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백신 허브로 北 대화 타진… 평화프로세스 진전될까
P5 英·佛과 정상회담…오스트리아, 군축 선도국
G7 이어 오스트리아서도 '백신 허브' 구상 강조
국내 생산 백신 공여 대상에 北 포함…호응 미지수
[비엔나(오스트리아)=뉴시스]박영태 기자 =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비엔나 호프부르크궁에서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6.14. [email protected]
코로나19 보건·방역 협력 제안에도 움직이지 않았던 북한이 문 대통령이 밝힌 코벡스(COVEX·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 퍼실리티를 통한 간접 지원 제안에 호응을 해올지는 미지수다. 남은 임기 동안 남북 대화 재개를 시작점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 테이블을 마련한다는 기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현실화 가능성에도 여전히 의문 부호가 남는다.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각) 비엔나 호프부르크 왕궁에서 열린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과의 한·오스트리아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동의한다면 백신 공급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도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협력에 대해서는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개도국과 저소득국에 백신 보급을 확대할 수 있는 코벡스에 공여를 늘리기로 결정했다"면서 "한편으로는 한국은 지난 번 미국과의 백신 글로벌 파트너십 합의에 따라서 백신 생산의 글로벌 생산 허브가 돼 백신 보급을 늘림으로써 전세계의 코로나 퇴치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비엔나(오스트리아)=뉴시스]박영태 기자 =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비엔나 호프부르크궁에서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6.14. [email protected]
미국이 보유한 백신의 원천 기술과 한국의 우수한 생산 능력을 결합해 전 세계 백신 부족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한미 백신 파트너십 기반 위에서 국제사회에 책임을 다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글로벌 백신 허브 구상이 현실화 되면 현재 코벡스를 통해 북한에 지원되는 백신 물량을 더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매개로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대화의 접점을 찾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미국이 남북 대화 협력을 지지했다는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부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4·27 판문점 선언과 6·12 싱가포르 선언 등 기존 남북·북미 간 합의를 존중한다는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영국 콘월에서 진행된 G7 정상회의 첫 세션인 보건 분야 회의에서 글로벌 백신 허브로서의 한국의 역량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넘어 다른 G7 국가들과도 백신 파트너십을 추가 모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콘월(영국)=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기후변화 및 환경' 방안을 다룰 G7 확대회의 3세션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문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미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2021.06.13. [email protected]
이 밖에도 문 대통령은 2박3일 간 G7 정상회의 참석 계기로 성사된 영국, 독일, 호주, 유럽연합 등 3개국과 양자 정상회담을, 프랑스와 약식 회담을 통해 지속적으로 백신 협력을 강조하며 글로벌 허브 구축에 총력전을 펼쳤다. 이 중 영국·프랑스는 유엔 대북제재 해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P5)들이다.
문 대통령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공유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선언 등 기존 합의를 바탕으로 외교와 대화에 기초한 단계적인 접근을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 하고, 미국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함으로써 강한 대화 의지를 발신한 만큼 북한도 긍정적으로 호응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은 북한에 영국대사관을 두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콘월(영국)=뉴시스]박영태 기자 =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리스베이 정상회담 라운지에서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약식회담을 하고 있다. 2021.06.13.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다만 G7 회원국 정상이 북핵 문제 해결에 관련한 강경한 입장을 담은 코뮤니케(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복원하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G7 정상회의 참석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환기시키는 정도의 의미를 찾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G7 코뮤니케 속 북한의 비핵화 관련 표현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G7 코뮤니케에서 7개국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촉구하며, 모든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이 불법적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이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 체제에서 사용해오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보다는 한층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WMD와 탄도미사일까지 포함시켰다는 점에서는 보다 강경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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