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 축구

[스잘알]천당에서 지옥으로…'가린샤 클럽'의 모든 것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21-04-20 05:00:00
최근 K리그1 성남 뮬리치 멀티골 후 세리머니하다 황당 퇴장
1962 월드컵서 골 넣고 퇴장한 브라질 가린샤에서 따온 말
하석주, 1998 월드컵 멕시코전서 득점 후 백태클로 퇴장
프로축구 K리그 1호 가린샤 클럽은 1985년 고(故) 정해원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멕시코전에서 퇴장 당한 후 동료들의 위로를 받는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서울=뉴시스] 안경남 기자 = 최근 프로축구 K리그1 성남FC의 203cm 장신 스트라이커 뮬리치의 황당 퇴장이 화제였다. 그는 광주FC를 상대로 멀티골을 넣은 뒤 퇴장을 당했다. K리그판 '가린샤 클럽'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성남FC 뮬리치의 황당 퇴장 사건
사건은 지난 1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일어났다. 뮬리치는 광주와의 K리그1 9라운드에서 후반 9분 중앙선 부근부터 볼을 잡아 질주한 뒤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슛으로 추가골을 넣어 멀티골을 작성했다.

앞서 전반 14분 자기 진영에서부터 단독 드리블로 환상골을 뽑아냈던 뮬리치는 또 한 번 폭발적인 질주로 광주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너무 기뻤던 나머지 두 번째 득점 후 유니폼 상의를 벗는 세리머니를 하다 고개를 숙였다. 전반전에 옐로카드를 받았던 사실을 깜빡 잊고 '상의 탈의 세리머니'를 하다 경고 누적으로 허무하게 퇴장을 당했기 때문이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성남FC 뮬리치가 선제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국제축구연맹(FIFA)은 선수들이 정치적인 문구 등을 속옷이나 몸에 새길 수 있다는 이유로 상의 탈의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를 위반할 경우 경고를 받게 된다.

뮬리치는 상의를 벗자마자 자신의 실수를 알아챘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주심도 뮬리치의 퇴장이 황당했던지 웃으며 레드카드를 꺼냈고, 뮬리치도 허탈하게 그라운드 밖으로 걸어 나갔다.

다행히 성남은 수적 열세에도 남은 시간 광주의 공세를 잘 막아내며 승리를 지켰지만, 뮬리치의 황당 퇴장으로 나머지 10명이 힘든 경기를 펼쳐야 했다.

아찔했던 경험에 뮬리치는 경기 후 "바보 같은 짓을 했다. 동료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 미안하다. 팀이 이겨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뮬리치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속만 끓인 김남일 감독은 경기 후 라커룸에서 애정 어린 발길질로 마음을 풀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성남FC 뮬리치가 득점 후 유니폼 상의를 벗는 세리머니를 하다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득점 후 퇴장…가린샤 클럽은 무엇인가
뮬리치처럼 득점 후 퇴장당하는 선수들을 두고 축구계에선 '가린샤 클럽'에 가입했다고 말한다.

1962년 칠레월드컵 준결승에서 전반 9분과 32분 연속골을 넣은 뒤 후반 37분 퇴장한 브라질의 축구 전설 가린샤에서 따온 말로, 일반적으로 월드컵에서 이런 상황에 놓인 선수를 일컫는다.

당시 가린샤는 멀티골을 넣고 흥분한 나머지 상대 선수를 발길질로 걷어차 퇴장당했다.

흥미로운 건 가린샤로 인해 처음 탄생한 '가린샤 클럽'은 이후 36년간 신입 회원이 탄생하지 않다가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 참가한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2호 선수가 나왔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2006 독일월드컵 결승전서 박치기 퇴장을 당한 지네딘 지단.
주인공은 하석주였다. 그는 멕시코와의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왼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었지만, 의욕이 넘친 탓에 상대 선수에게 백태클을 하다 레드카드를 받았다.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FIFA가 백태클에 대한 엄격한 규정을 적용할 거라 경고했는데, 하석주가 희생양이 된 것이다.

결국 차범근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수적 열세 속에 이후 3골을 내리 허용하며 역전패했다.

당시 트라우마에 하석주는 차범근 감독을 피해왔다가 20년이 지난 뒤 한 방송을 통해 눈물의 재회를 하기도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브라질의 '외계인' 호나우지뉴가 가린샤 클럽 회원이 됐다. 그는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후반 5분 역전골을 터트린 뒤 상대 수비수 대니 밀스의 발을 밟아 경기장에서 쫓겨났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1998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전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는 하석주. (사진=대한축구협회)
또 같은 대회에서 세네갈의 살리프 디아오는 덴마크와의 조별리그에서 동점골 후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월드컵 역사상 가장 큰 충격을 준 '가린샤 클럽' 회원은 프랑스의 축구 전설인 지네딘 지단 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감독이다. 그는 월드컵 결승전에서 가린샤 클럽에 가입한 최초의 선수이기도 하다.

지단은 2006년 독일월드컵 이탈리아와의 대회 결승에서 전반 7분 페널티킥을 차 넣으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연장 후반 5분 이탈리아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는 '박치기 사건'으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한순간의 흥분을 참지 못하고 돌발 행동을 해 퇴장당한 지단은 가린샤 클럽 멤버가 됐다.
associate_pic
【전주=뉴시스】허상욱 기자 = 26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9 K리그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에서 이동국(전북)이 임종은(울산)과 볼을 다투고 있다. wook@newsis.com
이후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선 가린샤 클럽 회원이 탄생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나온 가린샤 클럽 멤버는 총 5명으로, 1962년 월드컵에서 가린샤보다 먼저 퇴장당한 루벤 카브레라(우루과이)를 포함하면 총 6명이다.

프로축구 K리그 1호 가린샤 클럽 멤버는
국내 프로축구 사상 첫 가린샤 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1985년 대우 로얄즈에서 뛰던 고(故) 정해원 전 전남 드래곤즈 코치다. 그는 1985년 9월11일 할렐루야와의 경기에서 후반 30분 득점하고 6분 뒤 퇴장을 당했다.

1990년대 레전드 외국인 공격수인 샤샤는 부산에서 뛰며 1995년과 1998년 두 차례 가린샤 클럽에 가입한 바 있다. 이후에도 데얀, 에닝요, 아드리아노, 로페즈 등 K리그를 대표하던 용병들도 득점 후 퇴장이란 기록을 남겼다.
associate_pic
【수원=뉴시스】 29일 오후 2008 삼성하우젠 K리그 수원삼성과 FC서울의 축구경기가 열린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 기성용이 결승골을 넣고 캥거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전진환기자amin2@newsis.com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럽에서 뛰다 지난해 친정팀 FC서울로 돌아온 기성용은 2008년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가린샤 클럽 멤버가 됐고, 2009년 전북 현대에서 뛰던 이동국(은퇴)도 대구FC와 경기에서 멀티골을 넣고 퇴장당해 가린샤 클럽에 가입했다.

또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의 사령탑인 남기일 감독도 현역 시절이던 2003년 전남 드래곤즈와 경기에서 후반 40분 득점 후 45분에 레드카드를 받았다.

최근 황당 퇴장으로 화제가 된 뮬리치는 프로축구 통산 102번째 가린샤 클럽 멤버다.

※스잘알은 '스포츠 잘 알고 봅시다'의 줄임말로 재미있는 스포츠 이야기와 함께 어려운 스포츠 용어, 규칙 등을 쉽게 풀어주는 뉴시스 스포츠부의 연재 기사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

스포츠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