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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클럽하우스 열풍, 공연계도 확산...'관대'도 대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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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3-06 05:00:00
대화방 '공연이야기'에 200여명 참여
뮤지컬 '붉은 정원' 각종 이야기 나눠
코로나 속 색다른 '관객과의 대화'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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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클럽하우스 화면. 2021.03.05. (사진 =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난 2월15일 실시간 음성 대화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Clubhouse)'의 대화방인 '공연이야기(feat. 뮤지컬 붉은 정원)'는 활기를 띠었다. 모더레이터(방장)와 네명가량의 스피커를 포함 200명에 가까운 인원들이 뮤지컬 '붉은 정원'의 각종 담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러시아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1818~1883) 원작 소설 '첫사랑'을 각색한 창작물. 원작은 열여섯 살 소년 '블라디미르'가 공작 부인의 스물한살 딸 '지나이다'에 사로잡힌 뒤 앓는 사랑의 열병 이야기다. 그녀에게 따로 애인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흥분한 뒤 그를 저주하는데, 이내 지나이다의 연인은 자신의 아버지로 밝혀진다.

원작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지만, 뮤지컬에서는 소년과 그가 사랑하는 여인 그리고 아버지 세 인물에만 집중했다. 뮤지컬에서 소년은 이반이라는 이름을 가진다. 원작 작가 투르게네프의 이름이다. 투르게네프가 작중 소년 블라디미르는 '나의 과거'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지나이다는 지나로 이름을 줄였다.

이 꼬이고 꼬인 관계에서 '그리스 비극성'을 찾는 등 대화방에선 심도 깊은 토론이 이어졌다. 이반 역의 배우 곽다인이 클럽하우스를 둘러보다, 들어와서 캐릭터에 대한 해석 등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의 합류는 전혀 예정돼 있지 않은 일이었다.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서, 클럽하우스에 대한 과몰입을 경계하는 '클라밸'(클럽하우스와 삶의 균형)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클럽하우스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정 주제를 두고, 여러 명이 목소리로 실시간 대화하는 플랫폼이다. 지난해 4월 미국 스타트업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이 출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물려 최근 한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등 유명 인사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정 부회장이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뒷이야기를 전한 방에는 청취자가 수천명이 몰리기도 했다. 콜드플레이, 스티비 원더, 에미넘 등의 내한공연 관련 평소 들을 수 없던 이야기에 청취자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콘서트 등에 비해 대중성이 떨어지지만, 뮤지컬·연극을 비롯한 공연업계에서도 점차 클럽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열지 못한 '관객과의 대화'(관대)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이 될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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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AP/뉴시스] 클럽하우스
관괙과의 대화는 공연계 주요 행사 중 하나다. 평소 만나기 힘든 창작진, 배우들에게 공연에 대한 궁금증을 직접 물어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최근 전무했다. 최근 국립극단 연극 '파우스트 엔딩' 정도가 방역 지침을 지켜, 진행한 정도다. 국립극단은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해 연극 낭독회 'X의 비극' 관대를 스마트폰 메신저 '오픈 채팅방'을 통해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클럽하우스 내 공연 관련 대화방은 주로 관객들끼리 이야기하는 문화가 조성되고 있다.

뮤지컬 '붉은 정원' 모더레이터를 맡았던 김지연 씨는 "공연을 보고 주로 아는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는데, '클럽하우스'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시공간 제약이 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활발했던 인터넷 카페 등의 공연 커뮤니티가 줄어 공연 마니아들은 공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통로가 줄어든 상황이다. 김씨는 "그런 아쉬움을 클럽하우스가 좀 채워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2010년대 초반 공연계 '관객과의 대화'에서 하나의 분기점이 됐던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 시즌 2을 제작했던 박상욱 ACTⅡ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이번 '붉은 정원' 대화방에 함께 했다.

박 대표는 "(클럽하우스를 통한) 팬들과 배우들, 그리고 제작자 소통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되는 거 같다"면서 "실제 한 배우가 방을 만들어서 질문에 대한 답을 바로 해주더라"고 전했다.

"'이석준의 이야기쇼'가 했던 것처럼, 관객들이 공연에 대해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면서 "그것이 클럽하우스를 통하든, 다른 형태의 매체가 됐든 하나의 플랫폼이 자리를 잡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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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AP/뉴시스] 클럽하우스
그룹 '신화' 멤버 겸 뮤지컬배우 김동완도 클럽하우스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스타 중 한명이다. 특히 그는 이 플랫폼의 순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에 출연한 그는 이 작품의 스윙 배우들에게 질문할 내용을 클럽하우스 이용자들을 통해 받기도 했다. 평소 스타 주연 배우보다 관심 받기 힘든 이들을 조명한 것이다.

물론 클럽하우스도 단점은 존재한다. 아무나 드나들 수 있어 자칫 방 분위기를 흐릴 수 있는 인물이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박 대표는 "드나다는 것이 너무 자유롭다. 대화방에서 자리를 지켜주는 것도 분위기 형성에 도움이 되는데 산만할 수 있다"고 짚었다.

누구에게나 오픈되는 공간이다보니, 혹시나 타인에게 피해를 갈까 노심초사하는 경우도 많다. 스피커로 참여했던 공연 관계자는 "우리끼리 하는 지나가는 말이라도, 누구에겐 피해가 갈 수 있고 관계된 사람이 듣고 억측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면서 "실언을 할까봐 조심스러웠다"고 했다.

한 인기 뮤지컬배우는 클럽하우스에 대화방을 열었는데, 이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은 그의 일부 팬들로부터 서운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소통에 양날의 검이 존재하는 만큼, 아직 공연제작사나 마케팅회사들이 클럽하우스를 적극 이용하는 상황은 아니다.
 
공연 칼럼니스트인 배경희 더뮤지컬 편집장은 "공간의 제약이 덜하고 목소리로만 이야기를 전하다보니 부담을 덜 느껴 아티스트나 제작사들이 관객과 소통하고 홍보하는 채널로 확장될 수도 있다"면서도 "라디오는 생방송이라도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클럽하우스는 정제되지 않은 말들이 나올 확률도 존재한다. 계속 관심 받는 플랫폼이 될 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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