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문화일반

대학로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열풍 왜?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21-03-03 06:00:00
예술위 '공연예술창작산실 – 올해의 신작' 선정작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2021.03.02.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심주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창작 뮤지컬 초연작인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가 대학로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2일 인터파크 티켓 등 예매처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대학로 컬처스페이스 엔유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매진사례를 기록 중이다. 주인공 '해웅' 역에 배우 정욱진이 출연하는 회차 티켓은 동이 났다. 해웅 역의 또 다른 배우 최민우가 나오는 회차의 티켓도 거의 팔려나갔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거리두기 좌석제가 적용이 됐지만, 코로나 대학로 위기 속 보기 드문 성과다. '위키드' 등 이미 작품성이 검증된 대형 라이선스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코로나19로 인해 창작 초연작이 드문 가운데,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거머쥐고 있다. 관객들의 리뷰와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인터파크 평점 9.8점, 예스24 평점 9.7점을 기록하고 있다.

신예 표상아 작가·김보영 작곡가의 작품으로 총 4년 간의 개발 기간을 거치면서 대본·음악의 완성도를 높였다. 지난 2018년 충무아트센터 스토리작가 데뷔 프로그램 '뮤지컬 하우스 블랙앤블루' 선정작이다. 이번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0 공연예술창작산실 – 올해의 신작’에 선정되며 기대감을 높였다.

역사상 가장 희망이 없던 일제 시대가 배경이다. 독립운동을 하던 형이 세상을 뜨는 등 모든 희망을 상실한 해웅과 성불이라는 희망뿐인 지박령(특정한 지역에 머물고 있으면서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있는 영혼을 일컫는 말) '옥희'의 이야기다. 해웅과 옥희, 그리고 각자의 소망을 가진 원귀들이 폐가 쿠로이 저택에서 벌이는 소동을 그린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2021.03.02.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심주호 제공) photo@newsis.com
이야기만 들으면 어둡거나 공포스런 분위기가 연상되지만, 러닝타임 120분동안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진다.

시계수리공인 해웅이 옥희를 비롯 귀신들의 고참인 선관귀신, 처녀귀신, 장군귀신 등의 원혼을 풀어주는 과정이 '엉뚱한 소동극'처럼 빚어진다.

또 귀신들이 성불하는 장면은 기발하고 드라마틱해 무릎을 치게 만든다. B급 코미디색이 짙은데, 단순한 말장난이 아닌 상황에 기인한 코드로 자연스런 웃음을 유발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데 그것도 설득력이 있다.

웃음만으로 소비된다면, 입소문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성불하는 과정에서 귀신들의 숨은 사연이 드러나는데, 다소 구태의연해질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재기발랄한 문법으로 풀어내 '유쾌한 위로'를 던진다. 슬픔에 대해 터무니없는 아픔과 절망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 뮤지컬이 약이 된다.

일제강점기라는 배경이 다소 무거울 수 있는데 '애국 코미디'라 불리며 희망도 던진다. 지난 3월1일 삼일정 공연에선 공연 시작 전 안내 멘트에서 독립선언문을 읽고 묵념을 하기도 했다. 커튼콜에선 배우들이 태극기도 들고 나왔다.

처녀 귀신을 소비하는 방식이 요즘 시대와 덜커덩거릴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건강한 웃음을 선사한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젠틀맨스 가이드', 연극 '환상동화'에서 웃음과 감동을 버무린 솜씨를 보여준 베테랑인 김동연 연출이 힘을 보탰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2021.03.02.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심주호 제공) photo@newsis.com
팝, 브릿팝, 국악 기반의 음악, 재즈, 두왑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넘버들은 버릴 게 하나 없다. 정욱진과 최민우 그리고 옥희 역의 송나영과 홍나현 외 배우들은 1인2역을 오간다. 한보라, 이아름솔, 원종환, 유성재, 김지훈, 김남호, 황두현 등 대학로에서 연기력으로 이름 난 배우들이라 믿음직스럽다. 이들이 빚어내는 앙상블의 합이 뛰어나다.

뮤지컬 '시데레우스'의 이은경 무대디자이너와 김성철 영상디자이너도 이번 뮤지컬의 공로자다. 입체감 있는 무대와 실감나는 귀신 홀로그램도 인상적이다. 

예술위 '올해의 신작 - 창작산실'은 본 공연 들어가기 전, 쇼케이스 같은 분위기가 짙다. 그럼에도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는 웬만한 프로덕션의 창작뮤지컬 본공연 이상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레드북', '마리 퀴리', '호프-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등 같은 웰메이드 창작뮤지컬이 창작산실을 거쳤다.

특히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는 그간 대학로 뮤지컬은 대형 뮤지컬과 비교해 마니아성이 짙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 문턱을 한껏 낮춘 뮤지컬로도 기억될 듯하다. 대학로 뮤지컬 입문용으로 제격이라는 얘기다. 오는 21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문화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