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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매각, 승자의 저주 우려①]새우가 고래될까, 고래가 새우될까

등록 2021.07.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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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입찰 논란에도…중흥,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중흥엔 "큰 기업 삼키다 소화 안 될라" 우려

대우, 중견기업 인수에 브랜드 가치 하락할라

시너지 크지 않아도 중흥으로선 호재' 분석도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추진되고 있는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건설 본사가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컨소시엄을 선정하고, 스카이레이크컨소시엄(DS네트워크 컨소시엄)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2021.07.0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추진되고 있는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건설 본사가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컨소시엄을 선정하고, 스카이레이크컨소시엄(DS네트워크 컨소시엄)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2021.07.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새우'(중흥건설그룹)가 '고래'(대우건설)를 삼켰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의 노하우를 흡수해 메이져 그룹으로 우뚝 설 것이냐, 대우건설이 중견기업으로 흡수돼 체급이 낮아지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냐. 건설업계의 시각이 이번 인수합병(M&A)에 쏠려 있는 이유다.

8일 투자은행(IB)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는 지난 5일 중흥컨소시엄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시공능력 평가 기준 15위 중흥토건과 35위 중흥건설 등 30여개 계열사를 보유한 중흥그룹은 업계 10위권 밖에 있다. 지역 중소건설사로 출발한 중흥그룹이 업계 6위의 대우건설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신보다 덩치 큰 기업을 소화할 능력이 있겠느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반대로 1군 브랜드 건설사인 대우건설이 중견기업에 인수되면서 프리미엄의 가치를 지킬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세게 불렀다 가격 조정…인수과정서 잡음

지난 25일 진행된 본입찰에서 중흥그룹은 2조3000억원을, 예비협상대상자인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1조8000억원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 막판 호반건설이 참여할 수 있다는 설이 돌면서 중흥이 예상했던 가격보다 '오버 베팅'해 양사의 가격 차이는 5000억원이나 벌어졌다는 전언이다.

이에 지난 2일 재입찰에서 양측은 다시 한 번 가격을 제안했고, 본입찰보다 가격을 낮춘 중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KDBI 측은 재입찰이 아닌, 가격조건과 손해배상 등 비가격적 요건에 대한 '수정 제안 요청'이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일부에서는 특혜를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에서 특히 그렇다.

노조는 KDBI에 대해 "국가자산을 매각함에 있어 매각 성사 시 지급되는 매각인센티브에만 눈이 멀어 원칙을 무시하고 특혜매각을 한 것도 모자라, 거액을 자의적 판단으로 깎아준 것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중흥에 대해서도 "중흥은 5000억원이나 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는 초보적 실수를 저지르고, 스스로 놀라 매각 원칙도 무시한 채 안 깎아주면 안사겠다며 입찰절차를 교란시켜 재입찰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어 냈다"며 "공정 입찰을 방해한 '입찰방해죄'"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추진되고 있는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건설 본사 앞에 매각을 규탄하는 근조화환이 놓여있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컨소시엄을 선정하고, 스카이레이크컨소시엄(DS네트워크 컨소시엄)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2021.07.0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추진되고 있는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건설 본사 앞에 매각을 규탄하는 근조화환이 놓여있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컨소시엄을 선정하고, 스카이레이크컨소시엄(DS네트워크 컨소시엄)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2021.07.07. [email protected]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노조 관계자가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대우건설 매각과정 관련 졸속, 특혜매각 의혹을 수사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이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중흥, 승자의 저주 피해갈까?

건설업은 워낙 경기 부침을 잘 타는 업종이다. 이 때문에 M&A 이후 '승자의 저주'(경쟁에서 이겼지만 과도한 인수 비용으로 후유증을 겪는 상황)에 빠지는 전례가 종종 있었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하려다 그룹 전체가 재무구조 위기에 빠졌었다. 6조6000억원의 인수자금 중 4조원 이상이 재무적 투자였다. 대우건설 인수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국내 건설경기도 침체되면서 견디지 못한 금호는 대우건설을 산업은행에 재매각했다.

웅진그룹이 극동건설을 인수했다가 모기업이 타격을 입은 역사도 있다. 2007년 웅진그룹의 극동건설 인수는 무리한 사업 확장의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인수 후 얼마 되지 않아 경기 침체로 건설업계 불황이 계속되면서 재정난이 극심해지자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와 웅진식품 등 알짜 회사까지 팔아야 했다.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간 체급 차이가 크다보니, 이번에도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인수자금의 성격을 볼 때 탈이 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대부분이 현금성 자산이고, 일부 단기 차입금이 있지만 상환이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중흥그룹은 "인수자금 조달과 관련해 일시적으로 단기 브릿지론 성격의 자금을 일부 차입하지만 내년까지 유입될 그룹의 영업현금흐름으로 대부분 상환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외부 차입 없이 대우건설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내부, 중견기업 인수에 아쉬움

업계에서는 재무적 위험성보다는 M&A가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하고 이도 저도 아닌 결과만 도출할 수도 있다는 점이 더 문제라고 말한다.

[서울=뉴시스] 중흥그룹 사옥. (사진=중흥그룹 제공)

[서울=뉴시스] 중흥그룹 사옥. (사진=중흥그룹 제공)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고 역량을 성장시킬 수 있는 국내 대기업 등이 인수하기를 바라고 있다.

심상철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우건설은 여러 차례 매각을 겪었고 산은 체제에서도 건설사 단독 힘으로 시공 평가 6위를 기록하고 있고, 막대한 수주량으로 앞으로 매년 도급순위 상향을 예상한다"며 "이러한 DNA를 계승하고 자율적 경영체제 하에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줄 인수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이미 대부분 건설사를 보유하고 있어 대우를 인수할 유인이 적다는 게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은 이유로 풀이된다. 반면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중흥으로선 대우건설 인수가 크게 도약할 기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인수를 하면 다른 계열사와 사업을 함께 벌이는 등의 시너지 효과가 날 텐데, 주택건설 위주의 중흥과는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직원들은 중견기업에 인수됨으로서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는 점도 걱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0대 그룹 중 건설사 없는 곳이 거의 없고, 경기부침도 큰 업종인데 굳이 모험을 하면서 2조원을 주고 대우를 인수할 동력이 크지 않다"며 "수주를 할 때 참고할 만한 실적이 있는지가 중요하고, 들어갈 수 있는 분야가 정해져 있는데 중흥으로서는 자력으로 뚫기 어렵지만 대우를 인수함으로서 한 번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

중흥그룹은 매각 주체인 KDBI와의 양해각서(MOU) 체결, 확인실사, 주식매매계약(SPA), 기업결합 신고 등을 신속히 진행해 연내 인수를 끝낼 계획이다.

반면 당분간 대우건설 노조의 반발은 지속될 전망이다. 노조는 아예 새로운 원칙에 따라 재매각을 진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실사저지 및 총파업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인수 반대 투쟁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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