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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조정 100일…"안착할지 의문" 잇단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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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4-10 09:01:00
검찰 내부서 '수사권 조정 유명무실화' 전망
"전문적 이해 필요한 사건, 검찰이 수사해야"
고소·고발도 경찰만 가능…"업무 과중" 호소
"수사 절차 지연 결국 국민만 피해"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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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2021.03.18.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기 김재환 기자 =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대폭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올해 1월1일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이 10일로 100일을 맞게 됐다.

수사 종결권이 주어진 상황에서 경찰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 땅투기 의혹 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하는 등 첫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하지만, 뒤늦은 압수수색 등 '늦장 수사' 논란이 일었고, '결국 복잡한 사건은 검찰이 다시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내부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조만간 유명무실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한정됐는데, 이들 범죄를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건이나 전문적인 법리적 이해가 필요한 사건 수사는 결국 검찰이 다시 맡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검사는 "수사권 조정으로 지금은 6대 범죄 수사권만 검찰에 있는데, 이처럼 첨단화되거나 전문적 이해가 필요한 사건들은 검찰이 직접 수사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검찰이 할 역할이 있고, 경찰이 할 역할이 있는데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조직만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 한 마디로 말하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현실성이 없는 소리"라며 "수사권을 박탈하면 검찰이야 편하겠지만, 솔직히 나라를 생각하고 형사 사법 시스템을 생각하면 옛날처럼 (수사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게 범죄 대응력에도 훨씬 보탬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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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전경. 2021.03.24. (사진=경찰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시각에 불을 지핀 직접적 계기는 LH 땅투기 의혹 수사다. 앞서 정부와 경찰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중심으로 하는 770여명 규모의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를 꾸리고 LH 땅투기 의혹 규명을 위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경찰은 LH 의혹이 폭로된 지 일주일 뒤에야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늦장 수사' 논란을 일으켰고, 정치권 등에서는 LH 의혹 수사를 경찰이 아닌 검찰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정부는 지난달 29일 LH 의혹 수사에서 검찰의 역할을 주문했고, 이에 위기에 몰린 정부가 '경찰 수사'를 강조한 당초 기조를 뒤집고 검찰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수사권 조정 시행으로 검찰 대신 경찰에만 고소·고발장을 접수할 수 있게 되면서 법조계에서는 수사 속도가 지연되는 등 피해자 권리가 훼손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예전에는 경찰과 검찰에 고소·고발장을 골고루 접수할 수 있었는데, 수사권 조정으로 6대 중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모든 복잡한 사건들까지 전부 경찰에 접수되면서 경찰이 짜증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경찰에서는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고 하소연하고, 검찰은 반대로 편해졌다고 하는 코미디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범죄에 대응해야 하는 국가 핵심 자원인 검찰이 쉬게 되면서 피해자 입장에서는 수사 기간만 길어지는 등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권 입장에서는 검찰의 팔·다리를 자르니 좋고, 경찰 입장에서는 자기 권력을 강화하니 좋은 '검찰 죽이기'이지만 이 와중에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LH 의혹 사건에 검찰이 전혀 관여를 못했다가 나중에 (정부가) 수사에 참여해라, 말아라 하는 등 방침이 어긋나는데 이게 국민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당분간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혼란이 이어질 것 같은데 결국 혼란에 대한 책임은 이를 추진한 쪽에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ki@newsis.com, cheerlead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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