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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보조장비 '父傳子傳' 시대…심장이식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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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6-10 11:24:45
심근병증 아들, 父와 같은 심장보조장치 삽입 대기
父, 심장이식 후 17년 살아…子 “20년 즐겁게 살고파”
“가족성 심근병증, 유전자 검사 통해 조기 진단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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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비후성 심근병증 말기 환자 김영대(58, 왼쪽 세번째)씨가 심장이식 전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 좌심실 보조장치 '엘바드'(LVAD)를 삽입 받고 지난 2일 퇴원했다고 10일 밝혔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제공) 2021.06.10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돌아가신 아버지와 같은 심근병증을 앓는 아들이 아버지처럼 심장보조장치를 삽입받은 후 심장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2대가 같은 심근병증으로 같은 심장보조장치를 삽입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비후성 심근병증 말기 환자 김영대(58)씨가 심장이식 전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 좌심실 보조장치 '엘바드'(LVAD)를 삽입 받고 지난 2일 퇴원했다고 10일 밝혔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에 이식 대기자로 등록된 김씨는 향후 심장이식을 받을 예정이다.

김씨는 '심장이 두껍다'는 건강검진 결과를 듣고 지난 2004년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를 찾았다. 김씨는 아버지가 앓았던 ‘비후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았다. 이 질환은 좌심실이 두꺼워지게 만드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나 고혈압을 앓고 있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질환으로, 인구 500명당 1명꼴로 발견된다.

이후 김씨는 부정맥 악화로 실신해 지난 2014년 7월 삽입형 제세동기 시술을 받았다. 이후 호흡곤란 등 심부전 증상 악화로 입·퇴원을 반복했고 아버지처럼 말기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인해 심부전을 앓았다. 혈액형이 A형인 김씨는 심장이식을 위해 장기간 입원해 공여자를 기다려야 해 지난 4월 엘바드 3세대 모델 'HeartMate3'을 삽입 받고 퇴원해 심장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심장 기능이 매우 약해진 심부전 환자는 뇌사자의 심장을 이식받아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문제는 심장이식을 받기 위해 혈액형 등에 따라 6~18개월 가량 기다려야 하는데 이 기간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심장 기능 저하로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신장, 간, 폐 등 다른 장기까지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엘바드는 혈액을 전신에 순환시키는 심장의 좌심실 기능을 대신해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줘 다른 장기기능의 저하를 최소화한다. 엘바드는 1대당 약 1억 5000만 원에 달했지만 지난 2018년 9월 말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본인부담 금액이 750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엘바드를 삽입 받은 김씨는 "중환자실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편하게 숨 쉬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줄 몰랐다"며 "삽입 전에는 숨을 쉴 때 헉헉거렸는데, 이제 자연스럽게 숨이 쉬어진다. 편히 숨 쉴 수 있는 것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또 "60세 전 심장을 이식 받아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싶다"면서 "아버지께서 세브란스 병원에서 심장이식을 받으신 후 17년을 행복하게 사신 것처럼 나 역시 20년 이상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살고 싶다"고 바랐다.

아버지 고 김기호 씨도 지난 1995년 신체검사에서 심장이상이 발견돼 세브란스병원을 찾았고 비후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5년 후 당시 엘바드 1세대 모델 'HeartMate I'을 삽입 받고, 이듬해 11월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후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으며 17년간 건강히 지내다가 지난 2018년 2월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의료진은 가족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경우 유전자 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씨의 주치의인 오재원 심장내과 교수는 “아버지와 아들 모두 결국 유전성, 가족성 질환"이라면서 "가족 중 심근병증 환자가 있다면 가족 구성원들은 증상이 없더라도 미리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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