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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게임 음악 품으니 남성 관객들 몰렸다

등록 2021.04.05 10: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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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20~30대 남성 호응 예매자 60%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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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 2021.04.05.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바위술사 '탈리야', 용 조련사 '트리스타나', 별의 창조자 '아우렐리온 솔', 잔혹극의 거장 '진' 테마가 연이어 터져 나오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내 열기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KBS교향악단의 웅장한 현악과 밴드의 강렬한 일렉 기타 소리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사운드가 절정으로 치달았다. 오케스트라의 고전적인 분위기와 록 밴드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묘하게 시너지를 내며 객석을 감쌌다.

지난 2~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는 게임 팬과 클래식음악 팬을 동시에 사로잡기 충분했다.

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음악을 클래식 오케스트라로 편곡해서 연주한 공연으로 사전에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공공 복합공연장이 게임 음악 콘서트를 기획하는 건 이례적이라 이목을 끌었다. 

매달 1억명 이상이 이용하는 게임인 만큼 각 회차당 1700명씩, 이틀 간 총 3400석을 오픈했는데 단숨에 매진됐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객석수는 3000석인데, 코로나19 방역지침으로 줄였다.

세종문화회관은 둘째 날 콘서트를 강원·제주를 제외한 전국 시도별로 메가박스 상영관 1개씩, 총 8개관 1500석을 오픈해 실황 중계하기도 했다.

게임 제작사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는 상대팀과 전투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전략을 겨루는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게임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음악계 큰 손으로도 통한다. 특히 세계를 돌며 열리는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의 주제곡에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미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 이매진 드래건스의 '워리어스(Warriors)'가 대표적이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에도 삽입돼 재조명되기도 했다. 독일 출신 인기 DJ 제드가 참여한 주제곡 '이그나이트(Ignite)'도 인기를 누렸다. 

2018년에는 LOL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가상 아이돌 'K/DA'를 선보였다. K팝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미연과 소연 등의 목소리를 빌려 태어난 팀이다. 이들이 발표한 음원 '팝스타스(POP/STARS)'는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워리어스'를 비롯 '펜타킬 메들리(Pentakill Medley)' 등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음악들을 연주했다.

세종문화회관에 따르면 예매자 성별 중 남성이 60%에 달한다. 보통 연극·뮤지컬에 비해 클래식음악 공연의 예매자 비율 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긴 하지만, 30% 전후였다.

게이머들이 상당수 예매한 것으로 추정됐는데 실제 공연장에는 20~30대 남성 관객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기존 남성 관객의 비율이 비교적 높았던 클래식 공연의 경우 40~50대 남성 관객이 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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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 2021.04.05.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photo@newsis.com

게임 마니아 50여명이 LOL 속 캐릭터들로 분장한 코스튬 플레이도 볼거리였다. 이들은 공연 시작 전 로비를 누비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세종문화회관은 2시간 전부터 이들이 의상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을 내주기도 했다.

클래식과 게임이 전혀 서로 무관한 장르는 아니다. 1980년대엔 고전 게임 '남극대모험'에 삽입된 프랑스 작곡가 에밀 발퇴펠의 '스케이터 왈츠'처럼 기존 클래식을 재편곡해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오리지널 게임 음악이 오케스트라 옷을 입기 시작한 건 1980년 후반부터다. 일본 게임음악 작곡가 겸 지휘자 스기야마 고이치가 NHK교향악단과 함께 '드래곤 퀘스트'의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한 버전을 선보인 뒤 일본에서 게임음악 콘서트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유럽에서도 유행했다.

국내에선 재일교포 2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양방언이 2006년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 '아이온(AION)'의 음악을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와 녹음하기도 했다.

이후 게임음악의 대형화가 가속화됐고, 자연스레 게임음악 콘서트도 늘어났다. 2000년대에 유라시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등이 롤플레잉 게임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음악을 들려줬다. 2010년대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메이플 스토리', '마비노기' 등의 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과 독일 만하임국립음대 대학원에서 지휘를 전공한 진솔 지휘자는 지난 2017년 게임 음악 플랫폼 '플래직'을 론칭했다.

진 지휘자는 이번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이미 그녀는 2019년 스타크래프트 라이브 콘서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콘서트를 지휘하며 게임음악 콘서트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게임 음악과 오케스트라의 만남은 단순 이벤트가 아니다. 게임회사의 자본력이 막강해지면서, 단순한 오락성을 넘어 차별화가 필요했다. 그 방편의 하나로 음악의 고급화를 추구하면서 빚어진 자연스런 현상이다.

'엘더스크롤' '해리포터' '길드워' 시리즈로 유명한 제레미 솔 같은 게임음악계의 거장 작곡가가 탄생했고,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배경음악을 작곡해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하워드 쇼는 게임 '썬(SUN)'의 음악 작업에 참여했다.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12회ARKO한국창작음악제 연주회' 양악 부문에 뽑힌 작곡가 장석진은 최근 게임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배틀그라운드 : 비켄디' 메인 타이틀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게임음악과 오케스트라의 만남은 MZ세대에게 호소력을 발휘, 클래식 음악의 생존 전략 중 하나가 됐다. 특히 '이번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는 공연이 침체된 코로나19 시기에, 좋은 기획물이 있다면 새로운 관객도 공연장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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