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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퇴근 후 주식·부동산 열공…당신도 '파이어족' 꿈꾸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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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5-23 05:00:00
MZ세대 투자자 66%는 "이른 은퇴 희망한다"
희망 은퇴연령 51세, 평균 목표 자산은 13억원
현실과는 괴리…은퇴가구 60% "생활비 부족"
전문가들 "투자수단 다양화…파이어족 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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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서 한 시민이 암호화폐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 2021.04.20. dadazon@newsis.com

[세종=뉴시스]고은결 기자 = #유통업체 직원 박모(29)씨는 몇 달 전부터 손수 도시락을 싸서 출근한다. 점심 시간이 되면 챙겨온 도시락을 먹고, 시간이 남으면 차 안에서 쪽잠을 잔다. 예전에는 옷 쇼핑이 낙이었지만, 이젠 무난한 몇 벌만 돌려 입는다. 그렇게 아낀 돈으로 국내 증시, 해외 주식, 가상화폐 시장 등을 가리지 않고 투자한다. 한 종목이라도 '대박'을 치면 회사의 실적 압박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6년차 직장인 이모(34)씨 지난 몇 년여간 퇴근 후 시간이 비면 집 근처 카페에서 부동산 서적을 읽거나 부동산 유튜버의 강의를 듣는다. 주말이면 눈여겨본 동네의 현장답사에 나선다. 그는 사기업에 다니면서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으려면 부동산 공부에 올인해야겠다고 판단했다. 10년 뒤에는 기필코 월급 대신 부수입만으로 현 생활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다.

경제적 자립으로 빠른 은퇴를 꿈꾸는 2030 '파이어(FIRE)족'이 늘고 있습니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독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은퇴(Retire Early)의 약자가 합쳐진 신조어입니다. 이들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고학력·고소득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불확실성과 주식 투자 열기 등이 겹치며 파이어족을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주변의 투자 성공 사례 등에 느끼는 박탈감, 불안한 노후, 회사생활에 대한 염증 등도 한 몫 했을 듯한데요.

최근 국내 파이어족에 대한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지난 3월 국내 MZ세대(만 25~39세) 투자자 253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5.9%는 조기 은퇴를 꿈꾸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조기 은퇴를 꿈꾸는 이들의 평균 희망 은퇴연령은 51세였습니다. 이들이 목표하는 평균 은퇴자산은 13억7000만원이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목표 은퇴자산 응답 분포를 살펴보면, 20억원 이상(40%)이 가장 많았고, 15억원(12.1%), 10억원(25.9%), 5억원(10.5%), 3억원(6.5%) 순이었습니다.

많은 파이어족들은 연 생활비의 25배를 모으면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다는 '25의 법칙'을 목표로 하는데요. 평균 목표 은퇴자산 13억7000만원을 역산하면 연 생활비로 5480만원, 월 457만원을 쓸 수 있습니다. 이는 국민연금공단에서 발표한 2019년 부부기준 적정노후생활비 월 268원만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파이어족이 평균 수준보다 더 풍족한 노후 준비를 꿈꾸는 것으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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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파이어족의 이상과 실제 기성세대의 현실 간 괴리는 상당한 모습입니다.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의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의하면 가구주가 은퇴한 가구는 전체가구의 18.5%에 달하며, 실제 은퇴연령은 63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구주와 배우자의 생활비 충당 정도가 '여유 있는 가구'는 전년 대비 1.5%p 줄어든 8.7%에 불과했니다.

반면 '부족한 가구'는 40.6%, '매우 부족한 가구'는 18.8%로 전체 응답자의 60%가량이 은퇴 후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답했습니다. 가구주와 배우자의 생활비 마련 방법을 살펴보면 '공적 수혜금'(35.5%), '공적연금'(30.4%), '가족수입 및 자녀 등의 용돈'(20.9%) 순이었습니다. 개인 저축액이나 사적연금은 4.1%에 그쳤습니다.

파이어족을 꿈꾸는 이들도 경제적 자립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전문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최근 전국 만 19~59세 급여 소득자 1000명을 대상으로 현재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 평가 및 파이어족 관련 인식 조사를 했습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76.7%는 아무리 오래 회사생활을 해도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봤습니다.

다만 파이어족을 희망하는 이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늘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제 정년까지 한 직장에서 순수 근로소득만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입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경제 상황과 산업구조가 변하는 과정에서 투자 수단·전략의 다양성은 불가피하다"며 "미래 투자 환경이 좋으면 레버리지의 수단을 이용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더 다양한 금융상품도 나올 확률이 높아 (근로소득 외에도 소득을 낼 방안이 다양화해) 앞으로도 파이어족 확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홍 교수는 "다만 자신의 상환능력 등도 고려하며 올바른 투자로 빚더미에 빠지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학습효과로 보다 정화된 재무적 기법으로 파이어족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란 분석도 이어집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파이어족, MZ세대는 재무적 투자에 대해 좀 더 민감하고 노하우를 갖춘 이들"이라며 "가상화폐 투기 광풍이 지나가면 무리한 투기보다는 부동산, 주식, 금융상품 등에 눈을 돌려 미래에 대한 전략적 대비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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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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