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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 도움은 안주고 자료요구만"…요양병원들의 성토

등록 2021.04.01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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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협회, 현장 관계자 목소리 담은 보고서 발간

"철저히 방역했지만 확진자 발생하니 책임 전가"

"코흐트격리 끝난지 6개월 지나도 손실보상 못받아"

협회, 간병제도 개선 등 6개 제도개선 정부에 요청

[인천=뉴시스]배훈식 기자 = 4일 오전 인천 계양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요양병원에서 병원 관계자가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2021.01.04. dahora83@newsis.com

[인천=뉴시스]배훈식 기자 = 4일 오전 인천 계양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요양병원에서 병원 관계자가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2021.01.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 “첫 확진자가 나왔을 때 전문가를 파견해 진두지휘했더라면 훨씬 빨리 상황이 종결됐을 거예요. 그런데 현장 상황도 모르면서 카톡으로 이런저런 지시를 해요. 시청, 중수본, 질병관리청 포함해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부 부처 공무원은 다 카톡방에 들어와 있어요. 그 카톡방에서 도움은 안 주고 정말 방대한 자료를 요청하더라고요. 초반에 힘들어 죽겠는데 자료 만드느라고 더 힘들었어요. 방역현장에서 뛰어야 할 직원이 그러고 있었으니 참. 똑같은 자료를 보건소, 시청, 중수본에서 요구해요. 그런데 양식이 약간씩 다르니까 같은 자료라도 다 다르게 만들어야 하고. 그거 만드느라 직원들 고생했어요."(E요양병원 관계자)

# "우리는 정말 철저하게 방역했어요. 간병인들 외출까지 통제하면서 보건소로부터 잘한다는 칭찬도 들었어요. 그런데 확진자가 발생하니까 마치 병원이 잘못해 확진자가 발생한 것처럼 도와주지 않으니까 서럽더라고요."(A요양병원 관계자)

# "코호트 격리가 끝난 지 6개월째인데 아직 손실보상을 받지 못했어요. 확진자 발생하면 초기에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들어가요. 반면 환자가 빠지니까 수입은 줄어들죠.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환자가 엄청 빠졌어요. 굉장히 어려운데 건강보험 진료비 청구마저 지급이 바로 안되니 자금 압박이 심각한 상황이에요."(D요양병원 관계자)
     
지난해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를 벌여온 요양병원 관계자들의 말이다. 지난해 11월 3차 대유행이 본격화하자 상당수 요양병원들은 확진자 급증에 따른 병상 부족과 코흐트 격리 기간 연장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요양병원들은 방역 당국의 대응 방식과 보건의료 시스템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최근 요양병원 관계자들이 코로나19 현장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증언한 현장 보고서 '우리가 K-방역입니다'를 발간했다. 9개 요양병원의 원장, 이사장, 방역책임자, 간호책임자 등 14명의 목소리가 보고서에 담겼다.

요양병원들은 확진자가 증가한 원인이 감염병 전담병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A요양병원 관계자는 "방역당국에 확진자를 빨리 빼달라고 수없이 요청했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전담병원 병실이 부족해 이송이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코흐트 격리 지침도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C요양병원 관계자는 "확진자가 발생한 병동을 코호트 격리 하는데 문제가 많았다. 출입을 금지하고 교대도 못하게하니까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겠나. 보건소에서 인력이라도 파견해주면 좋을텐데 그것도 안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방역 용품 지원도 수요에 비해 크게 모자랐다고 전했다.

D요양병원 관계자는 "코호트 격리에 들어가니까 보건소에서 레벨D 방역복 100벌을 줬다. 코호트 격리 기간에 지원 받은 건 그게 전부다. KF마스크, 일회용 AP가운, 소독티슈, 라텍스 장갑, 레벨D 방역복, 페이스 쉴드 등 모두 자체 비용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요양병원 관계자들은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방역 당국, 소방 당국,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기관이 각각 상황 보고를 요구해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고, 의사소통이나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들은 요양병원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모두 병원 측에 돌리는 것도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많은 환자들이 병원에 들어오고, 한 명의 간병인이 여러 환자를 돌보면서 밀접 접촉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설명이다.
       
병원들은 오랜 기간 지속된 코호트 격리와 환자 수 감소 등으로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지만 정부의 보상이 이뤄지기 까지수개월이 걸려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는 점도 호소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간병제도 개선 ▲다인실 구조 개선을 위한 상급병실료 보험급여화 ▲감염예방관리료 현실화 ▲일당정액수가제도 개선 ▲격리실 입원료 체감제 개선 ▲코로나19 야간간호료 수가 인정 등의 제도 개선을 정부에 요청했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코로나19가 안정이 되면 감염에 취약한 요양병원의 환경 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협회는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을 분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요양병원의 취약한 부분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 차원에서 백서를 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코호트 격리와 치료경험,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백서로 정리해 전국 요양병원이 공유함으로써 감염병 대응수준을 개선하는데 활용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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