, 자금세탁이나 빅테크가 보유한 이용자의 충전금 등이 내부자금화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한진 금융위 전자금융과장은 전날인 18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관련 토론회'에서 "중국 왕롄도 내부거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가 있는데, 고민해야 할 것은 중국의 시스템"이라며 "중국의 인민은행은 중앙은행이자 전자금융업자·제3자 지불기관에 대한 감독자이기도 한데, 그 두 가지 기능을 가지면서 놀랍게도 은행들이 100% 이용자 예탁금을 보호토록 하고, 200개여개의 빅테크·핀테크들까지 인민은행에 예치하라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보이고 있는 입법 태도는 은행 수준의 규제에 가깝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우리가 이번에 전금법 개정안에 담고자 한 내용은 은행만큼의 신뢰를 갖도록 하기 위해 모두를 은행 방식으로 규제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분식회계, 도산 가능성에 대한 안정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규제를 완화하자는 무책임한 주장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혁신의 왼발과 안정의 오른발이 같은 보폭으로 나가가야한다는 믿음 때문에 중국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소비자보호와 안정을 꾀하는 장치를 전금법에 담았다"며 "중국과 똑같지 않다고 지적하는 것은 부분만 보고 전체를 설명하진 못하는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전금법 개정안이 없다고, 외부청산 의무를 도입하지 않는다 해서 디지털 전환, 4차산업 혁명이라는 대세를 바꿀 수 없다"며 "그렇다면 어떻게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냐, 흐름에 어떻게 동참할 것이냐는 고민에서 이 법안에 대해 발언하고 기회를 갖자는 다양한 분들의 의견을 반영해 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핀테크 업계 "도입 공감하나 부담 줄여야"…전문가들 "청산 자체 보다 신뢰의 문제"
전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빅테크의 내부거래 외부청산 의무화 필요성에 대해 대부분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규제의 당사자인 핀테크 업계도 외부청산 의무화에 대해 반대의 뜻을 보이진 않았다. 다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일부 제도적 보완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급거래청산제도의 취지는 지급결제시스템과 운영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서 결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특히 빅테크가 내부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이용자예탁금에 대해 공신력 있는 외부 청산기관이 개입함으로써 이용자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성구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도 "전자금융업자의 내부지급거래도 청산은 필요하다"며 "내부거래 투명화를 통한 이용자 예탁금의 유용 방지 및 이용자 예탁금 반환을 위한 전제로서 전자금융업자의 도산을 대비하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청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청산기관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문제"라며 "이미 금결원에 하루에도 90억건의 정보가 가고 있는데, 그렇다며 기존의 금결원의 역할 자체를 의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지식 네이버파이낸셜 이사는 "빅테크의 외부청산 의무와 관련해 환영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불필요한 규제냐, 나쁜 규제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다"며 "거액의 자금이 오가기 때문에 자금 보호 방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다만 그는 "다만 제도 운영과 관련해 부탁하고 싶은 것은 망분리 문제에 외부 청산 의무까지 더해지니 늘어나는 부담을 완화할 방법을 강구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금융기관간 영역 다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은 "현재도 금결원에 집적되는 기존 정보의 양이 어마어마한 빅테크 내부결제 정보가 추가된다해서 금융위가 개인 사생활 침해할 가능성이 어느정도 있을지 의문"이라며 "개인별로 세부 구매내역이 아닌, 자금 흐름이기 때문에 이를 갖고 개인사생활 침해라고 말하는 것은 논리 비약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은 지급결제시스템을 건드리지 않고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는데 금결원이 아닌 다른 기관을 통해 수집하더라도 빅브라더로 볼 수 있어 결과적으로 모순된 주장"이라며 "급변하는 디지털환경에서 유관기관간 업무 영역을 나누기 보단 협력을 공고히 해 모범사례를 만들어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본다"고 꼬집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snow@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