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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재개발 건물 철거 현장에 안전은 없었다(종합)

등록 2021.06.10 18: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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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절차 어긴 시공사, 감독 소홀한 당국·감리사

압수수색·감식 경찰 수사 본격화, 원인 규명 총력

[광주=뉴시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정비 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 사고와 관련, 붕괴 건축물이 무너져 도로로 쏟아지기 직전 철거 모습. 철거물 뒤편에 쌓아올린 건축잔재물 위에 굴삭기를 올려 일시 철거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2021.06.10.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정비 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 사고와 관련, 붕괴 건축물이 무너져 도로로 쏟아지기 직전 철거 모습. 철거물 뒤편에 쌓아올린 건축잔재물 위에 굴삭기를 올려 일시 철거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2021.06.10.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는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였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시공업체가 건축물 철거 절차를 어겼고, 감리사와 당국의 관리·감독도 허술했다.

경찰은 압수수색과 합동감식을 통해 사고 원인 규명 규명에 나섰다. 안전 규정 준수 여부, 위법 사항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한다.
광주 재개발 건물 철거 현장에 안전은 없었다(종합)


◇왜 피해 컸나

10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9일 오후 4시 22분께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근린생활시설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도로와 시내버스를 덮쳐 17명이 사상했다.

인명피해가 커진 배경으로는 안전불감증과 허술한 안전 관리가 꼽힌다.

업체는 구청에 제출한 건물 해체 절차를 어겼다. 계획대로 5층부터 아래로 철거를 하지 않고 건물 뒤편 3층 아래를 먼저 허물었다. 쌓은 폐자재·흙더미 위에서 굴삭기로 작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직·수평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철거 방식이다. 무리한 하중이 실린 상태에서 흙더미 또는 벽(기둥 역할)이 갑자기 앞쪽으로 무너져 잔존 건축물 저층부를 밀어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철거 기한은 3주였지만, 사흘만에 재개발구역 해체 대상 건물 10채 중 9채를 철거했고 붕괴 건물만 남겨둬 무리한 공사가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철거 전 인도만 통제하고 차량 통행을 막거나 최소화하지 않은 점, 승강장 위치를 옮기지 않은 점도 피해를 키운 배경이다.
광주 재개발 건물 철거 현장에 안전은 없었다(종합)

◇시공사 사무실 등 전격 압수수색

광주경찰청은 이날 철거 시행·시공사 사무실과 감리건축사무소 등 5곳에 수사관들을 보내 안전보건일지와 디지털 자료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철거 과정의 각종 위법 사항과 업무상 과실, 안전 규정 준수 여부 등을 규명하기 위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은 13명(철거현장 관계자 10명, 목격자 2명, 공무원 1명)을 조사해 사고의 과실이 있는 굴삭기 기사도 입건했다.

이날 오후 2시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을 벌였다. 압수한 자료를 분석한 뒤 전문기관 감정 의뢰 등으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를 이어간다.
광주 재개발 건물 철거 현장에 안전은 없었다(종합)

◇붕괴 당시 현장 감리 없었다

위험한 철거 공정을 관리·감독해야할 감리자는 '비상주감리' 계약을 체결에 따라 현장에 상주하지 않았다.

왕복 8차선 도로와 인접한 철거대상물에 대한 위험한 공정이었지만 참사 당일에도 현장을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동구는 관리·감독 의무를 저버리고 붕괴 예방을 위한 안전성을 갖추지 않은 감리자를 건축물관리법 위반으로 고발할 방침이다.

해체 계획 절차를 지키지 않은 시공사에 대해서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
광주 재개발 건물 철거 현장에 안전은 없었다(종합)


◇'버스 매몰' 승강장 이설 골든타임 놓쳐

재개발 사업과 위탁 철거공사를 한 시행·시공사는 승강장 이설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현장 인근에 신호수 2명을 배치하는 것으로 위험을 담보했다.

참변이 일어난 승강장에는 동구 지원동과 무등산 방향으로 진행하는 14개 노선 버스가 정차하는 곳이다.

"공사 기간만이라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승강장을 잠시 옮겼더라면 참사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두 달 만에 또' 행정당국 점검 허술

지난 4월 동구 계림동 노후 한옥 개축 공사장 붕괴·매몰 사고(4명 사상)를 계기로, 광주시가 4차례나 건축 현장 안전 관리 강화를 주문했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안전 불감증'이 또 참극을 불러온 셈이다. 동구는 학동 4구역 주민 민원(소음·먼지)이 있을 때만 4차례 현장을 둘러봤다.

계획대로 철거 작업이 이뤄졌는지 단 1차례도 현장에서 점검하지 않았다.

한옥 개축 붕괴 사고도 ▲건축법령 어긴 채 임의 공사 ▲수평하중 등 구조 변화 고려 부족 ▲안전 조치·현장 관리 미흡 등의 이유로 발생했으나 관할 행정청은 손을 놓고 있었다.
광주 재개발 건물 철거 현장에 안전은 없었다(종합)


◇"후진국형 참사" 비판 봇물, 고개 숙인 시공사·지자체

시공사 책임자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공개 사과했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정 회장은 참사 희생자 빈소를 찾아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원인 규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행정 후속 조처와 재발 방지도 약속했다.

유족들은 철거 전반의 미흡한 관리·감독을 질타하기도 했다. 한편 철거 현장에 대한 수색 작업은 이날 마무리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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