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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식구 감싸는 군사경찰, 군검찰 수사지휘권 없어 '통제 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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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6-24 09:37:51
20비 군사경찰대대서 피의자 전환 無
20비 군검사는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
군검찰, 현행법 상 군사경찰 지휘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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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시스]김종택기자 =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현실에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 고(故) 이모 중사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지난 3월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이중사는 두달여만인 지난달 22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21.06.03.jt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성추행 피해 여군 이모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군사경찰이 군검찰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전까지 경찰 수사를 지휘할 수 있었던 민간 검찰과 달리 군검찰은 애초부터 군사경찰을 지휘할 수 없는 한계를 활용해 군사경찰이 안하무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국방부 등이 기자들에게 공개한 이 중사 사망 사건 수사 상황에 따르면 공군 제20전투비행단(20비) 군사경찰대대에서 입건된 사람은 없다. 20비는 이 중사 성추행 사건과 사망 사건이 발생한 곳이며 군사경찰대대는 초동수사를 담당했던 조직이다.

20비 군사경찰은 지난 3월 장모 중사가 이 중사를 성추행한 뒤 초동수사를 게을리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비 군사경찰대대는 장 중사가 이 중사를 성추행하는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를 확인하고도 구속영장 신청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중사의 극단적인 선택에 책임이 없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20비 군사경찰은 장 중사가 이 중사에게 보낸 '용서해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협박이 아닌 사과로 판단하는 등 가해자 주장에 무게를 둔 채 수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나아가 각 군 군사경찰 수사를 관장하는 국방부 조사본부는 20비 군사경찰대대가 수사를 미흡하게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 만큼 볼만큼 고의적으로 방임하거나 태만하지 않았다'며 두둔하고 있다.

이 같은 군사경찰의 태도는 군검찰과 차별화된다. 국방부 검찰단은 사건 송치 후 미진한 수사를 한 20비 군검사를 이미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국방부 조사본부의 행태를 보다 못한 국방부 검찰단 관계자는 "직무유기죄로 한다면 법리는 동일하다. 군사경찰이나 군검찰의 적용 법리가 다를 수 없다"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국방부 검찰단은 20비 군사경찰대대를 견제할 수 없는 처지다. 군검찰이 군사경찰을 지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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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시스]김종택기자 =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모 중사의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2021.06.10.jtk@newsis.com
현행법 상 군사경찰은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하고 수사를 종결할 수 있다. 군사경찰이 수사를 시작해 입건할 경우 이를 군검찰에 통보해야 하지만 이는 단순 통보 차원이다.

군사경찰이 결론을 내린 후 군검찰로 사건을 송치하기 때문에 군검찰은 운신의 폭이 좁다. 군사경찰이 위법한 방식으로 수사를 해도 군검찰이 이를 통제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군 조직에서 군검찰의 위상은 군사경찰이나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 비해 낮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현행법 체계 면에서도 군사경찰에 대한 견제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국군조직법 제11조는 '각 군의 부대 또는 부대의 장은 편제 또는 작전지휘 감독체계상의 상급부대 또는 상급기관의 장의 명을 받아 그 소속부대 또는 소속기관을 지휘 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군사경찰이 군사경찰대대장이나 부대 지휘관이 아닌 군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는다면 이는 군 조직 체계상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들 때문에 군사경찰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와 개편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정부와 여당은 군 사법 개혁 법안에서 군검찰 개편에만 집중하고 있다. 법안들에 따르면 전국 각 부대에 있는 90개 군검찰부가 참모총장 직속 각 군 검찰단으로 통합된다. 각 부대 지휘관을 군검찰 수사에서 배제하기 위해서다.

반면 군사경찰 견제 부분은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국방부가 수사 불신 해소와 수사의 전문성, 독립성 확보를 위해 군사경찰 임무 중 수사와 작전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20대 국회 당시 군 사법개혁 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된 적 있다. 정쟁에 집중하는 국회가 법안 처리를 미룬다면 이번에도 군사경찰 개혁은 불발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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