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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성 배우&무르익은 2인극…연극 '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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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3-04 17:53:08
14일까지 브릭스 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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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제인', 문진아·정우연. 2021.03.04. (사진 = MJ스타피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연극 '제인'은 대학로에서 '2인극 각색'의 모범사례가 될 듯하다.

영국 작가 샬럿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1847)가 원작이다.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 '해적' 등 대학로 2인극계 베테랑으로 통하는 이희준 작가·김운기의 신작으로, 무르익은 2인극 만들기 솜씨를 뽐낸다.

2인극은 최근 대학로에서 각광 받는 형식이다. 프로덕션 입장에선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고, 배우들은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선보일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 배우·관객·스태프 입장에서 부담도 덜하다. 

'제인' 형식 역시 최근 대학로 2인극 흐름과 유사하다. 한 배우가 '제인' 역을, 다른 배우가 주요 배역인 '로체스터'를 비롯 다른 역들까지 연기한다.

눈길을 끄는 건 내용이다. 번역본으로 900쪽에 가까운 원작을 러닝타임 110분으로 압축했다. '제인 에어'는 여성 성장서사 소설의 대표격이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19세기 영국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당당하고 독립적인 인간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여성 '제인 에어'를 내세운다.

연극도 원작의 얼개를 따른다.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된 제인. 친척집과 자선학교 등을 전전하다 로체스터 가(家)의 가정교사로 들어간다. 저택의 주인 로체스터는 당당하면서 현명한 제인에게 빠지고, 두 사람은 결혼을 앞둔다.

하지만 제인은 뒤늦게 로체스터에게 미치광이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빈손으로 저택을 떠난다. 빈사 상태에 처해 있던 그녀를 세인트 존 리버스 목사가 구출한다. 리버스 목사도 당찬 제인에게 빠져 들고, 그녀에게 인도에서 선교활동을 하자고 제안한다.

원작 소설은 제인이 사랑했던 로체스터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다. 하지만 연극은 다르다. 제인은 로체스터에게 돌아가는 대신, 자신의 유일한 핏줄 숙부가 있는 마데이라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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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제인' 정우연. 2021.03.04. (사진 = MJ스타피시 제공) photo@newsis.com
소설 '제인 에어'의 배경인 19세기 영국에서 여성이 홀로 독립해서 살아간다는 건 사실상 힘들었다. 게다가 제인은 지금 식으로 말하면, 흙수저였다. 외모도 평범했다. 하지만 사람의 영혼이 동등하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그녀는 말 하나, 행동 하나 모두 빛났다. 연극 '제인' 속 제인도 매 장면, 영혼으로 영혼에게 말을 걸었다.

특히 제인은 자신의 현실을 분명히 자각했다. 그래서 스스로 설 수 있는 노동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를 실행해내는 실천력과 부지런함도 갖추고 있었다. 제인은 소설에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중 가장 주체적인 여성 중 하나일 것이다.

또 연극 '제인'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제인이 남성이 아닌 여성과 연대한다는 지점이다. 연극은 리버스 목사의 동생이자, 자신을 동등하게 지지하고 응원해준 '다이애나'와 교감하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대학로에서 흔한 남성 배우 2인극이 아닌, 여성 배우 2인극이라는 점이 이런 결말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김하나·황선우 작가가 쓴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가 주목 받는, 전통적인 가족상 대신 '분자 가족'(1인 가구를 원자와 비교해 원자가 조립되는 분자에 비유한 가족 형태)이 각광받는 시대에 이 연극이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다.

고전이 위대한 이유는, 매 시대에 새롭게 '발굴'되기 때문이다. 연극 '제인'은 '제인 에어'에서 우리 사회 속에 묻어 있는 이슈를 캐낸다. 그리고 세상과 홀로 싸운 이들의 흔적과 교감한다. '제인'에게 위로를 받았다는 관객들이 늘고 있는 이유다.

제인 역의 문진아·임찬민, 남성 캐릭터인 로체스터를 비롯 다양한 역을 연기하는 김이후·정우연은 대학로 인기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김종욱 찾기' '차미' 등에 출연한 정우연은 '잘생김'을 인정 받으며 이번에 급부상했다. 오는 14일까지 브릭스 씨어터.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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