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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간난신고의 시기' 이낙연 어떤 승부수 던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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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2-24 16:30:00
文정부 초대 총리서 '총선 구원투수' 화려한 등판
대선주자 지지율 40.2% 폭등…당권까지 거머쥐어
'당대표' 이낙연, 잇단 악재에 휘청…사면론 치명타
대선 지속 최대 위기 재보선 코앞…승부수 던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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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진형 정치부 기자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근래 대선주자 중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만큼 탄탄대로를 달린 경우는 드물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 시절부터 꾸준히 차기 대권주자 1위를 지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논란으로 총선을 앞둔 민주당이 코너에 몰린 때는 이 대표의 조기 등판론이 당내에 빗발쳤다.

총선 '구원투수'로 민주당에 복귀함과 동시에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해 황교안 미래통합당 당시 대표를 사지(死地)로 끌어들였다. 결과는 이 대표의 1만7000여 표차 압승, 야권 대선후보이던 황 대표는 당의 궤멸적 참패와 함께 재기불능이 됐다.

21대 총선 국면의 호남에서는 문 대통령과 함께 '이낙연 마케팅'이 나타났다. 지난 20대 총선 호남 돌풍을 일으켰던 민생당(옛 국민의당) 중진 의원들마저 앞다퉈 이 총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내걸었다. 호남 대통령을 바라는 열망이 이 대표를 통해 표출된 것이다.

이 대표의 입지는 범여권 190석의 역대급 압승과 함께 정점을 찍었다. 4월28일자 리얼미터 조사에서 이 대표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40.2%까지 치솟았다(오마이뉴스 의뢰, 4월 20~24일,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차기 대선주자 중 다자구도에서 이때 이 대표의 지지율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이어 열린 전당대회까지도 이 대표의 기세는 거침이 없었다. 대선 불출마까지 밝히며 배수진을 친 김부겸 전 의원을 60.77%의 압도적 득표로 따돌렸다. 대법원 판결로 극적으로 생환한 이재명 경기지사로부터 거센 추격을 받았지만 '어대낙' 대세론은 굳건했다.

당권까지 거머쥐면서 이 대표의 대권가도는 탄탄대로가 펼쳐진 듯 했다. 이 대표 주변에선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지낸 문재인 대통령 모델이 거론됐다. 당대표 주재 일일 회의에서 던진 메시지 하나 하나가 기사화되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지해야 하는 여타 잠룡들에 비해 스피커면에서 절대적 우위도 얻었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총리 시절 중도·합리적 이미지는 집권여당의 불도저 처리 속에 희석됐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인연도 내세우며 협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별무소득이었다. 이미 단독 처리 의석을 확보한 여당이었기에 협상이 나설 공간은 없었다.

본인의 '실책'도 적지 않았다. 2차 재난지원금 당시 전국민 통신비 지원은 오락가락하며 혼란만 부추겼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판사 사찰' 의혹을 겨냥한 국정조사, 코로나19 전국민 전수검사 제안은 당 안팎에서 경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새해 벽두에 꺼낸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제안은 이 대표에게 치명타가 됐다.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세웠지만 당내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야당에게는 냉소만 받았다. 청와대마저 신중 기조로 거리를 벌렸다. 친문 지지층이 돌아선 결과만 남았다.

지지율까지 휘청거렸다. 지난 1일 리얼미터 조사에선 이재명 23.4% 이낙연 13.6%로 추월당한 것도 모자라 10%포인트 가까이 격차가 벌어졌다(오마이뉴스 의뢰, 1월 25~29일,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일부 조사에선 이 대표가 두 자릿수 턱밑까지 떨어진 결과도 나왔다. 불과 1년여 만에 대선주자로서 위태로운 형국에 처한 것이다.

호남 의원들도 관망세로 돌아섰다. "호남 대통령 보다 중요한 것은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낙연계로 불리던 의원들도 뜨뜻미지근한 모습이다. 바닥에선 친문 그룹발(發) 제3 후보론이 꿈틀거린다.

그럼에도 이 대표 측 인사들은 "간난신고(艱難辛苦·몹시 고되고 어렵고 맵고 쓰다)의 시기"라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위기를 맞으며 대선주자로 단단해진 데 비춰보면 오히려 순탄한 길을 걸어온 이 대표가 언젠가 맞닥뜨려야 했던 위기라는 것이다.

당장 최대 위기인 4월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코앞에 닥쳐왔다. 당대표직은 3월 초 물러날 예정이지만, 보선 결과는 온전히 이 대표의 책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대권 레이스 지속 여하도 달렸다. 명운을 걸고 전력투구해야 할 이낙연의 선거인 셈이다.

일각에선 "승부수를 던질 시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2011년 재보선 당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경기 성남분당을에 출마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꺾었다. 보수 아성에서 거둔 기적적 승리와 함께 손학규는 한나라당 탈당파 꼬리표를 떼고 민주당 대선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이 대표의 상황도 당시 손 대표 측근들이 말하던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매한가지"인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어떤 승부수를 던져 이낙연의 시간을 다시금 불러올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공감언론 뉴시스 formati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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