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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부족 일파만파…현대차·기아도 '위기경보'

등록 2021.03.26 09:12:53수정 2021.03.26 09: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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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TSMC 전경. (사진=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 Ltd.)

[서울=뉴시스]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TSMC 전경. (사진=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 Ltd.)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미국 택사스주 한파, 일본 르네사스 화재 등이 잇달아 터지며 가뜩이나 품귀에 시달리던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폭스바겐·제네럴모터스·포드·토요타·스바루·닛산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잇단 생산 차질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재고를 많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자동차·기아도 당장 다음달부터 생산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차량용 반도체 마이크로 콘트롤 유닛(MCU) 수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주 단위로 재고 점검을 하며 생산계획을 점검 중이다. 아울러 올초부터 반도체 재고 확보를 위해 부품을 공급하는 1차 협력사에 반도체 재고 확보를 맡기지 않고 직접 반도체 생산업체와 물량 확보 협상을 벌이고 있다. MCU는 자동차에서 여러 전장 시스템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현재 2~6주 분량의 차량용 반도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수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다음달까지 품귀사태가 이어지면 생산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4월 위기설'도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즈는 현대차가 지난해 반도체 재고를 많이 확보해둔 덕에 현재까지 버티고 있지만 4월부터는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일본 르네사스 나카 공장 화재로 부품 수급 차질 우려가 커졌다. 현대차는 직접 르네사스에서 반도체 물량을 공급받고 있지 않지만 르네사스 반도체를 상당량 사용하고 있는 일본 부품업체 덴소에서 일부 부품을 납품받고 있다.

현대차에 반도체 부품을 납품하는 NXP·인피니온·ST마이크로의 경우 생산에 문제가 없지만 르네사스에서 납품받던 토요타·혼다·포드 등이 가격경쟁을 벌이며 물량확보에 나설 경우 단가 상승과 품귀 등을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

르네사스는 생산 재개 시점을 1개월 이내로 제시했지만 업계에서는 공급 정상화까지 최소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은 올해 초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차량을 원활히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GM 미주리주 공장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가동을 일부 중단한다. 이곳에서 제작되는 픽업트럭 GMC 캐니언과 쉐보레 콜로라도 등의 생산이 중단된다. GM은 이와 함께 미주리주 공장의 하반기 가동중단 기간을 예정보다 2주 앞당겨 5월24일부터 7월19일까지로 정했다. 미시간주 공장도 가동 중지 기간을 다음달 중순까지 2주 늘렸다.

GM 캔자스주 공장과 캐나다 잉거솔 공장 역시 지난달 초 가동이 중단됐고 다음달 중순까지 계속 멈춰서 있을 전망이다. 한국지엠 역시 글로벌 생산계획에 따라 부평 2공장을 절반만 가동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독일 엠덴 공장을 지난 1월 2주간 멈춰세웠으며, 지난달부터는 감산에 들어갔다. 독일 폴프스부르크 공장도 지난해 12월말부터 2월말까지 감산키로 했다.

포드도 멕시코 2개 공장과 독일 자를루이 공장을 지난 1월 가동 중단했다. 토요타, 아우디, 혼다, PSA, 닛산 등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공장 셧다운 등 감산을 하고 있다. 테슬라도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7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의 모델3 생산을 중단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벌어진 것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수급 불안과 전세계적 전동화 추세 때문이다.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지난해 상반기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자 부품 발주를 줄었고,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수요가 증가한 노트북, 태블릿, 기타장비 쪽의 생산을 늘렸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자동차 수요 회복이 빨라지며 품귀 현상이 극심해졌다.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폭스바겐과 제네럴모터스 등 세계 완성차업체가 경쟁적으로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는 것도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을 가중시켰다. 여기에 미국 택사스 한파로 2월17일부터 오스틴 지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지난 19일에는 MCU 세계 생산 2위인 일본 르네사스에서 화재까지 발생하며 상황이 더 악화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의 원인 및 영향' 보고서를 내고 차량용 반도체 중 특히 공급부족을 겪고 있는 MCU 수급 해결의 키를 TSMC가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으로 차량용 MCU의 약 70%를 생산하며 28나노~40나노 공정에서 생산되는 MCU가 현재 부족한 상황"이라며 "3대 MCU 제조사인 NXP, 르네사스, 인피니온은 팹 라이트 전략을 추진해 TSMC 위탁생산 비중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현재 주요 자동차 생산국인 미국·독일·일본은 대만 정부에 차량용 반도체 증산을 요청했고, TSMC는 우선순위 조정 등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TSMC는 생산능력 확대에 6개월~12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설비증설보다는 생산 우선순위 조정 등을 통해 생산효율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차량용 MCU는 독자적 아키텍쳐를 보유해 타사 제품 사용이 어렵고, 타사 파운드리 이용도 안전과 내구성 검증문제로 전환이 쉽지 않다"며 "이런 이유에서 차량용 반도체 생산 경험이 없는 파운드리로 전환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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