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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학업성취도 평가'로 학력격차 알 길 없어…"1~4수준 모두 공개해야"

등록 2021.06.02 17: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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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상위권 섞어 발표, 보통은 비공개…"원래 그랬다"

'부모 찬스' 여부도 확인 불가…"올해부터 종단조사"

"최상위권 따로 공개해야 사교육 영향 파악 가능"

[서울=뉴시스] 2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3과 고2 전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전년 대비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이상의 수준에 해당되는 학생 비율도 줄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2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3과 고2 전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전년 대비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이상의 수준에 해당되는 학생 비율도 줄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교육부 평가로 공식 확인됐지만 정작 관심이 많았던 '학력격차'가 얼마나 벌어졌는지 가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국·영·수 성취 결과를 중·상위권은 분리하지 않고 합쳐서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경제적 배경에 따른 격차를 알아보기 위한 문항도 포함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2일 '2020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교과별 성취수준 비율을 기초학력 미달에 해당하는 '1수준'과 우수·보통 성취로 보는 '3·4수준'으로 구분해 공개했다. 기초(보통) 성취에 해당하는 '2수준'의 비중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는 지난해 11월 중3과 고2 학생 3%를 표집 조사해 전국 424개교에서 실시됐다. 매년 실시돼 왔던 정부 공식 통계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등교 수업을 못한 학생들의 학력격차 문제가 교육계 화두였던 만큼 예년과 달리 관심이 쏠렸다.

이날 공개된 평가 결과 중3은 국어와 영어, 고2는 국·영·수 전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늘어났다는 점은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보통과 우수학력에 해당하는 '3·4수준'은 구분하지 않고 합쳐서 발표함에 따라 상위권과 중위권이 각각 얼마나 감소했는지,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따른 격차는 어떻게 벌어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이날 이번 평가 결과 보통 이상의 '3·4수준'은 고2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고, 중3은 모든 교과에서 대도시 학생들의 비율이 읍·면 지역에 비해 높아 예년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정책팀장은 "사교육이라는 대체제가 없는 비수도권에서는 수도권에 비해 직격탄을 입었을 것"이라며 "지역별 격차를 확인하려면 최상위권인 4수준이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같은 공개 방식에 대해 "(학업성취도 평가는) 우수한 학생을 가려내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 종합적인 학업 성취도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라 예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공개해 왔다"며 "표집조사 이전인 과거 전수평가를 할 때도 이런 형식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YTN과 공동으로 2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 코로나19 학력격차 실태'를 발표했다. 사걱세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2021.04.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YTN과 공동으로 2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 코로나19 학력격차 실태'를 발표했다. 사걱세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2021.04.26. [email protected]

교육계에서는 이미 더 폭넓은 수준의 학력격차를 규명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국가통계로 1~4수준별 비율과 사교육 배경에 따른 학력격차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애초에 교육부의 학업성취도 평가가 사교육이나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격차를 분석하기 위한 문항을 담고 있지 않다는 점 역시 한계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주관하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는 '부모의 교육 수준', '부모의 직업', '가정의 보유 자산' 등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묻는다. 지난 2019년 3월 발표된 PISA 2018에서는 한국에서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1계단 높아지면 자녀의 학업성취도가 43점 향상된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는 미국과 일본보다 부모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교육부도 이 같은 지적을 수용, 뒤늦게나마 올해부터 3년간 코로나19를 겪은 학생들의 누적 결손을 조사하기 위한 종단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한국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결과는 기초학력 저하는 알 수 있지만, 애초에 학습격차를 검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OECD PISA처럼 이른바 '부모 찬스'를 알 수 있도록 배경을 꼼꼼히 분석하는 문항 설계가 이뤄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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