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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예병태 대표 "책임 통감" 사의 표명…법정관리 '초읽기'(종합2보)

등록 2021.04.08 0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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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예병태 대표 "책임 통감" 사의 표명…법정관리 '초읽기'(종합2보)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법정관리 수순을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 예병태 대표이사 사장이 7일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예 사장이 주도해온 쌍용차와 HAAH오토모티브 매각 협상이 사실상 좌초되며 쌍용차가 법정관리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예 사장은 이날 오전 화상임원회의를 열어 사의를 표명하고, 전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퇴직인사를 전했다. 후임 인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당초 쌍용차 법정관리인으로 예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예 사장은 법정관리인 경험이 없고, 해당 업무를 담당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예 사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회사가 또 다시 회생절차 개시를 앞두게 된 상황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회사의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러한 상황을 여러분들과 함께 극복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임직원 여러분들이 받을 충격과 허탈감을 잘 알기에 그 동안 경영을 책임져온 대표이사로서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도 쌍용차에 대한 다수의 인수 의향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절망을 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밝혀 사실상 HAAH오토모티브 매각협상이 좌초됐음을 시사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신규 투자자유치가 계획보다 지연되면서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임박해 또 다시 헤쳐나가야 할 많은 혼란과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다소 혼란스럽고 일시적인 고통이 따를 수 있겠지만 여러분들의 일터는 스스로가 지킨다는 먼 안목으로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힘을 모아나가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예 사장은 "그동안 우리 회사는 업계에서는 유례 없는 임금반납, 복지후생 중단 및 자산매각 등 선제적인 자구노력을 시행해 왔고, 대주주의 투자계획 철회발표로 인해 회사 생존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혼란과 어려움을 잘 극복해 왔다"며 "대내외적으로 많은 도전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항상 도와주고 함께해준 (직원) 여러분의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임직원 여러분은 대한민국 최고의 SUV 전문가"라며 "여러분이 쌍용차의 주인이고 대한민국 SUV의 주인이다. 이런 저력이라면 새로운 투자자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지속 가능한 경영정상화 토대를 충분히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출신인 예병태 사장은 현대차에서 마케팅기획팀장, 상품전략총괄본부 상무, 상용사업본부 부사장 등을 거쳐 2018년 9월 쌍용차에 부사장으로 영입됐고, 2019년 3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사장 선임 후 최대주주 마힌드라와 함께 쌍용차의 위기상황을 극복해나가겠다고 밝혔고, 같은해 9월 비상경영을 선포, 복지 축소 등 자구노력에 나섰지만 쌍용차를 살리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쌍용차는 당초 지난달 말까지 HAAH오토모티브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아 P플랜(사전회생계획안)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P플랜은 법원이 기존 빚을 줄여주면 채권단이 신규자금을 투입하는 초단기 법정관리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다 보니 갈등이 적고, 정상화 시일도 빠르다. 하지만  밀린 임직원 급여·부품 협력업체의 납품 대금 등 3700억원 규모의 공익채권을 부담스러워한 HAAH가 답변을 보내지 않으며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일 쌍용차 채권단인 산업은행에 쌍용차의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묻는 의견 조회서를 보내는 등 법정관리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회생절차 돌입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 5일 "회생절차로 간다고 다 망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기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법원이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채권단의 의견을 수렴한 후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채권단 의견 조회에서 회생절차 개시 결정까지는 2주 가량이 소요되지만, 법원은 '쌍용차 기업회생절차 돌입 시 조기 졸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떨어지면 쌍용차는 2011년 회생절차 졸업 후 11년만에 다시 법정관리 체제로 전환한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권신고와 조사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예 사장이 사의를 표한 만큼 회생절차를 주도하는 법정관리인으로는 정용권 기획관리본부장(전무)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쌍용차의 자산과 재무상황 등을 토대로 쌍용차를 존속시킬 지, 청산할 지를 결정한다. 회생가치가 크다고 판단할 경우 쌍용차가 제출하는 회생계획안을 바탕으로 재무구조 개선, 구조조정 등 회생절차를 밟게 되며, 청산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할 경우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

쌍용차의 경우 매년 영업적자를 이어왔고, 적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쌍용차가 파산할 경우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 2만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만큼 법원이 파산을 결정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법원이 쌍용차를 구조조정 후 매각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전기버스업체인 에디스모터스, 전기이륜차업체 케이팝모터스 등이 쌍용차 인수 의지를 밝히고 있다. 에디슨모터스의 경우 2000~2500억원이라는 구체적 인수자금을 밝힌 상태다. 다만 업계는 이들 업체의 인수 능력이나 의지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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