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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진오 스님 "서로 돕는 사회 위해 탁발 마라톤 계속할 것"

등록 2021.05.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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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꿈을꾸는사람들' 대표

이주민노동자·다문화 가족 지원

오는 10월 인도 불교성지 1080㎞ 걷기 등

내년 6월 미국대륙횡단 도전

[서울=뉴시스] '탁발 마라토너' 진오 스님 (사진 출처: 진오 스님) 2021.04.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탁발 마라토너' 진오 스님 (사진 출처: 진오 스님) 2021.04.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2000년 어느 가을날 구미역을 지나칠 때 검은 피부의 사람이 나를 향해 불렀다. '안녕하세요.' 외국인이 한국말을 잘해서 다른 한국말을 아는 게 뭐냐고 물었다. 그의 답은 '때리지마세요.'였다. 그는 스리랑카에서 온 노동자였고, 이후 다시 만났을 때 월급을 2개월 동안 받지 못한 친구를 데리고 왔다."

(사)'꿈을꾸는사람들' 대표 진오 스님은 뉴시스와 만나 "이 경험이 10년 동안 탁발 마라톤과 미국대륙횡단을 완주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진오 스님은 이주민노동자와 다문화 가족을 지원하는 '탁발 마라톤 스님'으로 유명하다.

그는 "2010년 모금전문가학교를 통해 '모금은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모으는 일'이라고 배웠다"며 "그래서 찾은 것이 '1㎞ 100원'의 탁발 마라톤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2001년 개인적으로 건강을 위해 시작한 걷기 운동이 차츰 마라톤으로 이어지고 기왕이면 사회복지 활동을 홍보하고,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를 만나는 계기가 됐다.

"2010년 10월 베트남 노동자 또안(Toan)을 만나면서 모금마라톤이 시작됐다. 그를 돕기 시작한 모금마라톤이 또안이 귀국한 후 베트남 농촌학교 화장실 108개 지원 사업으로 확대됐다"
[서울=뉴시스] '탁발 마라토너' 진오 스님(오른쪽에서 두번째)와 베트남 청년 또안(가운데) (사진 출처: 진오 스님) 2021.04.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탁발 마라토너' 진오 스님(오른쪽에서 두번째)와 베트남 청년 또안(가운데) (사진 출처: 진오 스님) 2021.04.29. [email protected]


진오 스님은 2011년 교통사고로 왼쪽 뇌를 잃은 베트남 노동자 또안을 만나면서 '1㎞마다 100원의 희망'을 주제로 2011년부터 후원금 마련을 위한 탁발마라톤을 시작했다. 이후 2020년까지 약 1만 8000㎞를 달려서 5억여원을 모았다.

모금된 돈은 2020년 베트남 농촌지역 학교에 해우소(화장실) 신축을 지원했다. 또한 국내 외국인노동장 상담센터, 외국인노동자 쉼터,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 다문화 한부모가족 달팽이모자원, 북한이탈 무연고 청소년 그룹홈, 청소년 장학금 지원에 쓰였다.

진오 스님은 "2012년 1호 화장실부터 2020년 12월까지 화장실 65개를 완공했다"며 "올해 12월이면 총 72개가 완공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탁발 마라토너' 진오 스님 (사진 출처: 진오 스님) 2021.04.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탁발 마라토너' 진오 스님 (사진 출처: 진오 스님) 2021.04.29. [email protected]

이를 위해 진오 스님은 전세계를 횡단하며 마라톤을 이어오고 있다.

 2011년 한반도횡단 308㎞ 완주를 시작으로 2012년 베트남 500㎞, 4대강 자전거길 1000㎞ 완주, 2013년 독일 700㎞ 완주 및 일본 1000㎞ 완주, 2014년 신라옛길 500㎞ 완주 및 삼보 사찰과 팽목항 500㎞ 완주, 2015년 01월 베트남 1차 종주 1000㎞, 2015년 12월~2016년 1월, 베트남 2차 종주 1200㎞, 2016년 04월 에콰도르 돕기 국토순례 300㎞, 2016년 5월 네팔 카트만두에서 룸비니까지 300㎞ 완주, 2017년 02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프놈펜까지 330㎞ 완주, 2018년 02월 스리랑카 캔디에서 마타라까지 330㎞ 완주, 2019년 1~12월 미국대륙횡단 경비마련 국토순례 탁발마라톤 1786㎞ 완주에 도전했다.

그러나 코로나19사태가 터지면서 도전은 잠시 중단된 상태다. 미국대륙횡단 5255㎞ 완주에 나섰으나 코로나 19가 발생하면서 1941㎞ 지점에서 멈출수밖에 없었다.

2020년 2월부터 약 40일간 미국 대륙횡단을 멈추고 돌아왔지만 활동은 중단할수 없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딱한 처지가 눈에 보였다.

"그들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한국인에 비해 순서가 밀렸기 때문이었다. 또 미등록 노동자의 경우 숨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태 파악조차 안됐다. 미국에서 모금된 600여만 원으로 마스크 2만장을 구입해 최대한 외국인노동자들에게 배포했다"
[서울=뉴시스] '탁발 마라토너' 진오 스님 (사진 출처: 진오 스님) 2021.04.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탁발 마라토너' 진오 스님 (사진 출처: 진오 스님) 2021.04.29. [email protected]


다문화 가족 지원은 진오 스님이 2008년 김천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센터장을 맡으면서 진오 스님의 화두가 됐다.

"2008년 김천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센터장을 맡으면서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일본, 중국 여성을 만났다"며 "한국 남자를 사랑해서 고향과 부모님을 떠나 온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왔다는 가정폭력 피해 이주여성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주민의 어렵고 힘든 점을 어떻게 도와서 다 같이 살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지금까지 왔다. 이것이 나의 화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한 부모 다문화 가족이 진오 스님의 관심사다.  스님이 지원하는 대상은 한국으로 시집왔지만 한국인에 의한 차별과 폭력으로 이혼 또는 사망한 남편의 가족과 떨어져 혼자 아이를 키우는 다문화 한 부모 가족이다. 진오 스님은 한 가족 다문화 가족에 대해 "경제적 어려움과 의지할 곳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진오 스님은 "다문화 가족은 국제결혼의 특성이 있어 한국인 배우자의 국가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 전국 213곳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다문화 가족과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음에도 가정폭력 사례는 줄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인의 문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우수하다고 가르치기 이전에 상대 국가에 대한 문화의 특성을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오 스님은 특히 다문화 가족 아이들에 대한 맞춤형 교육 지원을 강조했다. "2세 자녀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친밀도가 아이들의 인성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2세 자녀가 가진 장점을 살려 이중 언어 교육과 엄마 나라의 유학지원 등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며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한국인 가정에 비해 출발점이 다르므로 배려 차원에서 교육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탁발 마라토너' 진오 스님 (사진 출처: 진오 스님) 2021.04.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탁발 마라토너' 진오 스님 (사진 출처: 진오 스님) 2021.04.29. [email protected]

진오 스님이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다문화 가족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이 아이들이 살아갈 한국이 서로 돕는 사회가 되길 바라고 있다.

"외국인 주민은 한국인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고 강조하는 진오 스님은 "그들이 한국에서 잘 살면 출신 국가와의 우호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 사회는 출신 국가에 따라 사람을 다르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 서로 돕는 사회를 위해 나의 탁발 마라톤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오 스님은 오는 10월 인도 불교성지 1080㎞ 걷기 또는 삼보사찰 500㎞ 걷기에 이어 내년 6월에는 미국대륙횡단을 이어서 도전할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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