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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막겠다"며 소송 남발한 대웅제약…과징금 23억·檢 피고발

등록 2021.03.03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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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대웅제약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 제재

위장약 '알비스' 특허 끝…경쟁사 복제약 출시

특허 침해 아닌데 소 제기하고 "소송 중" 영업

방해 위해 허위 자료 내 특허 기만 취득하기도

[오송=뉴시스] 대웅제약 오송 공장 전경. (사진=뉴시스 DB)

[오송=뉴시스] 대웅제약 오송 공장 전경. (사진=뉴시스 DB)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대웅제약이 특허권 침해 금지 소송을 부당하게 제기해 경쟁사를 방해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제재를 받았다.

임경환 공정위 지식산업감시과장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웅제약·대웅이 경쟁사 한국파비스제약·안국약품의 제네릭(Generic) 약품(복제약) 판매를 방해한 행위에 시정(반복 금지) 명령과 과징금 총 22억97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직접 개발한 위장약 '알비스'(2000년 6월 출시) '알비스 D'(2015년 2월)의 제네릭 약품을 판매하는 경쟁사를 방해하기 위해 특허권을 남용했다.

지난 2013년 1월 알비스의 원천 특허가 만료되자 파비스제약은 그 제네릭 약품인 '아이유에프정'을 2014년 10월에, 안국약품은 알비스 D의 제네릭 약품인 '개스포린에프정'을 2016년 1월에 각각 출시했다.

시장 경쟁이 심화하자 대웅제약은 알비스와 알비스 D 후속 특허를 이용해 경쟁사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경쟁사가 실제로 특허를 침해했는지와 관계없이 일단 소송이 제기되면 병원·도매상은 제네릭 약품을 쓰기를 꺼린다. 향후 판매가 중단될 수 있어서다. 대웅제약은 이 점을 악용한 것이다.

대웅제약은 파비스제약의 제네릭 약품 판매를 방해하기 위해 2014년 12월 특허 침해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은 소 제기 전에 파비스제약 제품을 직접 수거해 실험, 자사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으면서도 소 제기를 강행하며 연초 대형 병원 입찰 시 "소송 중인 제품은 향후 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대웅제약은 소송 과정에서 파비스제약의 특허 침해를 입증하지 못해 패소가 예상되자 관련성 없는 실험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소송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대웅제약은 결국 2015년 5월 패소했다.

공정위는 "소송과 영업을 연계해 파비스제약의 제품 판매를 방해했다"면서 "이로 인해 파비스제약에 제조 위탁을 검토하던 일부 제약사가 대웅제약으로 거래처를 바꿨다. 파비스제약의 영업이 위축·방해됐다"고 했다.

[세종=뉴시스] 대웅제약의 알비스 제네릭 약품 대응 전략 관련 내부 문서. "시험 결과 비침해임" "사실상 침해가 아니기 때문에 가처분이 인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사료됨"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분쟁 상태를 길게 유지" 등 문구가 눈에 띈다. 2021.03.03.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세종=뉴시스] 대웅제약의 알비스 제네릭 약품 대응 전략 관련 내부 문서. "시험 결과 비침해임" "사실상 침해가 아니기 때문에 가처분이 인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사료됨"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분쟁 상태를 길게 유지" 등 문구가 눈에 띈다. 2021.03.03.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대웅제약은 안국약품의 알비스 D 제네릭 약품 판매를 방해하기 위해 허위 자료를 내기도 했다. 2015년 1월 알비스 D 특허 출원 과정에서 생동성 시험 데이터 개수와 수치 등 핵심 데이터를 조작·제출해 특허를 등록한 것이다.

당시 대웅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알비스 D의 품목 허가를 받기 위해 생동성 시험을 총 3차례 진행했다. 성공한 3차 시험(1·2차 시험은 실패)을 바탕으로 2014년 11월 품목 허가를 획득, 이듬해 2월 알비스 D 출시를 계획했다.

그 과정에서 "알비스 D 출시 전 특허를 내라"는 윗선의 지시에 따라 2014년 12월 출원을 급하게 추진했지만, 특허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생동성 시험 데이터가 부족했다. 당시 담당 직원은 "1월에 (특허를) 출원 안 하면 죽을 듯"이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는 등 심한 압박감을 토로한 사실이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알비스 D 출시일이 다가오자 대웅제약은 2015년 1월 생동성 시험 데이터를 3건에서 5건으로 늘리고(성공 데이터 1→3건), '어떤 입자 크기에서 수행된 시험인지' 등 세부 수치도 조작해 특허 출원을 강행했다.

대웅제약은 이런 허위 자료를 내 기만적으로 특허를 취득하고도 안국약품의 제네릭 약품 판매를 방해하기 위해 2016년 2월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은 소송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병원·도매상 등 거래처 영업에 연계, 소가 진행된 21개월 동안 안국약품의 제품 판매를 방해했다.

2017년 8월 안국약품이 생동성 시험 자료 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대웅제약은 화해를 유도하며 소송을 종결했다.

공정위는 대웅제약의 이런 행위가 부당한 특허 침해 소송을 통해 경쟁 사업자와 그 고객의 거래를 방해함으로써 자사와 거래하도록 유인한(부당 고객 유인) 행위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대웅제약은 2012~2017년 알비스·알비스 D 연 매출액을 600억원 수준으로 유지했다. 2014년(592억원) 파비스제약의 제네릭 약품이 출시된 뒤 매출액이 다소 감소했지만, 특허 침해 소송 제기 등을 통해 기존 수준의 매출액을 복원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런 부당한 특허 침해 소송은 공정한 경쟁 질서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새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해 소비자의 저렴한 약품 선택권을 저해하는 위법한 행위"라면서 "향후에도 국민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약 분야에서 특허권이 남용되지는 않는지 계속 감시하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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