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정치일반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변희수 하사가 남긴 숙제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21-03-04 14:10:01
정치권 안팎에서 차별금지법 필요성 재조명
제정 시 "이행강제금·징벌적 손배 청구 가능"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김근현 기자 =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1.22.khkim@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전역 조치된 변희수(23) 전 하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렌스젠더라는 이유로 군에 돌아가지 못하는 차별이 변 전 하사를 죽음으로 몰고갔다는 지적이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변 전 하사를 추모하며 "지지부진한 평등법, 차별금지법도 죄스럽다. 정말 국회는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일부 종교 세력의 반대에 발목 잡힌 모양새로 십여 년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자성했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국회는 2020년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를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의지를 밝혔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국회는 왜 그동안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았냐"며 "여야 정당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시민사회의 요구도 이어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4일 "정치한다는 자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성소수자를 걷어차며 매표를 일삼는 세상에서, 15년이 지나도록 차별금지법 하나 없는 세상에서 성소수자들은 넘쳐나는 혐오와 차별로부터 자신을 지킬 변변한 법과 제도 하나 갖지 못했다"며 "국회와 정부가 죽였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자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02. photo@newsis.com
BBC와 가디언, SCMP 등 주요 외신은 이날 변 전 하사 사건을 보도하며 한국을 '차별금지법이 없는 국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이 계류돼 있다. 제정안은 성별이나 장애, 나이, 출신국가, 종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영역의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차별을 당했을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 이를 진정할 수 있으며, 차별행위자에 대해선 ▲차별행위의 중지 ▲피해의 원상회복 ▲재발방지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차별행위자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엔 국가인권위가 30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지난해 인권위도 평등법 예시 법안을 발표하며 법안의 필요성을 밝혔다.

그러나 국회 차원의 논의는 '실종 상태'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이후 8번이나 발의됐으나 한 번도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 일부 기독교계와 보수단체의 반발을 우려한 국회의원들이 관련 발언조차 꺼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별금지법 공동발의에 참여한 의원은 장 의원 외에 9명으로, 공동발의 요건인 10명을 겨우 채웠다. 이 의원들은 조직적인 전화 폭탄에 시달려야 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명칭을 바꿔 '평등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당 안팎의 반발에 발의 요건을 채우고도 발의가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정의당 배복주 부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성평등 조직문화개선대책 TF 1차 대책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28. photo@newsis.com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힌 정의당에선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변 전 하사의 선택이 달라졌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 겸 젠더인권본부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현재는 국가인권위의 권고 수준에서 그치지만,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이행률을 높일 수단이 있다"며 "국방부가 인권위 권고를 무시하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거나, 변 전 하사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 전 하사 사건을 보면서 피진정기관에 대한 강제력을 강화하는 게 정말 필요한 조치란 생각이 들었다"며 "정말 제정이 됐다면 달랐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8월 대전지법에 전역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다음 달 15일 첫 변론기일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

정치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