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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 한송이 안되고 교권침해도 심화…씁쓸한 스승의날

등록 2021.05.1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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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토요일 겹쳐 조용한 분위기

서울 스승찾기 성사율 60%대 그쳐

교원 스토킹 대응 법·지원제도 강화

"스승의 날 대신 교육의 날로 바꿔야"

[광주=뉴시스] 동일미래과학고, 스승의 날 기념 행사. (사진 제공 = 광주시교육청)

[광주=뉴시스] 동일미래과학고, 스승의 날 기념 행사. (사진 제공 = 광주시교육청) 2021.05.15.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15일 40번째 스승의 날을 맞았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라는 씁쓸한 반응이 나온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으로 인해 학생 개인이 선생님께 카네이션 한 송이도 드리지 못하게 금지된 지 6년째를 맞은데다, 올해는 코로나19와 토요일이 겹치면서 평소보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지내는 분위기다.

15일 교원단체인 실천교육교사모임이 스승의 날을 맞아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교원 9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34.5%는 "스승의 날에 자긍심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5.8%만이 스승의 날에 교사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응답자 32.4%는 "스승의 날이 평소와 다르지 않다", 26.2%는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교육계 한 인사는 "예전에는 아침 조회시간에 학생들이 카네이션과 편지를 주는 깜짝 파티를 열어 마음의 정을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청탁금지법이 제정된 이후에는 그런 모습을 보기 쉽지 않다"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스승의 날 당일이나 전후로 교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일선 유치원과 각 학교 상당수는 지난달부터 2~3차례 학부모들에게 카네이션이나 금품, 선물을 일체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학교 현장에서는 스승의 날 전후로 편지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선생님께 감사의 뜻을 전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오는 스승의 날을 맞아 포털사이트 '다음'과 함께 캠페인 페이지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 응원합니다!'를 운영 중이다.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축하 손편지 쓰기, 교사와 제자가 주고받을 수 있는 이모티콘 배부 행사를 하고 있다.

5월이면 각 교육청 콜센터 등을 통한 '스승·은사 찾기' 수요가 늘어나지만 해가 갈 수록 그 비율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서울시교육청의 스승찾기 요청 건수는 총 1만6005건이다. 연도별로 2016년에 4219건에서 2017년 3673건, 2018년 3231건, 2019년 2352건, 2020년 2530건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로 은사와 연결된 사례는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연도별로 2016년 2578건(61.1%), 2017년 2372건(64.6%), 2018년 2128건(65.9%), 2019년 1494건(63.5%), 2020년 1632건(64.5%)이다.

성사되지 않은 이유는 해당 교사가 재직 중인 학교 및 연락처를 제자에게 공개하겠느냐는 교육청 문의에 거부 표시를 했거나 전직, 파견 등으로 조회가 불가능한 경우다. 반갑게 맞은 제자로부터 금전적 피해를 당하거나 불만을 제기하는 후일담이 교원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한다.

이처럼 스승의 날 풍경이 바뀌게 된 배경에는 교원과 학생·학부모 간 첨예해진 교권 갈등도 작용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공개한 '교권보장 실태와 과제' 설문에 따르면 교사 2513명 중 81.1%는 교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건수는 지난해 402건으로 코로나19 영향으로 다소 줄었다. 그러나 교권 침해 관련 사건 소송 지원 건수는 2015년 14건, 2016년 24건, 2017년 35건, 2018년 45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교원에 대한 스토킹 등 도를 넘는 위협도 매년 발생하고 있다. 교총이 접수한 사례에 따르면 술에 취한 학부모가 새벽에도 수시로 교원에게 전화를 걸어 불만을 제기하고, "죽이겠다"는 등의 협박을 지속한 바 있다. 고교 졸업생이 과거 해당 교사로부터 상처를 받았다며 협박성 문자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경우도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디지털 성착취 '박사방' 피의자 중 1명으로부터 9년간 살해 협박을 받은 여성 교사의 사연이 알려지기도 했다.

국회와 교육 당국도 교원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입법과 지원제도를 강화하는 추세다.

국회는 지난 3월 스토킹 가해자에게 최대 징역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스토킹 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스토킹 처벌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활동 관련 스토킹 위협을 받는 교원에 대해 경호원과 경호차량 등 긴급경호 서비스 지원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교원단체 사이에서는 '스승의 날'을 폐지하고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의견도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수년째 제기되고 있다. 올해 실천교육교사모임 설문에서도 교원 81.6%가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꿔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이성재 교총 교권강화국장도 "'스승'은 과거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식의 권위적 표현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강해 최근 인식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교권'조차 교원의 지위·권리만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어, 학생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교육권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재정의하는 시도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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