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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발목 잡혀선 안 돼"…文대통령, 한일관계 복원 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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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3-01 14:23:12  |  수정 2021-03-01 15:15:12
대일 정책 기조 변화 뚜렷…과거사와 별도 분리한 文
"日과 언제든 마주 앉아 대화…역지사지 머리 맞대자"
강제징용 문제 등 새 구상은 없었지만 관계 개선 의지
도쿄올림픽 계기 평화 시계 가동 위해선 日 역할 중요
文 "한일 관계 개선, 한·미·일 3국 협력에도 도움될 것"
한미일 3각 협력 공조 체제 압박한 美에게 주는 메시지
한일 관계 개선→남북-북미 관계 개선 견인 실마리 의도
文, 北에 대화 의지…"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참여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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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독립운동가인 임우철(왼쪽) 애국지사. 2021.03.01.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전쟁 시기에 있었던 반인륜적 인권범죄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2018년 3월1일)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2021년 3월1일)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선 대일 정책 기조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됐다. 일본에 강경 기조를 내비쳤던 3년 전과 달리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일본을 향해 대화의 손을 내밀며 양국 관계 복원에 초점을 맞췄다.

강제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이 담기진 않았지만 '임기 내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기념사에 묻어나왔다는 평가다. 오는 7월 일본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북미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선 한일 관계가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구상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유화 메시지 이면에는 '한·미·일 3국 협력 구축' 공고화를 추진하는 미국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한 적극 행보로 미국의 요구를 충족함으로써, 남북 및 북미 관계 진전 등 해법 찾기에 추동력을 얻겠다는 의도에서다.

문 대통령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거행된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서 7600자, A4용지 6장 분량의 기념사를 남겼다. 지난해 기념사(4800자, A4용지 4장 분량) 때 보다 분량이 훨씬 늘어났다.

탑골공원에서 시작된 3·1독립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언급한 부분을 제외하면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한 메시지에 상당 부분 할애했다. 지난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메시지로 채워졌던 것과 달리 대외 정세 관련 메시지가 많이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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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묵념을 하고 있다. 2021.03.01. scchoo@newsis.com
3·1절은 남북문제와 한일 관계 등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정책 방향 등이 녹아 있다. 올해 동북아 정세에 대한 정책 구상을 엿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번 주목됐었다. 문 대통령은 당일까지도 여러 차례의 원고 탈고 작업을 거치며 대일 메시지 수위에 힘쓴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한일 관계 복원 의지를 피력하는 데 집중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며 "역지사지의 자세로 머리를 맞대면 과거의 문제도 얼마든지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 과거사의 올바른 인식을 전제로 한일 협력 관계를 구축하자고 제안했었다.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직시하고 인정해야만 미래 지향적 협력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존 인식의 연장선에 있었다.

그러나 이날 문 대통령은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사 문제와는 별도로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 힘쓰자는 유화 메시지를 낸 것이다.

이는 임기 초반 문 대통령의 대일 정책 기조와 결이 상당히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광복절 축사에서 "우리가 한일 관계의 미래를 중시한다고 해서 역사문제를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며 "오히려 역사문제를 제대로 매듭지을 때 양국 간의 신뢰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후 첫해 열린 2018년 3·1절 기념사에서도 "불행한 역사일수록 그 역사를 기억하고 그 역사로부터 배우는 것만이 진정한 해결"이라며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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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1.03.01. scchoo@newsis.com
그러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대일 정책 노선 기류 변화가 시작됐다. 올해 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와는 별도로, 한일 관계 회복에 방점을 둔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발신하며 유화적 행보를 보였다.

임기 후반부 한일 관계 개선을 계기로 답보 상태인 남북-북미 관계 진전을 견인하고자 하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됐다.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이 또다시 평화의 장으로서 역할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올해 열리게 될 도쿄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의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한국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 중심주의' 위에서 한일 관계 해결 모색이라는 기존의 원칙도 재확인했지만 한일 관계 복원 과제와는 별도로 구분지었다. 미래지향적 한일 협력 관계 구축에 더욱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협력' 17차례, '회복' 6차례 각각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언제나 피해자 중심주의의 입장에서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며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한일 양국의 협력과 미래발전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 회복이 '한·미·일 3각 협력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바이든 새 행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와도 결을 같이한다는 점도 함께 언급하며 일본 정부의 호응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협력은 두 나라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동북아의 안정과 공동번영에 도움이 되며, 한·미·일 3국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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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하며 독립운동가인 임우철 애국지사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1.03.01. scchoo@newsis.com
강제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 등 한일 관계 경색의 근본적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 해법은 담기지 않았지만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확실히 피력한 만큼, 이제 남은 것은 일본의 호응이라는 관측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까지 일본의 호응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또 다른 제안은 할 수 없다"며 "한국 정부는 한일 관계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복원을 언급한 것이고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유화 행보 이면에는 한·미·일 3각 공조를 추진하는 미국에게 주는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일 관계 회복을 압박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게 우리의 개선 의지를 보여주는 한편, 공은 일본에게 돌아갔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란 해석이다.

게다가 한일 관계 개선이 한미-북미-남북 관계 회복으로 이어져 동북아 정세 현안들을 풀어나갈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인식도 반영됐다. 정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날 메시지는 사실상 미국에게 던지는 의미가 크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서도 대화 메시지를 냈다. 지난해 12월 미국, 중국, 러시아, 몽골과 함께 출범시킨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를 언급하며 "일본도 참여를 검토하고 있으며, 나아가 북한도 함께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존 북한에 제안했던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서도 변함없이 노력할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참여를 시작으로 북한이 역내 국가들과 협력하고 교류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상생과 평화의 물꼬를 트는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di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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