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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로]과연 양심을 평가할 수 있을까…병역거부 심사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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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5-09 09:00:00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역 편입 첫 탈락
대체역 심사위, 병역기파자 거르는 역할
일부 대법관, 양심 심사 여부에 회의적
양심 심사 과정서 기본권 침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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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대체역 심사위원회. 2020.07.15. (사진=국방부 제공)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종교적·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 이행을 거부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양심 심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양심'으로 규정돼 탈락하는 사람이 처음으로 등장하면서 정부 조직이 시민 개인의 양심을 평가하는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병역거부자들의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절차가 되레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역(교정시설에서 일하는 복무 형태) 편입 여부를 판단하는 '대체역 심사위원회'에 따르면 대체역 편입 신청 접수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편입이 거부된 사례가 나왔다.

신청인 A씨는 지난 3월 "이웃을 사랑하고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종교적 가르침에 따라 어떤 형태의 폭력도 행하면 안 된다는 양심을 형성했고 이에 따라 군 복무를 할 수 없다"며 대체역 편입을 신청했다. 심사 결과 신청인은 2019년 11월 아동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혐의로 공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심사위는 A씨의 대체역 편입 신청을 기각했다. 심사위는 "최근 전쟁에서 성폭력이 군사적 전략으로 널리 활용돼왔다는 점에서 여성과 아동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 행위를 전쟁행위와 유사한 폭력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신청인의 행위는 '이웃을 사랑하고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신청인의 군 복무 거부 신념과 심각하게 모순된다고 판단했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 소식에 일각에서는 병역 기피자를 걸러내기 위한 대체역 심사위원회 제도가 효과를 봤다는 평이 나온다. 대체역 심사는 양심을 빙자한 병역 기피자를 걸러내는 절차다. 이런 절차가 없다면 군부대가 아닌 비교적 안전한 교정시설에서 복무하는 대체역은 입영 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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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대체역 심사위원회. 2020.07.15. (사진=국방부  제공)
대체역 편입심사 때 심사위원들이 고려하는 요소는 ▲명분에 따른 선택적 전쟁거부인지 보편적 전쟁거부인지 여부 ▲양심 형성의 계기 ▲양심 결정의 구체적인 근거 ▲양심 결정에 부합하는 활동을 했는지 여부 ▲징계나 수사, 범죄 경력에 대한 해명 등이다.

대체역 편입을 허가 받으려면 단순히 군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집총 훈련에 대한 공포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거부감, 모든 형태의 전쟁에 대한 거부 의사가 명확해야 한다. 즉 정당방위 상황에서도 살인은 할 수 없다고 할 정도의 소신이 있어야 한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판단하는 요소는 종교의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실제로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신청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만일 신청인이 개종한 것이라면 그 경위와 이유는 무엇인지 등이다.

양심 심사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은 양심적 병역거부 제도를 운용하며 양심 심사를 실시해왔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일정한 적과의 전쟁, 일정한 조건하에서의 전쟁, 일정한 역사적 상황에서의 전쟁, 일정한 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에 참여하는 것만을 거부하는 경우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통일 조국에서는 집총병역을 이행할 수 있지만 동서독 분단 상황에서는 동족을 살상해야 하기 때문에 집총병역을 이행할 수 없다는 경우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는 동족 간 전쟁이 아닌 다른 상황에서는 인간에 대한 무기 사용과 살인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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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3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열린 대체역 심사위원 임명 및 위촉식에 참석해 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2020.06.23. photo@newsis.com
또 독일에서는 전시에 살인을 하면 지옥에 가기 때문에 집총 병역을 이행할 수 없다는 진술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윤리적 확신하에 모든 국가 간의 관계, 또는 모든 민족 간의 관계에서 비폭력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집총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어야 한다.

아울러 독일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자신이 군인으로서 사람을 죽일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상과 인격의 파멸을 겪게 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처럼 병역거부자에 대한 양심 심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는 남아있다.

지난해 6월부터 대체역 편입을 신청한 2116명 중 단 1명만 편입이 거부됐다는 점은 사실상 신청만 하면 통과가 된다는 의미다. 이는 양심에 대한 심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음을 보여준다.

대법원은 이 같은 사태를 예견했다. 일부 대법관들은 대체역 심사위 제도가 성립되기 전부터 양심을 심사하는 행위 자체가 어폐가 있는 데다가 객관적인 심사가 이뤄지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2018년 11월1일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병역법 위반 사건 판결 당시 소수의견에서 "진정한 양심은 객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3자로 하여금 그 존재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며 "이는 그 존부에 대해 객관적인 재현이나 증명은 물론 그 주장에 대해 과학적·합리적인 반증이나 탄핵을 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종교생활 등 기간의 장단이 양심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볼 수도 없다"며 "만약 특정한 경험으로부터 양심이 형성되거나 양심상의 결정을 한 시기가 병역거부의 의사를 표시한 때로부터 시간적으로 근접해 있다면 양심형성의 인과관계나 진정성 등에 관해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얻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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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3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열린 대체역 심사위원 임명 및 위촉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2020.06.23. photo@newsis.com
나아가 조희대·박상옥 대법관은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평소 어떠어떠한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주변에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고 해도 결혼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구체적인 어떤 사람을 정해 결혼하기로 최종적인 결심을 하는 순간"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하면 입영을 앞두고 내리는 최종적인 결단이 바로 그 사람의 양심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그런 논리에서 보면 양심상의 결정이라고 주장하는 모든 사람에 대해 심사나 판단 없이 이를 인정해줘야 마땅하다"며 "그렇지 않고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요소들을 심사·판단의 기준으로 고집하면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과 같은 특정 종교에 특혜를 주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학계에서도 양심 심사에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심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양심의 자유가 침해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주환 홍익대 법대 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 논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인정 여부가 국가의 양심 심사에 의해 좌우됨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윤리적 동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가의 정책적 판단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정당한 기본권 행사가 양심 심사의 실무에 의해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양심 심사의 일관성·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병역거부사유가 동일함에도 심사결과가 서로 다르거나 병역거부사유가 양심적 결정과 무관함에도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대면심사에서 신청인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 도발 등의 사건이 발생할 수 있고 카르네아데스의 판자(das Brett des Karneades)와 같이 개연성이 없거나 지극히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가상의 상황에 대한 문답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불리하게 실시될 수도 있다"며 "이와 같은 사례들은 양심 심사의 일관성·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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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대체역 심사위원회 누리집. 2021.05.09. (사진=대체역 심사위원회 누리집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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