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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높은 체온측정기…'코로나 장벽' 장애인의 절망

등록 2021.04.2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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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코로나19 장벽' 익숙해지지 않아

버튼마다 붙은 향균필름…시각장애인 난감

취업하려는 청각장애인…면접관은 마스크

자립 필요한 상황이지만 활동조차 어려워

"코로나19 장기화, 장애인 불평등 드러내"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서울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에 차려진 찾아가는 선별진료소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원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이동하고 있다. 2020.12.24.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서울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에 차려진 찾아가는 선별진료소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원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이동하고 있다. 2020.12.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현 정유선 기자 = 코로나19 사태 1년이 지나 새로운 일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장애인에겐 여전히 적응하기 힘든 나날의 연속이다. 22일 장애인단체 등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장애인들의 사회활동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휠체어를 타는 A씨는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며 "코로나 이후엔 보이지 않는 장애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았다"고 말했다. 휠체어에 앉아 생활하는 A씨는 체온측정기, QR코드 등이 비장애인의 선 높이에 맞춰 설치된 곳에서는 그런 장치들을 이용할 수 없었다.

이에 더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공간을 띄어 앉아야 하는 음식점들은 휠체어로 인해 남들보다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A씨의 입장을 거부하기 일쑤였다. A씨는 "입장을 거부당하고 시간이 지체되는 일상이 계속되다 보니 무슨 일이 있어도 외출하기보단 집에서 일들을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등록 장애인 중 60.7%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외출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1개월간 장애인의 외출 빈도를 보면 거의 매일 외출하는 경우가 45.4%로 나타나 2017년 70.1%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혀 외출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017년 4.5%에서 2020년 8.8%로 증가했다.
 엘리베이터에 부착한 항균 필름.

엘리베이터에 부착한 항균 필름.

불편함을 감수하고 외출을 감행해도 힘겨움의 연속이다. '눈과 귀' 역할을 대신 맡아주던 장치나 시설을 이용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B씨는 지하철을 이용할 때 엘리베이트 버튼에 향균필름이 씌워져 있는 것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고 말한다.

지난 1년 사이 뿌리는 방식으로 향균할 수 있는 스프레이 등이 개발됐지만 여전히 필름 형태로 물건들을 향균하는 곳이 많다.

이는 곧 층수 버튼에 필름이 씌워져 있어 점자를 식별하기 힘든 날들이 이어진다는 뜻이다. B씨는 "쓴 지 오래돼 너덜너덜해진 향균 필름이 점자 위에 씌워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손가락으로 점자를 식별할 수 없어 곤란하다"고 말했다.

자주 찾던 편의시설들이 갑자기 문을 닫아 일상 생활을 이어나가기 어려울 때도 있다. B씨는 이전부터 자주 찾던 시각장애인 시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문을 닫아 외출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B씨는 "시각장애인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이 별다른 공지를 해주지 않은 채 문을 닫아 곤란할 때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부산=뉴시스] 투명 마스크 (사진=부산시교육청 제공)

[부산=뉴시스] 투명 마스크 (사진=부산시교육청 제공)

코로나19는 당당하게 자립하려는 장애인들을 막아서기도 한다. 자립을 위해선 일을 해야 하지만 마스크 착용 때문에 여의치 않았다. 

청각장애가 있는 C씨는 지난해 봄 생애 첫 면접을 보며 진땀을 뺐다. 청각장애인은 수화뿐만 아니라 입모양을 보고 의사소통을 하는데 면접관이 마스크를 착용했기 때문이다. C씨는 "경증 장애이기 때문에 평소엔 거의 일반인처럼 말하고 들을 수 있지만 마스크 때문에 분별력이 50% 정도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2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사례도 있었다.

제과점에서 판매사원으로 일해왔던 중증 청각장애인 D씨는 올해 초 일을 그만뒀다. 평소 손님들의 입 모양을 보며 무리 없이 응대해왔지만 코로나19 이후 의사소통이 급격히 어려워졌다.

그는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닌 뒤로는 입모양이 안보이니까 뭐라고 하는지 못 알아 들었다"며 "여기서 그만두면 어딜가나 못 버틸 것이라는 생각에 독하게 버텼지만 매너 없는 손님도 많고 응대에 적응이 안됐다"고 말했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근배 활동가는 "감염병 등 여러 재난 위기를 겪으며 장애인이 불평등한 상태에서 얼마나 취약해 질 수 있는지 경험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위기의 장기화는 우리나라 장애인 권리보장 체계 전반을 평가하는 솔직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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