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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 한국서 철수한다는데...다른 외국 금융사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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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4-20 05:00:00  |  수정 2021-04-26 09: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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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정옥주 최선윤 기자 = 한국씨티은행이 17년 만에 한국 소매금융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하면서 국내에 진출한 다른 외국계 금융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미국 씨티그룹은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한국과 중국,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13개 시장에서 소비자금융 영업을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국내 소비자금융 출구전략 추진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씨티은행의 철수로 우리나라에서 소비자금융 영업을 지속하는 외국계 은행은 SC제일은행만 남게 됐다.

외국계 은행의 국내 점포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013년 영국계 HSBC은행이 국내 소매금융 사업에서 철수한 데 이어, 2015년엔 영국 국영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이 한국에서 사업을 접었다. 또 2017년 영국계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와 미국 골드만삭스가 국내를 떠났고, 2019년엔 호주 맥쿼리은행 등도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은행 국내 지점 수는 지난해 말 43개로 7년 전(57개)보다 14개 줄었다.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보험사, 여전사, 저축은행 등을 포함한 외국계 금융사의 국내 점포 수도 지난 2016년 168개에서 2019년 말 163개로 감소했다.

씨티그룹이 한국 소매금융 사업 철수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수익성 악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은행들이 외국계 은행들에 벤치마킹할 점이 많았지만, 최근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국내 은행들이 기술투자에서 저력을 나타내고 있고 과거 외국계 은행들의 강점이었던 자산관리(WM) 부문에서도 격차를 많이 좁힌 상태여 이러한 점들이 (씨티은행의)실적악화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878억원으로 전년(2794억원) 대비 32.8% 줄어들었다. 특히 개인·소매금융 부문 순이익은 2018년 721억원에서 2019년 365억원, 2020년 148억원으로 매년 50% 이상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이 앞서 우리나라에서 소매금융을 철수한 HSBC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해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요구와 배당 제한 등 강도높은 규제도 무관치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열악한 국내 금융환경과 높은 인건비 등이 소매금융 철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와는 달리 금융환경이 변화하면서 많은 인력을 직접 소매금융에 투입할 필요성도 적어졌고, 기본적으로 강한 금융 규제 이슈 등도 일부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도 "국내 은행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외국계 은행들은 대출만기 연장 등 코로나19 금융지원이나 배당 축소 같은 관치성 정책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국내 은행들에 비해 비협조적이긴 했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씨티은행은 앞서 금융당국의 배당 제한 권고를 받아들여 배당 성향을 20%로 맞춘 바 있다.

지난해 초 금융당국이 외국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규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매력도가 과거나 기타 신흥국에 비해 하락했다는 의견을 이미 여러 차례 전달했다.

이들은 "법·규정에 대한 금융당국의 해석·의견이 수차례 바뀌는 등 규제체계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라며 "한국 내 영업활동을 지속·확대해 나가기 위해 특히 신규서비스에 대한 규제 명확화를 통한 법적안정성 및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외국계 금융회사와 전문가들은 홍콩, 싱가포르에 비해 높은 법인세 및 소득세, 경직적 노동시장, 불투명한 금융규제 등이 여전히 걸림돌임을 지적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세제와 고용제도 등의 개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쿠팡이 최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위험 요인 중 하나로 한국형 기업 규제를 꼽았다고 한다"며 "이것이 한국의 금융 현 주소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csy62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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