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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문현식 시인 "말없이 그냥 편한 친구, 동시의 매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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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5-11 06:00:00  |  수정 2021-05-17 09:32:58
'팝콘 교실' 이후 두번째 동시집 '오늘도 학교로 로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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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문현식 시인 (사진 = 본인 제공) 2021.5.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현주 기자 = "사실 아이들에게 동시가 인기 있는 장르는 아니잖아요.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동시로 편하게 다가가고 싶었어요."

문현식 시인은 10일 뉴시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시를 어렵게 생각하고, 재미와 동떨어진 장르라고 생각하는 데 사실 시도 문학이다. 문학이라는 게 즐거움이 기본이 되어야 하지 않나"라며 '재미있는 동시'를 강조했다.

초등 동시집 '팝콘 교실'로 주목 받은 문현식 시인이 6년 만에 두 번째 동시집 '오늘도 학교로 로그인'으로 돌아왔다.

타이틀시인 '오늘도 학교로 로그인'은 어린이가 날마다 학교에 가는 일을 '로그인'에 빗대며 6학년 특유의 자신만만한 태도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특히 코로나19 시대 원격 시스템을 통해 수업에 '로그인'하는 지금 아이들의 모습도 상기시키며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문 시인은 "사실 코로나 훨씬 전, 2018년에 썼던 시인데 지금 상황과 묘하게 맞아 떨어졌다"며 "이 시의 '로그인'은 학교로 간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에 6년 동안 아무렇지 않게 로그인하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당당함을 담아냈죠. '걱정마세요. 우린 다 잘하고 있어요' 처럼 정말 아이들은 잘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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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문현식 동시집 '오늘도 학교로 로그인' (사진 = 창비) 2021.5.10. photo@newsis.com
지난해 '동시마중' 작품상을 탄 '그때는 아팠지'는 코로나 시국에 쓴 작품이다.

'우리는 / 웃긴 얘기를 하기로 했는데 / 아팠던 얘기를 하며 웃었다'

그는 "사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모여서 이런 얘기를 한다. 웃긴 얘기를 하자고 해놓고 생각해보면 과거 괴롭고 힘들었던 얘기"라며 "지나고보면 다 아팠던 얘기도 추억이 되고 웃음거리가 된다"고 회상했다.

특히 "2019년에 이 시를 썼는데 이때만 해도 코로나가 끝난 후 이 시를 읽으면서 '코로나가 우리를 아프게 했지'라고 할 줄 알았다"며 "얼른 코로나가 끝나고 정말로 '그때는 아팠지'라고 말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글자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한 '(거) (리) (두) (기)'도 인상적이다.

"지금의 갑갑함을 시로 드러내고 싶었어요. 글자 자체를 거리두기를 하면서 쓰다보니 쓰는 저도 갑갑하더라구요. 거리두기에 대한 갑갑함이 감정적으로 잘 묻어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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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문현식 시인 (사진 = 본인 제공) 2021.5.10. photo@newsis.com
그러면서도 학교 현장과 아이들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지금이 물론 힘들긴 하지만 나름 아이들이 얻는 것이 분명 있어요. 학교도, 아이들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학교를 믿고 아이들을 믿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시로는 '뒷모습이 그려져요'를 꼽았다. 그는 "어릴 때 내가 혼자 울면서 집에 갔던 기억을 시로 쓴 것"이라며 "울었던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데 나의 걸어가는 뒷모습이 마치 내가 내 모습을 뒤에서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기억이 났다. 신기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시집은 소복이 만화가의 그림과도 '찰떡'이다. 문 시인은 "동시집 안에는 글의 서사, 그림이 서사가 함께 있다. 동시를 그대로 옮기는 그림보다는 동시를 읽고 나름의 느낌을 잘 표현해주셨다"며 "시를 더 재밌고 쉽게 느낄 수 있도록, 시의 맛을 잘 살릴 수 있게 그려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2000년 교직 생활을 시작해 16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를 하며 동시에 대한 꿈을 키웠다. 현재는 교육청에서 학교 현장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 제가 어디에 있느냐보다는 어느 지점을 향해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아이들과 떨어져 있긴 하지만 아이들을 향한 마음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시를 쓰면서 아이들로부터 얻은 게 많다. 그는 "어린 아이들의 지나간 시간, 계절과 달력의 무게가 어른보다 가벼운 건 아니다"라며 "아이들도 똑같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각자의 몫으로 견디고 극복하는 일들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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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문현식 시인 (사진 = 본인 제공) 2021.5.10. photo@newsis.com
자신을 '시인'이라기 보다는 '시를 쓰는 사람'으로 지칭하고 싶다. "시인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 것 같아요. 제가 쓰는 동시는 아이들로 인해 만든 시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없으면 쓸 수 없는 동시들이죠. 그래서 늘 아이들에게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2015년 '팝콘 교실' 출간 후 특히 '비밀번호'가 SNS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며 화제가 됐다.

그는 "'팝콘 교실'이 나오고 4년 뒤에 화제가 됐다. 과분한 '문운'이 있었던 것 같다"며 "동시를 쓰는 사람으로 알려지고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쑥스러워 했다.

"동시는 솔직함에서 오는 시인 것 같아요. 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할 때 아이들의 호응, 또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시가 나올 수 있습니다."

동시의 매력이 뭘까. 그는 "동시는 말 없는 친구 같다. 시는 글자수가 많지 않은데 말 없이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그런 매력이 있다"며 "짧지만 여백이 있어 그 여백에 내가 상상으로 채울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보통 동화나 그림책은 하나의 이야기로 채워지잖아요. 그런데 동시는 한 편 한 편이 이야기다보다 동시집 한권에는 몇십개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이런 매력들을 아이들이 많이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lovelypsych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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